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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6호] 2021.12.06

쇼핑몰 떼도둑은 경찰예산 철폐 탓? 급진 정책이 부른 재앙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12-05 오후 12:51:17

▲ 지난 11월 21일 떼강도를 당한 샌프란시스코 루이비통 매장을 경찰차들이 지키고 있다. photo 뉴시스
연중 최대의 쇼핑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어선 미국에서 최근 대형 쇼핑몰이나 명품점 등에 떼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가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언론들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많이 발생하는 떼도둑 사건이 민주당과 좌파가 주도한 ‘경찰예산 철폐(Defund the police)’ 시위로 경찰의 사기가 저하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떼도둑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캘리포니아주에서 실행한 일련의 친인권·친노동·친환경 급진 정책들이 주민들을 점점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LA에서는 지난 11월 22일 밤 노드스트롬백화점에 18명의 도둑떼가 침입해 진열장 등을 부수고 2만5000달러어치의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거의 매일 떼도둑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11월 19일 유니언광장에 떼도둑이 출몰하여 루이비통, 버버리, 블루밍데일 상점들을 털어 20만달러어치의 상품을 훔쳐 달아났다. 베이 지역에서는 11월 21일 밤 헤이워드의 사우스랜드몰의 보석상점에 도둑들이 쳐들어가 망치로 진열장을 부수고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같은 날 샌프란시스코 동부의 월넛크리크에 있는 노드스트롬백화점에서 발생한 떼도둑 사태에는 무려 80여명이 관련되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떼도둑들은 10대 이상의 차량에 나누어 타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11월 24일 대낮에는 샌프란시스코 북부의 산타로사에 있는 애플 매장에 4명의 도둑이 침입하여 2만달러어치의 물건을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또 11월 26일에는 LA 베벌리 그로브 지역에서 도둑떼가 보테가베네타 명품점 등에 침입하여 경비원들에게 최루액을 살포한 후 비싼 명품들을 훔쳐 달아났고, 같은 날 밤에는 레이크우드의 홈디포 매장에 최대 10명이 침입해 망치 등 공구를 훔쳐 달아났다. 특히 이들이 훔쳐간 공구들은 떼도둑 사건에 사용된 범행 도구와 같아 경찰은 유사한 떼도둑 범죄가 앞으로도 빈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지난 7월 홈리스들을 위한 펀딩 정책을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photo 뉴시스

   캘리포니아에서 유독 떼도둑 극성
   
   떼도둑 범죄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빈발하는 이유는 상점들에 물건이 많기 때문이다. 훔칠 것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훔친 물건들은 온라인이나 전당포, 아니면 벼룩시장 등에서 헐값에 쉽게 팔린다. 대부분의 장물이 제품번호가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하다. 떼도둑 범죄는 점포주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피해자로 만드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털린 상점들 일부는 폐업하거나 장소를 이전한다. 또 경비를 강화하느라 비용이 늘어난다. 이러한 비용은 결국 모든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고 CNN은 설명했다.
   
   떼도둑 범죄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펼쳐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경찰예산 철폐’ 운동이 민권 시위와 함께 벌어졌기 때문이다. 친좌파언론으로 평가되는 CNN조차도 최근에는 “이러한 사건들이 빈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찰의 일손이 달리기 때문이다. 또 경찰예산 철폐 운동으로 경찰의 사기가 저하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경찰도 범인들을 처벌해야겠다는 의지를 갖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떼도둑이 쇼핑몰이나 소매점을 약탈하는 사건은 유독 캘리포니아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 이전부터도 떼도둑이 출몰하였다. 이 때문에 ‘경찰예산 철폐’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에서 이전부터 실행되어왔던 친인권 정책들이 떼도둑 약탈범죄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좌우 언론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좌파적 친환경·친노동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떼도둑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제기되는 정책은 2014년에 나온 이른바 ‘안전한 이웃과 학교법’이다. 주민제안(Proposition 47)으로 투표에 부쳐진 이 법의 내용은 중범죄의 기준이 되는 범죄피해액을 500달러에서 950달러로 올리는 것이었다. 또한 마약을 혼자 사용할 경우에도 경범죄로 다루도록 하였다. 이 법의 제안자는 경범죄 죄수들을 대량 석방하면 주정부의 재정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인권단체들은 “교도소보다는 정의가 중요하다(Justice not jail)”고 외치며 이 법의 통과를 호소했다. 민주당과 뉴욕타임스 등 좌파언론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미국인권연맹의 재정지원에 힘입어 이 법은 유권자 60%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로 인해 950달러 이하의 재물을 절도하거나 위조, 사기 등으로 편취한 100만명의 범죄자들은 경범죄 위반으로 분류돼 형량 재조정의 기회가 주어졌다. 대부분이 교도소 과밀 등의 이유로 석방되었다.
   
