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독일의 ‘핵 공유’ 정책 존폐 기로에
  • facebook네이버 밴드youtubekakao 플러스친구
  • 검색
  1. 세계
[2682호] 2021.11.08

독일의 ‘핵 공유’ 정책 존폐 기로에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11-08 오후 4:00:47

▲ 지난 9월 실시된 독일 총선 당시 각 당이 내건 포스터. 왼쪽부터 사민당 당수 올라프 숄츠, 기민당 당수 아르민 라셰트, 녹색당 당수 아날레나 베르보크. photo 뉴시스
북한 핵 대처는 우리나라의 안보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여야 간 견해 차이가 크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북한에 대한 제재, 대응방안, 한·미 동맹 등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이견이 존재한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당국자들이 점차 비공식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추세이며, 일부 국내 정치인들과 학자들은 한국의 핵무기 보유도 주장한다.
   
   최근 실시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중요한 이슈로 제기되었다.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우리 군이 미군의 핵무기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식으로 공유하자는 주장을 내놓은 반면 윤석열·원희룡 후보는 핵 공유는 북한 핵을 기정사실화하기 때문에 대북제재나 북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다. 반대론자들은 핵 공유가 핵무기확산금지조약에도 위배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지난 10월 31일 국민의힘 TV 토론에서도 유승민 후보는 “(최신예 전폭기인) F-35가 40대나 들어오는데 이에 장착할 핵무기가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미 간 핵 공유에 반대하는 윤석열 후보에게 따졌다. 이에 대해 원희룡 후보는 “핵 공유는 핵을 국내에 배치하는 것이며, 북한 핵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은신처는 얼마든지 대형폭탄으로도 매몰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연정 주도 사민당과 녹색당이 핵 공유 반대
   
   그런데 나토와의 핵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는 독일에서도 최근 사회민주당(SPD) 주도의 연정집권을 앞두고 핵 공유 찬반논쟁이 일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정권은 핵 공유를 안보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반면 차기 연정을 주도하는 사민당의 유력 인사들과 녹색당은 핵 공유에 회의적이며 핵무기 철수까지 추진하려 하고 있다.
   
   독일 메르켈 정권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기독교민주연합당·CDU 소속)은 지난 10월 21일 도이칠란드풍크 방송과의 회견에서 러시아와 분쟁 시 핵무기 사용에 관한 나토의 억제 시나리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무도 발트국가들 또는 흑해 주변의 나토 회원국들을 공격한다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억제효과를 갖도록 그러한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나토는 러시아에 최악의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아주 분명히 해야(make it very clear) 하며 이것이 억제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이것이 나토의 핵심 사상(core idea)이다. 이 전략은 현재 러시아의 행동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러시아가 발트국가들의 영공을 침공하고, 흑해 주변에서 공격적인 활동을 증가시키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트국가는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에 인접한 소국들로 모두 나토 회원국이다. 러시아는 매년 이들 국가를 겨냥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나토군도 여기에 맞서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를 겨냥하여 벨라루스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군사력 배치도 증강하고 있다. 러시아는 흑해 주변에서는 나토 가입을 열망하는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 대규모 군사력을 집중시키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나토와 러시아 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지난 10월 24일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의 발언은 일주일 전 러시아가 나토와의 ‘제도화된 접촉’을 파기한다고 선언한 직후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토는 러시아의 잠재적인 하이브리드(Hybrid) 공격을 방어할 새로운 종합계획을 마련했다고 이 미디어는 덧붙였다. 하이브리드 공격이란 재래식 군사적 공격과 사이버공격, 정치적 선동 등이 종합적으로 가해지는 신개념 전쟁방식이다.
   
