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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8호]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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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터키 리라 폭락… 통화스와프 한국의 득과 실

배용진  기자 max@chosun.com 2021-12-20 오후 4:01:05

▲ 지난 10월 22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터키 메블륫 차부쉬오울루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터키의 외환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지난 8월 한국은행이 터키 중앙은행과 체결한 약 2조3000억원(175억리라) 규모의 통화스와프(Currency Swap) 협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협정 체결 과정을 잘 아는 이들은 우리나라가 경제적 측면에서는 국익을 우선시한 결정을 했지만, 외교적으로는 터키 에르도안 독재정권을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2월 15일 기준으로 보면, 지난 8월 12일 통화스와프 협정 당시 2조3000억원어치었던 175억리라의 가치는 현재 1조4400억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불과 4개월의 기간 동안 9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감소한 것이다.
   
   통화스와프는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릴 수 있는 국가 간 협정이다. 이번 통화스와프의 경우 3년 내 정해진 금액 내에서 언제든 외환을 교환할 수 있다. 한은은 “교역확대와 금융협력 강화로 양국의 경제발전을 증진시킬 목적”이라고 통화스와프의 배경을 밝혔다.
   
   
   체결 당시보다 리라화 가치 9000억 감소
   
   터키는 이미 수년 전부터 극심한 외환위기에 시달려왔다. 터키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 약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정부가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데다, 최근 금리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화폐의 국제적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통 한 나라의 외환 사정이 나빠지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먼저 발을 뺀다. 1997년 우리나라가 겪었던 외환위기 사태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급속한 이탈이 첫 신호였다. 터키 입장에서는 자금의 급속한 이탈을 막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킬 만한 단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때문에 터키는 2~3년 전부터 한국 외에도 중국·일본·카타르 등 각국에 통화스와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은 측 설명에 따르면 통화스와프에는 기본 목적이 여러 가지 있다. 그중 주된 것이 위기 시 급속한 유동성 지원이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대표적이다. 급속한 외화 유출이 우려돼 외환 보유고가 단기간에 줄어들 경우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가 필요한데,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돼 있을 경우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터키 통화스와프의 일차적인 목적은 상호 간의 무역결제 지원이다. 터키가 우리나라와의 교역에서 매년 대규모 무역적자를 보는데, 최근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외환위기가 우려되자 우리나라와의 무역결제 대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경우 어차피 무역결제 지원을 위한 외환이므로 굳이 달러화로 교환할 필요 없이 원화와 리라화를 맞교환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게 한은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터키와의 통화스와프 협정에 대해 “보통 한·미 통화스와프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 달러로 협정을 맺는 방식이 주로 인식돼 있는데, 터키 통화스와프의 경우 상호간 무역결제를 지원해주는 것이 주된 기능이기 때문에 우리 원화와 터키 리라화 간 교환을 염두에 두는 형태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위기 시 유동성 지원이 목적이 아니라 무역결제 지원 용도가 목적이기 때문에 원화와 리라화를 직접 맞교환하는 형태로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는 설명이다.
   
   
   우리의 무역 흑자국이 겪는 외환위기
   
   경제 전문가로 21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지난 8월 우리나라가 터키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직후인 지난 8월 13일부터 박병석 국회의장과 함께 6박9일간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등지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 박 의장은 이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무스타파 쉔톱 터키 국회의장을 만났다.
   
   윤창현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터키와 교역을 하면서 무역흑자를 상당히 많이 내고 있는데, 우리 국익 차원에서 볼 때 터키가 무너지면 손해가 크다”며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상호 국익적 차원에서 어느 정도로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주는 게 합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정부에서 그간 터키 측으로부터 통화스와프와 관련한 압력을 많이 받다가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입장에서 볼 때 터키는 우리에게 무역으로 돈을 벌어주는 대표적인 나라다. 2013년 5월 터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뒤 우리나라는 매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두 나라의 교역 규모는 68억6000만달러(약 8조1463억원)에 달했다. 이 중 40억달러 이상이 우리나라가 얻는 무역흑자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외환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터키 측은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와의 FTA 파기 카드까지 들고나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규모가 큰 우리나라의 대터키 흑자를 고려할 때 국익 차원에서는 FTA를 유지하는 것과 함께 터키가 외환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일정 금액의 통화스와프 협약을 통해 돕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현재 터키 현지에서는 현대차, SK 등 우리 대기업들도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게다가 터키는 6·25전쟁 때 한국을 도와준 ‘형제국가’라는 인식이 있고 현지 분위기도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라는 것이 최근 터키를 다녀온 이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터키 현지에서는 터키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위기감을 느끼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8월 박 의장의 터키 순방 당시 이스탄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터키 동포 및 지·상사 대표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영곤 세계한인무역인협회 부의장은 당시 “터키와 한국 사이 무역 역조(逆調) 현상이 심하다. 터키가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 오래되다 보니까 한국이 얌체 같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역 역조 현상은 한 나라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은 것을 말한다.
   
   
   에르도안 독재정권을 도와줬다는 평가도
   
   이처럼 통화스와프 협약은 경제적으로 볼 때 국익을 우선시한 결정이지만,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경제적으로 볼 때와 달리 외교적으로 볼 때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를 도와주는 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이 2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에르도안 정권은 국가통치에 이슬람교의 근본주의적 요소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이슬람교 교리에 현 권력을 인정해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에르도안 정권이 이를 이용해 권력을 정당화하려고 한다는 것이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 8월 박병석 국회의장을 포함한 국회 사절단의 순방 당시에도 터키 측은 사절단에 오렌지주스를 제공했다고 한다. 관례상 국회 사절단에 와인을 한 잔씩 제공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종교까지 동원해서 자신의 기반을 다지려고 할 만큼 실제로는 정권의 기반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통화스와프 결정 뒤 한은이 터키 중앙은행과 실제로 얼마만큼의 외화를 상호 교환했는지에 대해서는 “통화스와프의 경우 계약 상대방이 있어 상호 간 존중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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