   이 법이 시행된 직후인 2015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범죄 발생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 법으로 범죄자에게는 범행의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언론들은 설명한다. 범인이 950달러까지 훔쳐가도 경범죄로 다루어져 금방 석방되기 때문이다. 절도범들이 계산기를 가지고 슈퍼마켓에 들어가 950달러어치 이하의 물건들을 훔치는 일도 벌어졌다. 이때부터 떼도둑 전문 범죄조직들도 속속 등장했다. 떼도둑들의 상점 약탈 사건이 평상시에도 빈발하자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7월에 경찰에 상점털이 전문 조직범죄 수사를 진행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법에 서명했다. 당시 그는 “소매점 절도 범죄조직 문제에 매우 심각하게 접근했다.… 우리는 오늘부터 배전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섬 주지사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떼도둑 사건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떼도둑의 표적이 되었다. “법 실행 5년 만에 범죄자들은 백주대낮에 상점에서 물건을 훔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워싱턴이그재미너’는 비판했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 11월 27일 “점포주만 피해자가 아니라 전 산업이 피해자다.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불신이 생기고 공공안전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50달러 이하는 경범죄
   
   2016년 통과된 이른바 ‘공공안전회복법’도 치안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법이다. 이 법도 역시 주민제안(Proposition 57)을 통해 투표로 통과되었다. 이 법은 교도소 과밀을 이유로 비폭력적인 피의자들을 신속하게 가석방하여 수백만달러의 재정을 절약한다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가석방위원회는 석방 결정 시 최근 범죄만 조사할 뿐 과거의 전과들은 제외하였다. 신속하게 석방되는 범죄자들 중에는 인신매매범, 어린이 성추행범, 증오범죄자, 그리고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한 폭행범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의 후유증인지 현재 캘리포니아 전역에서는 떼강도만이 아니라 전체 범죄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외 도시들에는 차량 절도나 주거침입 절도에 대응할 만한 경찰 인력도 없다. 얼마나 많은 범죄가 일어나는지 통계조차 없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범죄 데이터를 재조정하면서 많은 범죄를 ‘폭력적(violent)’인 것이 아니라고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재판소는 실상을 말해준다. 오클랜드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100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가디언’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만 올해 살인사건이 2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친노동정책으로 지목되는 것이 2019년에 나온 AB5(Assembly Bill 5)법이다. ‘긱근로자(gig worker)법’으로도 불리는 AB5법은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의 신분을 피고용인으로 정하게 하였다.
   
   독립계약자는 긱경제(gig economy) 출현 이후 새롭게 성장하는 노동 형태이다. ‘긱(gig)’이란 원래 일시적인 라이브 재즈공연을 의미하는 속어이다. 연주자들은 공연할 때마다 돈을 받았다. 그런데 하이테크경제가 발달하면서 회사에 정식으로 고용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기술지원을 해주고 돈을 받는 사람들도 독립계약자라고 부른다. 독립계약자들과 업무하는 회사를 긱회사(gig company), 이러한 주체들이 구성하는 경제를 긱경제라 부른다.
   
