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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0호] 2021.10.25

질 바이든의 ‘바이든 구하기’ 시작됐다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10-27 오전 9:53:54

▲ 질 바이든이 지난 10월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 주 교육대표자(CCSSO) 초청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다. 민주당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패하여 의회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부통령인 흑인·남아시아계 카멀라 해리스의 인기도 바이든과 동반 추락하면서 민주당은 내세울 만한 인물을 찾지 못하는 상태다. 그런데 최근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남편의 정치적 구원자로 등장하며 민주당의 각광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2022년 중간선거의 전초전이라고 평가되는 11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부터 퍼스트레이디를 적극 등장시키고 있다.
   
   미국 갤럽이 지난 9월 2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이 ‘잘한다’는 43%, ‘못한다’는 53%였다. 지난 1월 말 취임 초기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잘한다’ 57%, ‘못한다’ 37%였다. 이전 대통령들의 경우 취임 8개월 후인 9월 말에 실시한 조사에서 빌 클린턴(47%), 조지 W 부시(51%), 버락 오바마(52%) 등은 모두 바이든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 37%로 바이든보다 낮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트럼프의 가상대결을 상정하여 실시된 조사에서도 두 사람에 대한 지지도는 오차범위 내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뉴스위크는 지난 10월 11일 보도했다. “바이든은 신뢰가 추락하고, 지도력이 의심받고 있으며, 모든 면에서 도전이 지속되고 있다. 바이든에 대한 지지도는 전방위적으로 도전받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이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퀴니피악대학 애널리스트 팀 멜로이는 분석했다.
   
   지난 9월 에머슨대학이 발표한 2024년 대선 가상대결에서도 트럼프 47%, 바이든 46%로 트럼프가 오차범위(2.7%) 내에서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재임기간 동안에는 지지도가 낮았지만, 유권자들은 재평가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설명했다. 예컨대 아이오와주의 경우 트럼프에 대한 평가는 재임기간 동안 매우 낮았지만, 지난 9월 하버드-해리스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더 좋은 대통령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1%는 트럼프, 49%는 바이든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이제 바이든만큼 좋은 대통령으로 간주되기 시작하는 놀라운 결과가 일어났다. 바이든 대통령과 유권자 간의 허니문(honeymoon)은 구매자의 후회(buyer’s remorse)로 대체되고 있다”고 하버드-해리스 조사는 분석했다.
   
   
   바이든-해리스 인기 동반 하락
   
   2024년 대선에 바이든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 대안으로 예상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도 역시 급락하고 있다. LA타임스가 지난 10월 12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42%, 비호감도는 51%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취임 직후에는 호감도가 비호감도보다 훨씬 높았다. 해리스의 인기도 하락 정도는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전임 부통령들보다 심하다.
   
   이처럼 바이든-해리스의 인기도가 동반급락하는 가운데 2022년으로 예정된 중간선거는 민주당에는 커다란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50 대 50으로 의석수가 같다. 다만 상원의장을 겸임하는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로 우위가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 하원에서는 221석으로 213석을 가진 공화당에 간발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화당은 2022년 중간선거를 의회 다수당 지위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2024년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트럼프 역시 2022년 중간선거에 전력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할 경우 2024년 대권 재도전은 사실상 물건너간다며 이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1월 2일 실시되는 버지니아주지사 선거는 바이든에 대한 중간평가인 동시에 2022년 중간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한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은 버지니아주에서 트럼프에 10%포인트 차로 대승을 거두었다. 그런데 11월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하면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의 데리 맥컬리프 전 주지사는 공화당 후보인 사업가 출신의 글린 영킨 후보와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중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바이든은 이제 민주당에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고 미국 언론들은 버지니아의 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바이든보다 인기가 없는 해리스 부통령 역시 대중 앞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이러한 위기에서 민주당이 발견한 구원투수는 바로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70) 여사다. 질은 지난 10월 15일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 지사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에 참가했다. 조 바이든이 백악관에 들어간 이후 질 바이든이 선거운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 바이든이 대중 앞에 나타난 것은 남편의 수호자를 자처했기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질 여사의 영향력이 그동안 해리스 부통령을 압도하였으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남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구원자로 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질 바이든. photo 뉴시스

   미국 첫 이탈리아계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은 이탈리아 시칠리아계로 미국 최초의 이탈리아계 퍼스트레이디다. 질은 2차대전에 참전했던 군인을 아버지로 뒀는데 5자매 중 장녀이다. 질은 어릴 때부터 강단 있는 성격이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아홉 살 난 동생에게 벌레를 집어던진 소년을 넘어뜨리고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적이 있다. 바이든과의 결혼에 이르는 과정도 과감한 결단의 연속이었다.
   