   이보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지난해 5월 러시아의 핵 위협 심각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핵전력을 대단히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베를린과 불과 500㎞ 거리인 칼리닌그라드에 핵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배치했다. 러시아는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 폴란드, 루마니아에 핵 선제타격을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핵 포기를 대가로 국경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해놓고도 무력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병합했다. 반면에 나토는 냉전 이후 유럽에서 핵무기의 90%를 폐기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러시아를 억제하는 데 독일이 나토의 핵전략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핵 공유를 강조하는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 photo 뉴시스

   이임 앞둔 국방장관의 경고
   
   이임을 앞둔 독일 보수당 정권의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사회민주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사민당의 롤프 뮈체니히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23일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을 강하게 비판하고 앞으로 들어설 연방정부의 업무수행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와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핵무기 사용에 관한 국방장관의 최근 발언은 무책임하다.… 불행히도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은 근거 없는 위협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러시아 측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이 러시아와의 갈등을 악화시키는 단추를 눌렀다고 비판하며 “국방장관이 독일에 아직도 배치되어 있는 핵무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는지 수수께끼”라고 덧붙였다. 이는 나토와 러시아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독일이 러시아의 핵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토 회원국 가운데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영국·프랑스 3개국으로, 이 중 회원국과 핵무기를 공유하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독일·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터키 등 5개 나토 회원국들이 나토의 핵전략에 따라 미국이 제공하는 핵무기를 자국 내에 배치하며 핵무기를 공유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미군이 이 핵무기를 관리하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자국의 공군기에 미국 핵무기들이 탑재된다. 현재 5개국에 각각 20발씩 모두 100기의 미군 핵무기가 회원국들에 배치돼 공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터키의 경우 최근 들어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핵무기 공유가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불분명하다.
   
   독일의 경우 룩셈부르크에 가까운 뷔헬 공군기지에 20발의 핵폭탄이 배치되어 있다. 평상시에는 미군이 관리하지만 비상상황에는 독일 공군이 이 핵폭탄들을 투하한다. 이 핵무기들은 유사시에 독일 공군의 토네이도 전폭기에 탑재된다. 이것이 나토 내에서 이뤄지는 독일의 핵 공유이다. 이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알고 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은 잘 알려진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FAZ는 “억제가 작동하려면 잠재적인 적(러시아)이 상대편도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억제되지 않는다. 이는 무기통제, 군축, 평화외교 등과 모순되지 않는다. 이는 이러한 것들을 위한 전제조건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사민당과 녹색당이 주도하는 연정이 12월 집권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그동안 당연시되어왔던 독일의 나토와의 핵 공유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총선 이후 독일에서는 사회민주당, 자유민주당(FDP), 녹색당이 연립정부를 추진하며 정책을 조율 중이다. 각 정당의 상징색이 사민당은 빨강, 자민당은 노랑, 녹색당은 녹색이기 때문에 이들 3개 정당의 연립정부를 ‘신호등 연정’이라고도 부른다. 사민당과 녹색당, 그리고 친기업적인 자유민주당 간의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은 12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독일 정부의 2016년 국방백서에는 “나토와 미국의 전략적 핵능력이 나토 회원국들의 안보를 궁극적으로 보장한다”며 독일의 핵 공유는 “나토의 핵 정책과 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독일 정부의 입장은 최근까지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는 비핵화 여론이 높다. 지난해 6월 독일 국민을 상대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는 독일의 완전한 비핵화에 찬성했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그동안 반핵여론을 바탕으로 독일 내 핵무기 철수를 요구해왔다. 이는 독일이 나토의 핵억제 전략에서 탈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 핵 공유 대상인 미군의 B61 핵폭탄(위)과 독일 공군의 토네이도기. 토네이도가 2024년 퇴역하면 독일은 핵무기 투발 수단을 상실하게 된다. photo 뉴시스

   사민당 의원들 핵무기 철폐 보고서 발간
   
   특히 사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모든 핵무기 철폐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들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세계의 모든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공군의 차세대 기종 도입을 막은 것도 사민당이었다. 독일 공군은 2024년에 토네이도 전폭기를 퇴역시킬 예정이다. 그동안 군은 이를 대체할 신형 전폭기 도입을 추진했지만, 사민당이 반대하여 뜻을 이루지 못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이 임시방편으로 미국의 F-18 도입을 추진했지만 사민당이 반대하고 있다. 2024년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F-35 같은 신형 전폭기들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자칫 독일에 배치된 미군의 핵무기는 전시에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된다.
   
