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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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화학교육과 1학년이던 1987년 10월 어느 날. 이선우 학생(전남대 화학과 교수)은 학교 앞에서 2학년 선배(문중호씨)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선배가 갑자기 “나, 오늘 막차 타고 서울 간다. 같이 가자”라고 말했다. 화학교육과를 졸업한 선배(83학번 이천석씨)가 서울의 카이스트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그 선배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이선우 학생은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엉겁결에 1년 선배를 따라 부산발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 막차를 탔다. 밤새 열차는 경부선 상행선을 달렸고 새벽녘 서울역에 도착했다. 이선우 학생의 첫 서울 나들이기도 했다.

술 마시다 경부선 상행선 타고 학문의 길로

지난 11월 27일 광주 전남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선우 교수는 당시를 돌아보며 “카이스트대학원 다니는 선배의 기숙사 주소와 전화번호만 들고 갔다”라며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은 순간을 말했다. 당시 카이스트는 대전이 아니라 서울에 있었다. 학부는 없고, 대학원만 있었다. 1박2일의 서울 방문을 마치고 부산에 돌아온 뒤 이선우 학생의 진로는 달라졌다. 그는 공부를 해서 대학원에 가기로 했다. 이선우 교수는 “옛날 얘기 잠깐 하겠다”라며 부산대 사범대 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화학교육과는 학력고사 점수에 맞춰 들어간 거다. 국립대학 사범대 졸업자의 경우 그때는 성적과 무관하게 교사 발령이 보장되었다. 나도 교사가 되려 했다. 그런데 카이스트 선배를 만나고 난 뒤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그런 세상이 있는 줄 몰랐고, 사범대 출신이 카이스트 대학원에 갈 수 있는 줄도 몰랐다.”

포항공대 박사 후 예일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이선우 학생은 부산대 졸업 후 포항공대 화학과에 진학했다. 이때 자신과 함께 서울행 열차를 탔던 문중호 선배도 포항공대 화학과에 들어갔다. 포항공대 화학과에서 이선우 석사과정 학생의 지도교수는 박재욱 교수였다. 석사 공부를 하면서 화학 공부에 구멍이 조금씩 보였다. 박재욱 교수는 그걸 질책하거나 하지 않았다. “박재욱 교수님이 나를 잘 끌어줬다”라고 이 교수는 고마워했다. 화학과 동기들도 잘 도와줬다. 이선우 교수는 대학원 진학 때는 석사까지만 하려고 했다. 박사과정 진학 의사를 비치자 경찰로 일하던 아버지가 부정적이었다. “국내 박사로는 대학교수도 못 된다. 학위 받느라고 고생만 한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이선우 교수는 공부를 좀 더 하겠다면서 1996년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3년 반 만인 1999년 여름에 졸업했다. 박사과정 때 연구는 ‘비대칭성 합성 촉매 개발’이다. 비대칭성 합성이란, 카이랄 물질 만들기를 가리킨다. 카이랄 물질은 분자 구조가 똑같은데, 오른손 물질과 왼손 물질로 구별되는 물질을 가리킨다.

당시 한국과학재단이 해외에 박사후연구원 갈 사람을 모집했다. 여기에 지원했는데 합격해 미국 예일대학으로 갈 수 있었다. 이때 부산대 1년 선배이고, 포항공대 화학과를 같이 다녔던 문중호 선배도 합격했다. 문 선배는 미국 보스턴의 MIT로 떠났다. 미국행 비행기도 같이 탔다. 문중호 박사는 지금 미국 플로리다인터내셔널대학 교수로 일한다.

예일대학으로 간 그는 뉴헤이븐에서 밥 먹고 실험만 했다. 실험하면 결과가 나오고, 연구가 쌓이면 논문이 나오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돌볼 가족이 없었고, 연구를 하는 데 달리 걸리적거리는 게 없었다. 2년간 있으면서 화학자들이 최고의 학술지로 생각하는 미국화학회지(JACS)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박사후연구원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2001년 7월 LG화학(기술원 석유화학연구소)에 취직했다. 대학에 자리를 알아보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당시는 국내 박사로 대학교수 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어쨌든 당시에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교수가 얘기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연구실 책상 앞 의자에 걸어놨던 점퍼를 갖고 왔다. “LG화학에서 받은 옷이다. 편해서 입고 있다”라고 했다. 점퍼 앞에 새겨져 있던 LG 로고와 글씨는 지워버렸다고 한다. 몇 년 전 일 때문이다. 자연대 다른 과에 일이 있어 갔는데 LG 점퍼를 입은 그를 향해 한 사람이 “아저씨, 에어컨 고치러 왔어요?”라고 말을 걸어왔다. 그런 말이 듣기 싫어서 회사 로고를 없앴다. LG화학에는 2004년 2월까지 2년 반을 다녔다. 그러던 중 전남대 교수 채용에 지원해 교수의 길로 들어섰다.

