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마국 대통령은 11월 15일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photo 뉴시스
조 바이든 마국 대통령은 11월 15일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photo 뉴시스

2022년 2월 4일 열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두고 보이콧 논쟁이 서방을 중심으로 뜨겁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1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가더라도 정부 인사들은 보내지 않는 걸 뜻한다. 통상 백악관은 올림픽 개·폐회식에 대표단을 보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외교적 보이콧 검토가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11월 15일(현지시간) 있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보이콧은 어제 오늘 갑자기 결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백악관의 입장은 그동안 미묘하게 변해왔다. 지난 2월 초에는 "보이콧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더니 2월 말에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로 바뀌었고 4월에는 국무부 대변인이 “동맹국들과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논의할 것”이라는 언급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는 급기야 이번 정치적 보이콧 얘기까지 나오게 됐다.

백악관의 보이콧을 압박하는 곳은 의회다. 미국 정치권에선 여야 가리지 않고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활발하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표단이 가는 것은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자행하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눈감아주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톰 맬리노스키 민주당 하원의원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를 지냈다. 그 역시 “인종학살을 자행하는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강경하다.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은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결의안을 추진했고 같은 공화당 소속인 릭 스콧 상원의원은 아예 베이징 동계올림픽 철회 결의안을 상원에 제출했을 정도다.

아예 선수단 파견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정도 수준의 전면 보이콧을 백악관이 선택하긴 쉽지 않다. 선수단 파견 문제는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소관이다. 정치와 스포츠가 분리돼 있기에 백악관이 나서서 선수단 파견 문제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긴 어렵다.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선수들 참가 여부를 정치화시키는 건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서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66개국이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을 보이콧했지만 그런다고 아프간 상황이 호전되진 않았다.

전면 보이콧이 가져올 역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겨울올림픽을 흠잡을 데 없이 개최해 권위주의적 가치의 정당성 확보하고 싶어 한다. 미 허드슨연구소의 존 리 선임연구원은 "전면 보이콧을 한다면 처음에는 중국도 당혹스러울 거다. 하지만 그 당혹스러움이 지난간 뒤 세계의 관심이 점점 스포츠 대회에 쏠리면서 중국은 미국의 뜻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들 미동참 국가들이 서구 선진국과 공통점이 거의 없는 개발도상국이라는 것도 분명히 강조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선수단은 보내되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고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하도록 설득하는 게 미국에는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올림픽의 정치화를 비판받을 순 있지만 역사적으로 올림픽은 언제나 정치적이었다. 그리고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더욱 정치적인 냄새가 나는 대회다. 올해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맞이한 시진핑 주석은 내년에 베이징 올림픽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과시하는 자리로 만든 뒤 내년 말 당대회에서 ‘2연임’ 규정을 깨고 3번째 주석 임기를 맞으려고 한다. 베이징 올림픽은 시 주석의 정치적 미래와 맞닿아 있는 정치적 행사 성격을 갖고 있다.

내년에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바이든 정부도 중국의 인권 침해를 정당화해줬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를 만들어선 안 된다. 가급적 많은 동맹국들과 ‘외교적 보이콧’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오히려 이 대립 구도에서 고통받는 건 막대한 스폰서 비용을 낸 올림픽 후원사들일 거라는 게 중론이다. 떳떳하게 참가하기도, 그렇다고 이제와서 발 빼기도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어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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