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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0호]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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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해범의 차이나워치]전력난에 발목 잡힌 시진핑 통치 전략

지해범  전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 hbjee@chosun.com 2021-10-26 오후 12:06:50

▲ 가동 중인 중국 난징의 화력발전소. 중국의 전체 발전량 가운데 석탄 의존도는 56.6%에 달한다. photo 뉴시스
중국의 전력난이 가중되던 지난 9월 말,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부총리는 국영 에너지기업 책임자들을 불러놓고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그는 긴급회의에서 “그 어떤 정전사태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가 운영에 충분한 연료를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한 부총리의 위압적 지시가 나온 이후에도 중국의 정전(停電)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10월 들어서도 중국 곳곳에서 단전과 제한 송전으로 도시는 암흑천지가 되고 기업은 가동을 멈췄다. 구조적 원인으로 발생한 중국의 전력난이 ‘윗분의 명령’ 한 번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올 3분기에 시작해 4분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전력난은 복합적 요인이 겹쳐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력난의 주요 원인으로 석탄공급 부족에 따른 연료의 수급불균형, 홍수 등 이상기온에 의한 탄광의 조업 차질, 고강도 탄소배출 억제정책 등을 꼽는다. 올 들어 코로나19 상황의 완화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전력사용량은 급증했으나, 석탄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발전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 법칙’ 무시한 에너지 정책
   
   중국의 전체 발전량 가운데 석탄 의존도는 56.6%에 달한다. 화력발전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 다음으로 풍력과 태양광(24.3%), 수력(16.8%), 원자력(2.3) 순이다. 또 발전용 석탄의 96%는 국내에서 공급하고, 4%만 외국에서 수입한다. 즉 국내 석탄공급만 원활하다면 전력난은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또 설사 국내 공급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해외 수입만 제때 이루어지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국내와 해외 공급 모두 문제가 터지면서, 중국은 ‘춥고 깜깜한’ 초겨울을 맞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첫째, 경제학의 기본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면 국가전력망공사가 이를 구매하여 기업과 가정 등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2019년 중앙정부는 각 발전소가 국가전력망공사와 특정 가격대에서 전력 공급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발전소가 이익을 확보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중국은 당시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용량이 과도하여 가격결정권은 국가전력망공사로 넘어갔다. ‘공급과잉이 가격을 낮춘다’는 경제학 교과서의 원리 그대로였다. 과도한 발전용량은 입찰가의 인하를 낳았고, 이는 발전소의 수익을 악화시켰다. 수익이 악화하자 발전소는 석탄비축량을 줄였다. 이것이 올 3분기 전력난이 발생하게 된 출발점이다.
   
   여기에다 올여름 중국 일부 지역의 홍수로 석탄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중국 국내 석탄생산 증가폭(4.4%)은 전력 소비의 증가폭(올 8월까지 13.8%)을 따라가지 못했다. 게다가 중국·호주 관계 악화로 호주산 석탄 수입이 끊기면서 대체 수입원도 찾지 못했다. 기상 이변으로 수력발전량도 기대치를 밑돌면서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런 요인이 겹쳐 9~10월 중국 동부 연해 7개 성(省)의 화력발전소 석탄 비축량은 13일치 수준으로 줄어드는 위기를 맞았다. 이는 2019~2020년의 절반 수준이며 2016년 이래 최저치다. 전력 공급 측면의 구조적 문제(화력발전 의존도 심화, 발전소의 수익 악화, 석탄 비축량 감소 등)는 방치한 채 경제회복에 따른 전력 수요만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중국은 21세기 들어 초유의 전력난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 지난 10월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 지속가능 교통회의 개막식에서 온라인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photo 뉴시스

   지방정부의 무모한 행정이 정전사태 초래
   
   둘째, 지방 단전 사태의 직접적 발단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탄소 감축 지시였다. 시진핑은 작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중국이 2030년 탄소배출량의 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중립이란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실질적 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상태를 말한다. 시진핑의 발언에 따라 탄소배출량 감축은 중국의 최우선 정책 과제가 되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 기간 에너지 소비 총량을 13.5%, 탄소가스 배출량을 18%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각 성(省)·시(市)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가 되었다.
   
   중국 거시경제 사령탑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올 8월 ‘2021년 상반기 각 지역 에너지 소비 강도 및 총량 통제 목표 달성 상황통지’를 발표했다. 지방정부가 그동안 목표치를 얼마나 잘 달성했는지 중간점검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이 통지에 따르면 광둥(廣東), 푸젠(福建), 장쑤(江蘇), 칭하이(靑海), 닝샤(寧夏), 광시(廣西), 신장(新疆), 윈난(雲南), 산시(陝西) 등 9개 성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소모량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 1급 경고를 받았다. 저장(浙江), 안후이(安徽), 쓰촨(四川), 헤이룽장(黑龍江), 랴오닝(遼寧), 허난(河南), 간쑤(甘肅), 구이저우(貴州), 산시(山西), 장시(江西) 등 10개 성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2급 경고를 받았다. 이 밖에 에너지 소비 총량 부문에서도 13개 성에 1, 2급 경고가 내려졌다.
   