짝지음반응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개념도. 코끼리와 펭귄을 갖고 그림 왼쪽의 코끼리 머리에 펭귄 몸을 가진 걸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코끼리와 펭귄으로부터 필요한 걸 잘라내어 붙이는 작업을 하는 건 그림 속의 ‘Pd(팔라듐)’이라는 금속이다.
짝지음반응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개념도. 코끼리와 펭귄을 갖고 그림 왼쪽의 코끼리 머리에 펭귄 몸을 가진 걸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코끼리와 펭귄으로부터 필요한 걸 잘라내어 붙이는 작업을 하는 건 그림 속의 ‘Pd(팔라듐)’이라는 금속이다.

그가 LG화학 점퍼를 걸치고 다니는 이유

이선우 교수가 박사후연구원 시절 몸담았던 예일대학에서 지도교수는 존 하트윅이었다. 하트윅 교수는 유기금속화학자이고, 자기 이름이 들어간 화학반응, 즉 이름반응(Named Reaction)을 만든 바 있다. 그 반응은 ‘버크월드-하트윅 짝지음반응’(cross-coupling reaction·1995년 개발)으로 불린다. 새로운 짝지음반응을 만들어냈는데, 이 반응이 유용성으로 많은 사람의 연구에 이용되면서 개발자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름반응과 짝지음반응은 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강원대 화학과 이필호 교수가 설명해 줬었다.

이선우 교수가 짝지음반응 중 개발자 이름이 붙은 반응, 즉 이름반응 일부를 다시 상기시켜줬다. 1972년 헥(Heck)반응, 1975년 소노가시라반응, 1979년 스틸레반응, 스즈키반응…. 짝지음반응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탄소-탄소 결합(공유)을 만드는 방법이다. 탄소원자 하나와 탄소원자 하나는 잘 안 붙는데, 짝지음반응으로는 붙일 수 있다. 이선우 교수는 “가령 (탄소들로 만들어진) 벤젠고리 하나와 다른 벤젠고리를 붙이고 싶다.<76쪽 그림 참조> 그런데 이 두 개를 붙이는 반응은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것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팔라듐이나 니켈 촉매를 이용한다”라면서 이미지 한 개를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띄웠다. 코끼리와 펭귄 그림이 하나씩 있다. 여기서는 코끼리 머리와 펭귄 몸통을 붙이는 게 목표다. 이 두 개를 짝짓는 게 ‘짝지음반응’이다. 코끼리 머리(벤젠고리)와 펭권 몸통(벤젠고리)을 떼어내 붙이는 일을 하는 건 팔라듐 촉매다. 반응이 끝나면 벤젠고리 하나와 벤젠고리 하나가 바로 붙는다. 벤젠고리에 있는 탄소원자 하나와, 또 다른 벤젠고리에 있는 탄소원자 하나가 결합한다.

그러면 나머지 덩어리들, 즉 코끼리 몸통과 펭귄 머리는 어떻게 되나? 이들은 필요 없는 것들이다. 반응이 끝나면 버려진다. 그런데 이들이 반응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가령 코끼리 몸통은 통상 금속(유기금속화합물)이다. 여기서 어떤 ‘금속’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무엇과 무엇을 붙인다거나, 탄소-탄소 결합을 이뤄내는 반응 속도가 얼마나 빨리 일어나느냐가 달라진다.

앞에서 여러 이름반응이 있었다. 소노가시라반응, 헥반응, 스즈키반응 등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C-C 결합으로 같으나, 사용하는 ‘금속’, 즉 ‘코끼리 몸통’에 해당하는 유기금속화합물이 다르다. 가령 소노가시라반응은 구리(Cu), 스즈키반응은 붕소(B), 네기시반응은 아연(Zn), 스틸레반응은 주석(Sn)을 쓴다.