   핵 공유 문제는 신호등 연정 협상의 주요 주제이다. 사민당 지도부 대부분은 미군 핵무기 철수를 주장한다.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의 발언을 비판한 뮈체니히 사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신호등 연정 구성 협상을 진행 중인 6인에 속한 지도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6인 협상팀은 핵 공유, 러시아와의 관계, 나토와의 관계 재정립 등에 관한 입장을 정한다. 뮈체니히는 개인적으로도 외교를 통한 평화정책을 유난히 강조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1년 박사학위 논문 제목도 ‘비핵지대의 국제정치’였다.
   
   1980년대부터 핵폐기운동을 펼쳐온 녹색당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녹색당은 이전부터 핵억제 전략은 ‘철지난 냉전시대의 유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9월 21일 처러졌던 총선을 앞두고도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르보크 대표는 독일 내 핵무기 배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베르보크는 지난 9월 7일 국영TV에 나와 “군축에는 독일과 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도 포함되어야 한다”며 모든 핵무기를 금지한 유엔조약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뮈체니히의 핵 공유 폐기에 대해서는 사민당 내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다고 독일 언론들은 보도한다. 사민당은 메르켈 정권의 보수연정에도 참여했는데 사민당 출신의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나토의 핵억제 전략에 독일이 참여하는 데 찬성하였다. 사민당의 차기 총리 후보인 올라프 숄츠는 지난 총선 기간 동안에는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사민당의 국방전문가인 프리트 펠겐트로이 의원은 독일이 핵 공유 정책에서 조용히 탈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새로운 연정은 이 문제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개발해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전략적인 문제에 대해 독일이 단독으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러나는 보수정권 주요 인사들은 ‘신호등 연정’의 숄츠 총리 후보에게 독일에 배치된 미군의 핵무기를 분명하게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민당의 요한 바데풀 원내부대표는 지난 10월 21일 독일 내 미군 핵무기의 철수를 요구하는 사민당과 녹색당의 요구는 위험하다며 “특히 동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위협”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숄츠 총리 후보가 시급하게 분명히 입장을 정하고 강력하게 말해야 한다.… 신호등 연정이 독일의 핵 공유에서 탈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순간 유럽의 안보구조는 심각하게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민당의 외교전문가인 로데리히 키스베터 의원도 dpa통신과의 회견에서 미군 핵무기 철수는 미국과의 협력관계에 결정적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벨기에, 네덜란드 같은 나토 동맹국들에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동유럽의) 다른 나토 동맹국들을 핵무장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신호등 연정도 붕괴된다”고 경고했다.
   
   
   독일이 핵억제 포기할 때 벌어질 일들
   
   저명한 안보전문가인 볼프강 이싱거 뮌헨안보회의 의장도 나토의 핵억제에 독일이 참여하는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는 “독일이 핵억제를 포기하는 것은 안보정책 측면에서 폴란드 국민들의 발밑에 깔린 양탄자를 잡아 빼는 것이나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에서 미군 핵이 철수되면 폴란드는 자국에 핵폭탄을 배치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나토의 핵억제에 폴란드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 러시아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나는 대재앙 수준의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본다. 나토는 러시아와의 핵 대결에 더욱 근접하여 경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신호등 연정에 참여하는 정당들이 모두 독일의 나토 가입에는 찬성하지만 핵 공유와 독일 핵무기 배치 등에 대해서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유로TV는 핵무기가 미래에도 독일에 배치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망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트업 프론티어
나는 체인지메이커다
할리우드통신
우리들병원
6대 온라인 커뮤니티
과학연구의 최전선
신협 어부바 콘텐츠 공모전
마감을 하며
아무도 못 가본 ‘위드코로나’ 정장열 편집장

사람들의 인내를 시험이나 하듯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

주간조선 대학생 기사 공모
주간조선 칼럼마당
기업소식
네이버 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