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마 바이러스 클리너’를 들고 플라스마 방역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조광섭 교수.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플라스마 바이러스 클리너’를 들고 플라스마 방역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조광섭 교수.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40년 가까이 플라스마(plasma)를 연구해온 과학자로서 말하건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반대로 말하면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도 분명하다.”

국내 플라스마 연구 권위자로 평가받는 조광섭 광운대 교수(전자바이오물리학과)는 “지금 방역당국에서 사용하는 염소계 분사 형태 소독제 및 알코올계 소독제 등이 효과가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대안으로 ‘플라스마 방역’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꺼내들었다. 지난 11월 25일 광운대 바이오 플라스마 연구실을 찾아 최근 조 교수가 내세우고 있는 ‘플라스마 방역’의 원리와 효과에 대해 물었다. 그의 연구실로 향하는 건물 입구엔 대학 측이 설치한 ‘플라스마 방역 부스’가 보였다. 공중전화 부스 크기만 한 유리방으로, 내부에 플라스마 클리너 칩이 부착돼 있는 장치다.

- 플라스마를 이용한 방역은 어떤 원리인가. “플라스마는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띤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말한다. 흔히 ‘제4의 물질 상태’라 불리는데, 직류·초고주파·전자빔 등 전기적 방법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 기체화된 플라스마는 높은 살균력을 지니고 있다. 액체 형태로 된 소독제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에 침투해 바이러스를 죽인다면, 플라스마는 바이러스와 화학적으로 결합해 바이러스 세포막 자체를 파괴해버리는 방식이다.”

-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존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존은 ‘공기 플라스마’의 성분 중 하나로, 플라스마 살균력의 근원이다. 고농도의 오존에 오래 노출되면 두통, 호흡곤란, 흉부통증 등이 발생한다. 만성적인 노출은 천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에선 노동자들이 0.08~0.1ppm 농도의 오존에 노출되는 시간을 하루 8시간 미만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 플라스마로서의 오존은 인체에 위험한 수준이 전혀 아니다. 오존은 불안정한 입자로 다른 입자와 잘 결합하고 스스로도 잘 분해되는 성질이 있다. 자연 상태의 오존은 결코 인체에 치명적인 상태로 유지될 수 없다. 오존이 없었으면 인류는 바이러스로 인해 진작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조 교수는 “코로나19도, 그 이전의 특정 바이러스 창궐도 지구 표면에 오존이 너무 적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지구의 대기는 거대한 플라스마 덩어리인 태양이 내뿜는 에너지에 의해 자연 정화돼 왔다. 하지만 최근 대기 중 미세물질 농도가 높아지면서 태양에 의한 플라스마 정화 능력이 둔화되고 있다. 우리의 생활환경 속에선 오존이 거의 없다. 자연 살균제인 공기 플라스마 오존의 농도가 매우 낮아졌기 때문에 바이러스 등 유해한 균들이 자연 정화되지 않는 부분이 크다. 우리 사회엔 오존에 대한 공포감이 지나치게 극대화돼 있다.”

- 미량의 오존이 오히려 개끗한 생활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플라스마 연구자로서 세계 곳곳에 있는 장수촌 마을의 대기 중 오존 농도를 측정했는데, 그 결과 대체적으로 0.02~0.05ppm 수준의 오존 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량의 오존은 공기 플라스마로 존재하는데 유해한 바이러스를 죽이고, 대기 중 휘발성유기화합물(VOC)과 결합해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악취 분자와 결합해 이를 파괴함으로써 악취를 제거한다. 자연 상태에 가까운 저농도의 오존을 만들어낸다면 위해성 없이 살균 효과만 취할 수 있다. 그를 위한 과학기술은 충분히 발달했다.”

- 하지만 오존은 세계적으로도 유해가스로 규정돼 있고 국내에선 오존 경보 수치도 있는데. “인체에 위해를 가하려면 대기 중 오존 농도가 0.1ppm 이상은 돼야 한다. 오존은 불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고농도로 존재하다가도 스스로 빠르게 분해돼 버린다. 환경청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대기 전광판에 뜨는 오존주의보의 경우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이면 나오는데 심한 운동을 하면 호흡기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자제하라는 수준이다. 오존 경보는 농도가 0.3ppm 이상일 경우인데 자연적으론 나오기 힘든 수치다.”

- 결국 오존 발생에도 불구하고 플라스마가 바이러스 창궐 시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실제 플라스마는 염소보다 우수한 방역제가 될 수 있다. 인체에 위해한 잔류물질도 없고, 태양과 공기만 있으면 무한히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천연 소독제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도 플라스마를 활용한 바이러스 소독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조 교수는 지난해 학내 실험실 창업벤처 ‘프라뱅크’를 설립해 실제 플라스마 방역을 도모하고 있다. 이미 플라스마를 사용한 첫 살균제품 ‘플라스마 바이러스 클리너’를 개발했고 최근 이 제품의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휴대폰 충전기만 한 크기의 장치로, 콘센트에 꽂아 전원을 켜면 플라스마가 방사된다. 방출되는 플라스마를 통해 실내외 공기를 정화하고 인플루엔자, 유해 박테리아균 등을 박멸하는 기기다.

- 플라스마 바이러스 클리너를 만든 이유가 뭔가. “학자로서 연구만 하다 제품을 만든 건 처음이었다.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1와트도 안 되는 소비전력으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계다. 내년에 정년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만들었겠나. 나의 연구가 사람들의 실생활에 실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이 기기의 핵심부품은 플라스마 칩이다. 1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로 전류가 통하면 플라스마와 공기 플라스마의 일종인 오존이 나온다. 발생 오존 농도는 0.01~0.02ppm으로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다. 공기 중 부유하는 바이러스, 균은 액제를 뿌려서는 잡을 수 없지만 기체 형태의 플라스마는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며 바이러스를 죽이고 실내공기도 정화한다는 설명이다. 플라스마로 호흡을 한다면 입안이나 콧속 점막에 있는 균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조 교수의 주장이기도 하다.

- 플라스마가 코로나 바이러스도 제거할 수 있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류가 고통받아온 페스트, 메르스,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에 비해 강력해진 변종 바이러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결국 입자 형태의 바이러스일 뿐이다. 바이러스를 잡는 데 오존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오존과 방역제로 많이 쓰이는 과산화수소, 염소, 이산화염소의 CT밸류(미생물 불능화지수로, 이 값이 작을수록 살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를 비교하면 오존의 CT밸류 값이 가장 작다. 일본식품분석센터의 한 연구 결과, 0.96ppm의 오존은 5초면 인플루엔자를 100% 사멸시켰다. 오존은 바이러스보다 입자가 훨씬 작기 때문에 고농도일수록 살균력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저농도의 오존을 오래 접촉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 이렇게 효과적인 것이라면 왜 지금까지 방역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오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중에선 오존이 살균, 멸균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생수 처리과정에도 공기 플라스마 오존을 이용한 살균이 포함돼 있다. 오존 사용의 역사가 100년이다. 다만 방역에 사용한다는 생각을 못 했을 뿐이다. 오존은 액체 형태인 오존수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염소제에 비해 훨씬 강력한 살균 효과를 가진 데다가 잔류물도 없다. 미국에서도 오존 방역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UCLA 워즈 연구팀(Wirz Research Group)은 플라스마 스프레이 살균 실험을 통해 플라스마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의 강력한 대안임을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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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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