아래 분자식은 프로피오릭산을 가리킨다. 이걸 재료로 해서 위의 분자식 구조를 얻어낸 게 이선우 교수 그룹이 해낸 일이다. 삼중결합 탄소를 벤젠고리에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아래 분자식은 프로피오릭산을 가리킨다. 이걸 재료로 해서 위의 분자식 구조를 얻어낸 게 이선우 교수 그룹이 해낸 일이다. 삼중결합 탄소를 벤젠고리에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팔라듐 촉매를 활용한 짝지음반응

그렇다면 이선우 교수의 은사인 하트윅 교수가 개발한 짝지음반응은 무엇일까? 이 교수에 따르면 하트윅 교수는 방향족 화합물(C)과 질소(N)를 결합하는 반응을 팔라듐 촉매를 사용해서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탄소와 질소 결합(C-N)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보고한 것이다. 버크월드-하트윅 반응이 나오기 전에는 구리 촉매를 이용해서 C-N 결합을 만들었다. 이선우 교수는 “독일인 울만(Ullman)이라는 사람이 1906년에 개발했고, 100년 가까이 사용해온 성공적인 반응이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울만이 개발한 구리 촉매를 사용한 탄소-질소 결합법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대량으로 만들기 위해 반응을 일으키면 나중에 구리를 제거해야 하는 공정이 어려워진다. 제약회사가 구리를 제거하기 쉬운 공정을 필요로 했다. 약에 C-N 결합이 들어간 구조가 많기 때문이다. 구리 촉매를 이용한 방법을 팔라듐 촉매를 사용한 방법으로 업그레이드한 게 버크월드와 하트윅 두 사람이다.”

팔라듐 촉매와 이선우 교수의 인연은 박사학위 과정으로 올라간다. 포항공대 박사과정 학생일 때 팔라듐 촉매를 갖고 ‘페로센(Ferrocene)’을 기본구조로 하는 ‘카이랄 리간드 합성’ 연구를 했다. 페로센이 낯설어서 이 교수에게 물어보니, 샌드위치 구조라며 그림을 그려서 보여준다. 철(Fe) 원자가 있고, 그 위아래로 5각형 탄소고리가 하나씩 있는 구조였다. 예일대 화학과의 존 하트윅 교수 방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할 때는 역시 팔라듐 촉매를 이용해 ‘짝지음반응’을 연구했다. 이 교수는 팔라듐 촉매에 대해 “팔라듐은 다른 전이금속 촉매인 니켈, 구리, 루테늄에 비해 말을 잘 듣는다. 반응을 조절하기 쉽다”라고 말했다.

앞에서 말한 ‘짝지음반응’은 널리 활용되고, 일부 반응 개발자는 2010년 노벨 화학상까지 받았다. 이선우 교수에 따르면 그러나 ‘금속’이 반응의 부산물(부반응)로 나오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네기시반응은 ‘아연’이, 스틸레반응에서는 ‘주석’이 나오는데 가급적 환경 유해물질인 금속이 폐기물로 나오지 않는 방법이 좋다.

이선우 교수가 전남대 교수가 된 2004년 이후에 한 연구는 이 지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이 교수가 개발한 짝지음반응은 소노가시라반응과 똑같은 탄소-탄소 (삼중)결합 반응을 일궈내면서도, 금속 부산물 대신 이산화탄소가 나올 뿐이다. 이 교수는 “이산화탄소도 환영받지는 않겠으나, 환경 유해 폐기물인 금속보다는 훨씬 낫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 그룹이 개발한 짝지음반응은 ‘탈(脫)카르복실화 짝지음반응’이다. 목표는 벤젠고리(C)와 삼중결합 탄소를 붙이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카르복실산’이란 걸 쓴다. 그리고 탄소원자와 탄소원자 사이에 결합을 만들어내는데, 삼중결합 탄소를 벤젠고리에 연결하는 것이다. 탄소-탄소 결합에는 단일결합, 이중결합, 삼중결합과 같은 다양한 결합이 있다. 기존에 탄소-탄소 삼중결합을 연결하는 방법은 ‘소노가시라반응’이다. 이 교수 그룹의 ‘탈카르복실화 짝지음반응’은 삼중결합을 만들어내면서도, 소노가시라반응과는 달리 금속이라는 환경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탈카르복실화 반응은 재료를 상업적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값이 싼 ‘프로피오릭산’이다. 가격도 싸고, 금속 유해 폐기물도 나오지 않으니 좋다. 또 액체이기 때문에 반응에서 사용할 양을 조절하기 쉽다”라고 말했다. 싸게 구할 수 있는 프로피오릭산을 보면 탄소-탄소 삼중결합이 들어가 있다. 탄소원자와 탄소원자가 강하게 결합하고 있는데, 각각의 탄소에는 다른 것들이 붙어 있다. 왼쪽 탄소에는 수소(H)가, 오른쪽 탄소에는 ‘카르복실산’이 붙어 있다. 이선우 교수의 목표는 수소와 카르복실산를 떼내고 그 자리에 각각 벤젠고리를 붙이는 거다.