   발개위는 강력한 경고도 함께 발표했다. “본 통지가 공표된 날로부터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는 지역은 국가 계획 배치의 중대 항목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겁을 줬다. 발개위는 지난 9월에도 ‘에너지 소비 강도와 총량 제도 보완 방안’을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화석에너지 소비를 중점적으로 억제한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지역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지역은 처벌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진핑의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발개위가 나서 지방정부를 강력히 압박한 것이다. 발개위의 ‘협박’에 지방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8월에 경고를 받은 성들은 전력 소비가 많은 기업이나 지역을 대상으로 제한 송전에 들어갔고, 이것이 9~10월 정전사태를 부른 것이다.
   
   
   ‘시진핑 지시라면 행동하는 시늉이라도 해라’
   
   지방정부의 조치는 기업이나 주거지의 전력 수요를 줄이는 노력을 선행(先行)하지 않은 채 상부에서 지시한 목표치만 맞추기 위해 무조건 전력을 끊는 단순하고도 극단적인 행동이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러한 행태는 독재정권하에서 처벌의 위험이 커질수록 늘어난다. 중국에서는 이미 마오쩌둥(毛澤東)이 통치하던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 시기에 이런 무모한 행정이 만연했었다. 철강 생산량에서 영·미를 따라잡자는 마오의 지침이 내려지자, 질 좋은 철로 만들어진 농기구와 생필품을 녹여 쓸모없는 산화철(酸化鐵)로 만드는 토로(土爐)가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지방별로 철강 생산량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거짓 보고’가 베이징에 쇄도(殺到)했다. 어느 농촌에서는 ‘무 하나가 500㎏이나 돼 당나귀 두 마리가 끌 수 없었다(一个萝卜千斤重,两匹毛驴拉不动)’는 과장 보고가 등장, 인민일보 1면을 장식했다. 당 기관지가 사회의 과장풍조(浮誇風)와 충성경쟁을 앞장서 부추긴 것이다.
   
   최근 정전사태를 야기한 중국 지방정부의 행태에서 대약진운동 시기와 비슷한 사회 분위기가 필자의 눈에는 읽힌다. 즉 ‘시 주석의 지시라면 행동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는 맹목적이고 무모한 과업수행 경쟁이 중국 사회에 퍼진 듯하다. 통치자의 권력이 강해질수록 국가가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일 것 같지만, 지방 구석구석에선 눈속임과 거짓, 강압만 늘어난다는 것이 이번 전력난으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
   
   
   리커창, 전력난 사태에 시진핑 에둘러 비판
   
   전력난 사태 전개 과정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리커창 총리가 시진핑 주석의 강압적 통치를 에둘러 비판했다는 점이다. 리커창은 지난 10월 9일 자신이 주임을 맡은 ‘국가에너지위원회’를 2년 만에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방정부의 일률적인 전력 제한 공급을 수정하고,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자체 공급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또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중국 경제의 변혁과 고도화를 위한 조건이지만, 이를 질서정연하게 추진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보기에 리커창이 지방정부를 질타한 것 같다. 하지만 ‘탄소중립 달성에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부분은 시진핑을 겨냥한 것이다.
   
   이 뉘앙스를 이해하려면 탄소중립 정책에 가속 페달을 밟은 발개위 주임과 시진핑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현재 발개위 책임자는 허리펑(何立峰·66) 주임이다. 푸젠성(福建省) 샤먼(廈門)대학에서 경제재정학을 공부한 그는 샤먼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샤먼과 췐저우(泉州)·푸저우(福州)의 시장과 당서기를 지냈다. 1985년 허 주임이 샤먼 시정부 판공실 부주임을 맡았을 때 샤먼시 부시장이 시진핑이었다. 즉 시(習)가 허(何)의 직속상관이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 이어진다. 허리펑이 푸저우시 당서기로 간 2000년 시진핑은 상급 기관인 푸젠성 성장이었다. 2012년 국가지도자가 된 시진핑은 2년 뒤 톈진(天津)시 정협주석을 맡고 있던 허리펑을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으로 발탁했다. 이어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2017년 2월 시진핑은 허를 발개위 주임 겸 서기로 앉혔다. 발개위는 국무원 산하기관으로서 조직상으로 보면 허리펑은 리커창 총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시진핑은 국가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수장 자리에 자신의 옛 인맥, 즉 ‘시자쥔(習家軍)’을 앉힘으로써 리커창의 두 손을 묶어버렸다. 총리 업무 영역인 경제까지 시진핑이 개입한 것은, 리커창의 권한을 약화시켜 권력투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는 시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올여름 에너지 저감 정책 추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전력난은 허리펑이 리커창의 뜻이 아니라 시진핑의 뜻을 따르다 터진 일이다. 리커창이 지난 10월 9일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탄소중립을 질서정연하게 추진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바로 시진핑 지시에 따라 허리펑이 성급하게 지방정부를 닦달하다 전력난 사태가 터졌다는 것을 넌지시 꼬집은 것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중국 ‘쌍순환’ 정책 허점 드러내
   