   질은 고교 졸업 직후 18세 때인 1970년 22세의 미식축구선수인 빌 스티븐슨과 결혼했다. 1975년 3월에 별거 상태에서 아홉 살 연상의 조 바이든 상원의원을 소개받았다. 당시 바이든은 첫 아내와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두 아들 보와 헌터를 키우고 있었다. 질은 말쑥한 정장이 잘 어울리고 매너 좋은 바이든에게 반했다고 한다. 첫날 데이트에서 프랑스 영화 ‘남과 여’를 관람하고 헤어진 질은 밤 1시에 귀가하자마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마침내 신사를 만났어요”라면서 기뻐했다. 질은 바이든의 여섯 번째 프러포즈 만에 결혼을 승낙했다. 질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바이든의 아들들과 사랑에 빠졌다. 나는 정말 이 결혼은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느꼈다. 그들은 어머니를 잃었고 나는 (이혼으로) 또 하나의 어머니를 잃도록 할 수는 없었다. 나는 결혼에 대해 100% 확신을 가져야만 했다”고 말했다.
   
   질은 스티븐슨과 이혼하고 1977년에 바이든과 결혼했다. 바이든으로서는 첫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 4년이 지난 후였다. 전 남편 스티븐슨은 사업가로 어느 정도 성공했으며, 바이든 부부를 비난하는 저술로 이목을 끌기도 하였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트럼프를 지지했다.
   
   질은 두 아들을 친자식처럼 키우며 가정을 돌보는 한편 학업에 정진하여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이후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영문학과 작문을 가르쳤다. 그런데 바이든으로 하여금 대통령직에 도전하도록 만든 결정적 인물이 바로 질 여사였다.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던 질은 2004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가 재선되자 남편에게 “당신이 이러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며 2008년 대선 출마를 강권했다. 2020년 대선에 출마해 트럼프의 재선을 막도록 ‘열정적으로’ 독려한 사람도 질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실제로 바이든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으로 부통령이 되었지만 둘 사이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바마는 2016년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었고, 2020년 대선에서도 막판에 가서야 마지못해 바이든을 지지했다. 바이든 부부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마이크 도닐런은 “질은 바이든이 시대에 맞는 인물이라고 믿었다”며 “선거운동의 메시지와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항상 그녀가 자리를 지켰으며, 실제로 결정을 내린 사람은 그녀였다”고 말했다.
   
   
▲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이 지난 5월 한 행사장에서 영부인 질 바이든을 껴안고 있다. photo 뉴시스

   해리스와의 악연
   
   ‘폴리티코’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질 여사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민주당 후보 경선과정에서 해리스가 바이든을 공격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 경선 초기였던 2019년 6월 해리스는 정치자금 1200만달러를 모았는데 목표인 1500만달러를 모으려면 선두주자인 바이든을 공격해야만 했다. 당시 바이든은 이런 해리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첫 번째 민주당 토론 9일 전에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기금 모금 행사에서 바이든은 과거의 워싱턴 정가를 회상하며 ‘남부 출신 정치인’들과의 교류를 그리워하였다. 그는 “당시에는 예의라는 게 있었다. 우리는 일이 되도록 하였다. 우리는 많은 부분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지만,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며 강경한 인종분리주의자였던 제임스 이스트랜드 상원의원에 대해서도 “그는 나를 부를 때 절대로 ‘보이(boy)’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항상 ‘선(son)’이라고 불렀다”고 회상했다.
   
