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너지를 이용한 미래의 전자기포 레일건.
운동에너지를 이용한 미래의 전자기포 레일건.

화포는 원거리에 위치한 표적을 제압하기 위해 탄체를 투발하는 수단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처음 사용한 투석기에서부터 화약의 발명과 함께 포신이 있는 화포로 진화되어 오늘날까지 전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무기체계다. 그러나 현대전에서는 항공기, 유도탄 등 화포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체계가 개발되고 있고, 화학에너지 사용만으로는 포구속도와 사거리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화포의 중요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 미래전에서 화포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까지 인정될 수 있을까? 예전에 신속 대응능력, 근거리 교전능력, 대량 집중사격 및 경제적 투발수단으로서의 장점을 가진 화포가 미래전에서도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거리 및 정밀타격 능력이 획기적으로 증대되어야 한다. 항공기 또는 유도탄에 비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말이다.

레일건 사격시험 장면.
레일건 사격시험 장면.

현재의 화포는 정보통신 및 센서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초소형 유도조종장치를 내장함으로써 정밀타격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대했다. 하지만 사거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대규모의 전력 공급이 가능한 전기구동 또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신개념 플랫폼 개발이 진행되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 들어 화포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는 기술이 바로 전기포 기술이다. 선진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전기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미래전에서 요구되는 포구속도를 확보할 수 있는 화포기술을 축적해 오고 있다.

세계군사핵심기술

전기포는 100%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는 전자력포와 기존 화포와 유사하게 가스를 팽창시켜 추진하는 전열포로 구분할 수 있다. 전열포는 화학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병행 사용한다. 또한 전자력포는 자력의 미는 힘을 이용하여 탄두를 쏘아 내보내는 레일건(rail gun)과 자력의 끄는 힘을 활용하는 코일건(coil gun)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난 8월 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 학술대회에서 국내에서도 최첨단 무기 레일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레일건의 물리적 원리
레일건의 물리적 원리

2008년 합동참모본부에서 선정한 세계군사핵심기술 50선(選)에서도 소개된 레일건은 그 원리가 의외로 단순하다. 전도성이 좋은 두 개의 레일 위에 전류가 흐르게 되면 두 레일을 따라 흐르는 전류에 의해 원형 자기장이 생성되는데 그 방향은 두 레일의 안쪽에서 포구 쪽으로 나아가는 방향이다. 이때 탄체는 전기자를 흐르는 전류와 양쪽의 두 레일에서 생성되는 자기장에 의해 전자기력을 받는데 그 힘의 방향은 플레밍의 왼손법칙에 의해 <그림>의 추진력 방향과 같다.

또한 로렌츠의 법칙에서 탄체에 작용되는 힘의 크기는 전류의 제곱에 비례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존 화포에서 화약으로 발사되는 탄체와는 달리 레일건에서는 충분히 큰 전류만 공급된다면 탄체에 매우 큰 힘을 발생시킬 수 있어 탄체의 포구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레일건의 포구속도가 위력적이기 위해서는 수만 암페어 이상의 전류를 수밀리초(msec)로 순식간에 보내어 순간적인 가속이 형성돼야 하므로 20~30GW의 강력한 펄스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레일건의 구성에는 전기에너지를 충전하여 펄스전력을 형성하는 펄스전원장치와 탄체를 가속시키는 전자력 가속기 및 전원공급장치 등이 필수적인 요소다.

1918년 프랑스 발명가가 첫 특허출원

레일건의 아이디어는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레일건은 1918년 프랑스의 발명가 루이 빌플리(Louis Octave Fauchon -Villplee)에 의해 처음 발명되어, 1919년에 ‘전기를 이용하여 물체를 추진시키는 장치’라는 이름으로 미국 특허를 출원하였다. 그의 발명품은 두 개의 평행한 모선(Busbar)에 비행체가 연결되어 있고 전체 장비에 자기장이 걸려 있어 모선에 전류를 보내면 비행체에 추진력이 작용하여 탄체가 비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레일건은 1·2차 세계대전 중에 프랑스와 독일에서 일부 연구가 되어 초고속 발사기술로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1980년대 들어서는 수백㎞ 이상의 안전지역에서 장거리 화력 지원을 필요로 했던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무기체계 적용 연구가 진행되었다. 기존 탄약은 탄두화약의 폭발로 과압의 폭풍효과와 파편의 비산 등으로 부수적인 피해가 동반되었지만, 레일건은 순수 운동에너지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폭풍효과가 없고 파편을 목표점으로 집중시킬 수 있어 파편 분산에 의한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레일건의 또 다른 장점은 매우 빠른 포구속도로 인해 탄체가 초음속으로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군이 탄의 비행궤도를 예측하기 곤란하고, 화학적 폭발에 의한 탄의 비행이 아니므로 불꽃 발생이 없어 야간에 발사해도 시각적으로 발사 여부를 인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류량을 조절하면 탄의 위력을 조절할 수 있으며, 추진제(로켓 따위를 추진하는 데에 쓰는 연료와 산화제)가 필요하지 않아 탄약 운반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점이다.

미 해군의 경우, 레일건 개발목표는 분당 6~10발로 약 20㎏의 탄체를 포구속도 2.5㎞/sec(마하 7.5 수준)로 발사하여 고도 150㎞의 탄도를 그리며 최대 사거리 370㎞ 이상을 약 6분 내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목표물 도달시점의 속도 역시 마하 5.0의 매우 빠른 속도를 유지하여 탄체에 기폭성 폭발물이 필요 없고 목표물과 충돌 시의 충격, 즉 운동에너지만으로 목표물을 완전히 파괴하고자 한다.

탱크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위력

레일건의 개발은 탄두 폭발식의 재래식 화약 사용을 감소시킬 수 있어 탄약 취급의 안전성과 파편 분산에 의한 불필요한 인원 살상을 방지할 수 있으며 아울러 탄약의 유지·관리, 편이성은 물론 탄 적재량도 5~10배 증대되는 부차적인 이점을 갖고 있다.

2003년 프로시딩스(Proceedings)지에 실린 자료에서 미 해군은 “전투시작 후 8시간 동안 370㎞ 떨어진 목표물에 화력지원을 시작한 레일건은 F/A-18 전투기의 항공모함 비행단보다 2배의 폭발력, 3배의 에너지, 10배의 사격 조준점을 가진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오스틴에 위치한 텍사스대학의 고등연구소에서 텅스텐으로 제작한 탄환에 레일건을 통해 9MJ의 에너지를 가하여 2㎏의 탄체를 3㎞/sec로 가속시켰다. 이 탄환은 탱크의 장갑을 손쉽게 뚫을 수 있을 뿐더러 탱크 전체까지 관통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레일건을 육군 무기체계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전원공급장치의 소형화라는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레일건의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공한 프랑스와 최초로 레일건을 무기체계로 활용코자 시도했던 독일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레일건의 최우선 해결과제인 펄스전원설비 운용과 수명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레일건 연구에 있어 가장 앞서가고 있는 국가다. 32MJ급 펄스전원설비 운영을 장기계획으로 추진하고 현재 미국과 공동연구로 포구에너지 7MJ까지 실험을 진행하였으며 90㎜ 레일건의 가속시험을 실증하였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레일건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기훈

국방기술품질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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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국방기술품질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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