   이런 점에서 보면 시진핑의 환경정책은 중국 정부 내, 특히 공산당 지도부에서조차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의 무리한 목표 설정과 저돌적 추진 방식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아 진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과 국민의 고통을 수반한다. 이번 전력난 사태는 단순히 시진핑의 환경정책에만 제동을 건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는 시진핑의 통치 철학과 통치 방식 전반에 경고등을 켠 것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왜냐하면 중국의 에너지 위기는 국내적으로는 시진핑의 경제전략인 ‘쌍순환(雙循環)’ 정책에 허점을 드러냈고, 대외적으로는 ‘전랑(戰狼·늑대전사)외교’의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쌍순환’은 시진핑이 2020년 5월 제시한 것으로,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한 국내 순환의 기초 위에서 대외무역의 공급사슬을 조화시키겠다”는 경제전략이다. 이는 미·중 간 대결이 격화되는 가운데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이 고안해낸 일종의 ‘자력갱생’ 전략이다. 작년 10월 말 열린 중국 공산당 19기 5중전회에서 채택한 공보(公報)에서 쌍순환은 핵심 의제가 됐다. 공보는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한다는 것과 문화강국, 교육강국, 인재강국, 체육강국, 건강강국을 건설할 것, 그리고 1인당 GDP를 중진국 수준(3만달러)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그 방법으로서 ‘쌍순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인민의 날로 늘어나는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을 근본 목적으로 삼고, 발전과 안전을 통일적으로 계획하고, 국내 대순환을 주체로 하고, 국내와 국제의 쌍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구도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 대순환을 창통(暢通)시키려면, 국내와 국제 쌍순환을 촉진하고, 소비를 전면적으로 촉진하고, 투자공간을 넓혀야 한다.”
   
   
   전력난은 ‘전랑외교’의 한계도 노출
   
   중국은 명목상으로는 ‘국내와 국제의 조화’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의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구축하여 외부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력난 사태는 중국의 ‘국내 대순환’은 물론 ‘국내와 국제의 조화’에도 큰 허점을 드러냈다. 석유와 석탄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커지면서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큰 취약점을 노출했다. 중국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는 걸프만과 인도양, 말라카해협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군사력이 중국 근해와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는 미국과 대등한 수준을 보인다 해도, 원해(遠海)에 대한 군사력 투사능력은 미국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결국 내수(內需)를 키워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대순환 구조(서플라이 체인)를 확보하려던 시진핑 정부의 ‘쌍순환’ 전략은, 에너지의 안전한 공급망이 확보되지 않는 한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번에 뼈저리게 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쌍순환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10월 중순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시노펙) 등 에너지 기업들이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회사에 긴급 SOS를 친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동안 시진핑 정부가 추진해온 ‘전랑외교(Wolf Warrior diplomacy)’도 이번 전력난을 통해 그 한계를 드러냈다. ‘전랑외교’란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자국의 외교방침에 협조하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압박과 경제보복, 심지어 군사적 위협까지 가하는 공격적 외교를 말한다. 한국에 대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일본보다 못하던 시절만 해도 중국 외교관들은 외국에 겸손하고 상냥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에 금융위기가 닥치고 2010년 중국의 GDP가 일본을 추월하자, 중국 외교관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들은 2020년 초 국토와 인구가 중국보다 작은 나라(스웨덴)를 향해 “라이트급 선수가 헤비급 선수에게 도발하면 안 된다. 몸조심할 것을 충고한다”고 위협했다.
   
   중국은 전랑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마음껏 주먹을 휘둘렀지만, 이는 오히려 구미(歐美) 국가들이 뭉쳐 중국에 대항하는 구도를 만들도록 촉발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 이후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 호주, 인도와 ‘쿼드(Quad·4개국 비공식 안보회의)를 출범, 협력을 강화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올 9월 영국·호주와 함께 3자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CUS)’를 결성, 노골적으로 중국 압박에 들어갔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나라가 호주다. 호주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원지 조사를 주장하고 5G 네트워크 구축에 중국 화웨이(華爲)를 배제했다가 중국에 호된 경제보복을 당했다. 중국이 호주산 석탄, 와인, 목재 수입을 제한하면서 호주는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호주의 반중(反中) 행보는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이자 생존전략 차원이다. 하지만 경제보복 과정에서 정작 타격을 입은 나라는 호주가 아니라 중국이라는 것이 이번 전력 위기로 드러났다. 시진핑 정부의 ‘전랑외교’가 무모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중국을 몇 달 동안 혼란으로 몰아넣은 에너지 위기(power crisis)는 시진핑 개인의 리더십 위기나 권력투쟁(power struggle)으로 연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시진핑의 경제철학과 외교전략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만은 분명하다. ‘에너지 위기’ 이후 시진핑의 행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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