   
   ‘긱근로자법’의 후유증
   
   일반적인 고용주-피고용인 관계에서 고용주는 정기적인 임금을 제공하고 피고용인은 고용주가 제공하는 생산수단을 가지고 노동을 한다. 고용주는 법정 최저임금과 실업보험,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등 노동법상의 보호조치를 취한다. 반면에 긱경제에 종사하는 독립계약자들은 임시적·일회적으로 일하고 그때그때 보상받는다. 재즈뮤지션, 프리랜서, 차량공유회사 우버 운전자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들에게는 최저임금이나 보험 등이 제공되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에서도 긱경제에 종사하는 독립계약자들의 처우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2019년 긱경제에 종사하는 독립계약자들을 피고용인으로 간주하고 노동법상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AB5법을 통과시켰다. 고용주의 지침과 무관하게 일하거나, 스스로 독립적인 고객층을 갖고 독립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있을 경우 등은 제외했지만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버 운전자들이나 택배회사 배달원 등도 법적으로 피고용인이 되었다. 긱회사들은 이들에게도 시간당 12달러의 최저임금과 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AB5법에 따라 독립계약자에서 법적보호를 받는 피고용인으로 바뀐 사람은 캘리포니아주에서만 100만명이 넘는다. 긱회사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독립계약자들은 자유시간에 우버 운전자로 일하거나, 지역 관현악단에서 일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되었다. 우버 같은 긱회사들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업활동을 중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AB5법이 많은 근로자의 주 수입원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 9월까지 캘리포니아에서는 4만개의 소규모 기업이 문을 닫았다. 이 중 절반은 영구 폐업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20년 실업률이 293% 증가하였으며 78만2000명의 주민들이 처음으로 실업자가 되었다. LA에서는 5명 중 1명꼴로 실업자이다. 그런데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 AB5법”이라고 공화당의 한국계 영 김(김영옥) 하원의원은 ‘더 힐’ 기고문에서 비판했다. 그녀는 AB5법이 “중소업체 근로자들이 취업하기 더욱 힘들게 만든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주고 있다. 로비스트를 고용할 여력이 있는 기업인들은 예외를 인정받지만 소기업, 신문사, 아티스트, 요가 강사, 우버 운전자 등은 갑자기 부담을 떠맡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AB5법이 “반자유적, 반미국적이며 근로자의 이익에 반한다.… 창의성과 혁신을 증진하기 위해서도 근로자의 자유와 긱경제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극심한 가뭄으로 땅이 갈라진 캘리포니아의 농지. 친환경 정책이 물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photo 유튜브

   ‘사람보다 물고기가 먼저다’
   
   캘리포니아의 친환경 정책도 부작용을 가중시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수자원통제국을 설치하고 각종 규제를 강화하였다. 2008년부터 수자원통제국은 멸종위기에 처한 어류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새크라멘토 샌와킨강 델타로 흘러들어가는 수백만갤런의 물을 규제하였다. 강물은 대서양으로 바로 흘러가는 바람에 주변의 농토는 가물게 되었다. 농민들은 10년 이상 낮아지는 수위와 사투를 벌였지만 경작지는 줄어들고 수확은 급감하였다. 이로 인해 식품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농민들은 지난 수년 동안 물을 공급받을 수 없었다. 현재 가뭄이 심하기 때문에 물을 배급해야 하는 실정이다. 캘리포니아 농민들은 ‘사람보다 물고기가 먼저다(fish over people)’라는 정책에 분노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CCC· California Coastal Commission)의 막강한 권한도 비판의 대상이다. 해변이 개발되기 시작하자 1800㎞에 달하는 해변에 공공의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CCC가 구성되어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런데 CCC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해변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차장을 무료 개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가 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을 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캘리포니아의 친인권·친노동·친환경 정책들이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이그재미너는 지난 11월 27일 “캘리포니아는 다른 지역을 선도하는 경향이 있다. 1960년대의 히피문화, 1990년대의 하이테크, 2000년대의 친환경 규제 등이다. 정치인들은 경제 규모만으로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거대한 캘리포니아를 급진주의의 실험장으로 여기고 일련의 입법조치들을 강행했는데, 이제는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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