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를 담아놓은 후쿠시마 원전 수조에서 작업자가 일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오염수를 담아놓은 후쿠시마 원전 수조에서 작업자가 일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일본 정부가 10월 27일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로 한 방침을 11월 이후로 미뤘다. 일본 내에서조차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피해를 걱정하는 의견이 많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하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에 관해 4000여건의 국민 의견을 받았는데 이 중 안전성 내용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방사성 물질이 생태계나 건강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저장탱크 포화, 삼중수소 분리 어려워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데 이어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왔다. 이로 인해 총 6기의 원자로가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수소 폭발과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1~4호기가 폭발한 제1원전은 이후 매일 160~17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원자로의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 냉각수에 지하수와 빗물 등이 흘러들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TEPCO)에 따르면 이 같은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 정화한 뒤 원전 용지 내에 건설된 1000t짜리 저장탱크 1037개에 보관한다. 이들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 총용량은 현재 123만t에 이르며, 2022년 여름이 되면 용량이 다 차서 더 이상 보관할 공간이 없어진다는 게 도쿄전력 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오염수 처리 절차 논의와 설비 등을 건설하려면 2년 전에 처리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내세운 방법은 오염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춰 내보내는 것. 1L에 73만㏃(베크렐)인 후쿠시마 오염수의 농도를 바닷물과 섞어 일본의 방출 기준인 L당 6만㏃로 만든 다음 장시간에 걸쳐 바다로 흘려보내겠다는 것이다. 1㏃은 1초에 물 1L에서 방사성 원소가 1개 붕괴된다는 뜻으로, 원자 하나가 내는 방사선 단위다.

일본이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이유는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트리튬) 때문이다. 양자 1개, 전자 1개, 중성자 2개로 이뤄진 삼중수소는 물속에 섞여 있으면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 물 분자에 비해 크기가 너무 작아 물에서 물리적으로 걸러낼 수 없고, 물과 화학적 성질이 같아 화학적으로 분리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일본은 ALPS로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중수소를 제거할 만큼 기술이 충분치 않아 ALPS로도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전체에 포함된 삼중수소 방사능은 약 860조㏃. 이 오염수를 그대로 방출한다면 결국 삼중수소도 바다에 떠돌게 되는 셈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위험한 건 삼중수소 때문만은 아니다.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와 같은 방사성 물질들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20 후쿠시마 오염수 위기의 현실’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삼중수소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현재 저장된 123만t의 오염수에는 70% 이상이 법적 방출 한계를 초과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9월 20일 일본의 마이니치신문 또한 6월 30일 기준 ALPS로 처리한 저장 오염수 약 110만t을 조사한 결과 70% 이상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물론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에도 조금 존재한다. 또한 다른 일반 원전 배수에도 포함돼 있어 기준치 이하 농도로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총량 규제가 없어 일본이 대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바다로 오염수를 흘려보낼 경우 해당 해역의 수산물을 오염시키고, 이 수산물을 장시간 섭취하면 신체 내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해양 방류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까. 환경단체 등은 지금의 탱크보다 큰 대형 탱크를 건설해 교체하거나 용량을 늘리면 오염수 48년치를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탱크를 늘린다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원전 용지는 앞으로 3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 폐로 과정에 필요한 공간으로 남겨야 해서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원전 1·2·3호기. ⓒphoto 뉴시스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원전 1·2·3호기. ⓒphoto 뉴시스

삼중수소 유전자 돌연변이 발생시켜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하는 오염수가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물론 오염수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거기에 붙은 방사성 물질의 모든 양이 인체 내에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1~2주 만에 대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원전에서 나온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들어올 경우 발암이나 기형 등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

삼중수소가 인체에 들어와 축적되면 우리 몸의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 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물 분자를 끊어버린다.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 변환’도 일으켜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생시킨다. DNA 이중나선 구조가 뒤틀리면 종양이나 기형으로 번져나갈 수 있다. 삼중수소는 또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의 방사선 중 베타선을 방사한다. 베타선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갈 경우 주변 세포를 대량으로 죽이고, 생식기능도 떨어뜨릴 수 있다. 삼중수소는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12년이 넘고 완전히 사라지려면 30여년은 걸린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등도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요오드는 대부분 갑상선에 축적돼 집중적 피해를 준다. 특히 베타선(요오드 129)과 감마선(요오드 131)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며 갑상선 세포를 망가뜨려 갑상선암을 일으키고 갑상선에서 이뤄지는 호르몬 작용을 교란시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반감기가 7~8일로 짧다는 것이다.

세슘은 감마선을 방출하며 온몸을 투과하는데, 90%가 근육에 저장돼 근육세포를 파괴한다. 10%는 뼈와 간, 기타 기관에 달라붙는다. 감마선은 투과력이 아주 강해 인체뿐 아니라 2㎝ 두께의 납도 통과할 수 있다. 더구나 세슘의 반감기는 30년 정도로 길다. 투과력이 강하다는 것은 DNA를 파괴하거나 세포를 죽일 수 있는 확률이 크다는 의미다. 아이러니하게도 방사선 치료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암세포 부위에만 방사선을 쏘아서 죽이는 원리 말이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10년째 꾸준히 방류된 오염수가 이미 상당수 해산물을 오염시켜 왔다고 말한다. 따라서 앞으로 엄청난 규모의 오염수가 추가 방류되면 생태계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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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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