   당시 바이든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우월주의자로 비판하던 민주당 후보들이 선두주자 바이든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유일한 흑인 후보인 해리스는 바이든의 발언을 공격 포인트로 잡았다. 해리스 측근들은 미시시피대학의 문서고에서 바이든이 이스트랜드 상원의원에게 보낸 편지를 찾아내 언론에 흘리는가 하면, 바이든이 인종차별주의자로 의심받기 쉽게 만드는 각종 비디오파일들을 찾아내 언론에 흘렸다. 이런 해리스의 행동은 바이든에게는 큰 배신으로 비쳤다. 실제 바이든과 해리스는 개인적으로 친했다. 해리스는 2012년 사망한 바이든의 큰아들 보 바이든과 함께 일한 적도 있었고, 해리스의 남편인 더그 엠호프는 해리스와의 약혼 때 바이든이 보낸 축하의 보이스메일을 지금도 저장해놓고 자랑할 정도로 바이든을 존경했다. 그러나 야심가 해리스는 이러한 개인적인 관계를 떨쳐버리고 바이든을 공격한 것이다.
   
   당시 해리스 측근들은 흑인 후보로서 강한 첫인상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에게 첫 질문을 할 때 “나는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믿지는 않습니다만…”으로 도발하라고 권유했다. 해리스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여 “당신들은 이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확신하나요?” 하고 물었지만 측근들은 바이든의 입에서 “당신이 지금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르는 겁니까?”라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리스는 NBC-TV 첫 토론에서 바이든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나는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믿지는 않습니다만 당신이 이 나라에서 인종분리를 주장한 두 상원의원들과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고 크게 상심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은 그들과 함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버스통학(busing)에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한 조그만 소녀가 공립학교의 인종 통합을 위하여 버스를 타고 등교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 작은 소녀가 바로 저입니다.”
   
   해리스의 말은 사실상 바이든이 인종차별주의자였으며, 흑인 소녀 해리스는 이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황당한 바이든은 몇 분 후 광고방송 때문에 토론이 잠시 중단되자 오른쪽에 있던 피트 부트기그 후보에게 해리스의 공격을 두고 “아주 엿 같은 거짓말을 늘어놓는군(That was some fucking bullshit)”이라고 말했다.
   
   사실 미국의 유권자들은 50년 전에 일어난 ‘버스통학’ 사태를 잘 모른다. 어쨌든 바이든은 해리스의 공격으로 인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질 바이든은 당시 이 토론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질은 친구이자 아들인 보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해리스가 남편을 무너뜨리려 하면서 토론에서 승기를 잡은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1주일 후에 그녀는 가까운 지지자들과의 통화에서 해리스에 분통을 터뜨리며 “바이든이 무엇을 조심하는지, 무엇을 위해 투쟁하는지 잘 알면서 너는 그를 아무런 근거 없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불렀다.… 엿이나 먹어라(Go fuck yourself)”라고 말했다. 질은 바이든이 러닝메이트로 해리스를 선정하는 것에도 처음에는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막판에 선거 참여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찬성했다.
   
   
   공식행사에 바이든 대신 질 바이든
   
   요즘 질은 바이든의 인기가 추락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지난 9월 19일 질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바이든)를 사랑한다. 그리고 매우 가슴이 아프다.… 심한 고통을 느낀다. 내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결코 좋은 반려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악전고투하는 동안 질은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질은 8개월 동안 주로 보수적인 32개 주를 돌며 교육, 인프라 지원, 커뮤니티칼리지 및 군가족 지원 행사 등을 벌였다. 그녀는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 비율이 낮은 주를 다니며 접종을 독려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테네시주의 내슈빌에서 백신 접종을 권유하는 자신에게 군중들이 야유하자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들에게 야유하는 겁니다”라고 말해 야유를 잠재웠다.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에서 실제로 영향력 있는 여성은 해리스 부통령이 아니라 퍼스트레이디 질 여사라고 보도한다. 바이든의 간판정책들은 대부분 질이 우선시했던 것들이다. 유치원 무료, 커뮤니티칼리지 학비 지원, 여성들의 직장 복귀 지원 등은 모두 질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이 추진한 미국의 저소득층 지원법안인 일자리계획(American Jobs Plan) 및 가족계획(American Families Plan)에도 질 바이든의 지문이 묻어 있다고 서구 언론들은 보도한다. 일자리계획은 인프라에 투자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미국이 중국을 앞지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이다. 가족계획은 각 가정의 기본소비 지출을 지원하여 심각한 어린이 빈곤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이다.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은 조 바이든은 말실수가 잦기 때문에 공보팀에서는 가급적 공식적인 등장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또 해리스 부통령의 영향력도 약화되는 과정에서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자산으로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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