이 교수에 따르면, 수소는 기존의 짝지음반응인 소노가시라반응을 사용해 떼어낸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카르복실산을 이선우 교수 그룹이 개발한 짝지음반응에 사용한다. 이들이 개발한 방법은 프로피오릭산에서 카르복실산을 떼내고 그 자리에 벤젠고리를 붙이는 것이기에, 탈카르복실화 짝지음반응이라고 한다. 그 결과로, 탄소-탄소 삼중결합의 양쪽에 벤젠고리(방향족고리화합물)가 하나씩 붙어 있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교수 그룹은 탈카르복실화 짝지음반응을 개발함으로써, 방향족고리화합물 두 개를 붙이는 방법을 새로 내놓은 것이다.

이 교수는 “남현국 석사과정 학생(알파캠 근무)이 개발했다. 처음에는 만들어졌는지 몰랐으나, 한 해 후배인 주진훈(대림산업 근무)씨와 얘기하다가 연구의 실마리를 찾았다. 수소 NMR(핵자기공명)로 확인하고, 가스-크로마토그래피를 찍었으며, 다시 탄소 NMR로 확인한 결과, 생각하지 못했던 게 만들어졌음을 알았다. 탄소-탄소 삼중결합이 숨어 있었다. 탈카르복실화 짝지음반응이 일어난 걸 확인한 순간이다. 이후 문정주 학생(LG화학 근무)이 선배의 연구를 이어받아 수율을 올리는 연구를 했다. 탈카르복실화 짝지음반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탄소-탄소 삼중결합의 양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석사·박사과정이었던 박경호 학생(LG화학 근무)이 지속적인 연구 결과물들을 내놓았다”라고 말했다.

‘오가닉 레터스’ 표지 이미지
‘오가닉 레터스’ 표지 이미지

‘오가닉 레터스’에 게재된 새로운 짝지음반응

이 교수는 “탄소-탄소 삼중결합이 들어간 (공액) 고분자를 만들 때 우리 그룹이 개발한 방법을 사용한다”면서 탈카르복실화 짝지음반응으로 만든 물질을 이용한 것으로 센서가 있다고 했다. TNT와 같은 화약의 센서에 들어가는 기본 골격을 만드는 데 이 물질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물질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이 된다. 이 교수 그룹이 탈카르복실화 반응을 개발하기 전에는 LED 발광다이오드 물질을 만드는 반응에서 주석이라는 금속 폐기물이 나오는 반응을 사용해야 했다. 새로운 방법을 쓰면 금속이 아니라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이 연구는 2008년 첫 논문이 나왔고 학술지 ‘오가닉 레터스(Organic Letters)’에 게재됐다.

미국화학회지(JACS)나 독일화학회지(앙게반테케미)에 논문이 실리면 화학자는 자신의 연구가 크게 평가받은 것으로 보고 만족해한다. 이선우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런 얘기를 했다. “연구 결과가 나왔을 때 나는 ‘야, 멋있다. JACS나 앙게반테케미에 논문이 나가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곳에 보냈는데 실리지 않았다. 2004년 전남대에 부임해 실험실도 없고, 학생도 2005년에야 받았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2007년에 만들어낸 성과였는데, 거절을 당한 것이다. 그때는 신임 교수 시절이어서 실망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니, 그때 JACS나 앙게반테케미에 논문이 안 실린 게 나에게는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JACS에 나왔다면, 그 수준을 유지하는 연구를 계속하려는 욕심을 냈을 것이고 능력은 부족한데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교수는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거라고 했다. “나는 머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해서 잘하는 사람들과 경쟁해 온 것 같다. 그런데 열심히 하고 성실함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하고 그러면서 나의 영역을 확보하는 쪽으로 연구를 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는 탈카르복실화 짝지음반응으로 논문을 많이 냈다. 이선우 그룹이 이 영역에서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 그는 만족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얘기했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그룹이 개발한 탈카르복실화 짝지음반응이 ‘소노가시라반응의 대체재’ 정도로 받아들여지는데 앞으로는 소노가시라반응으로 안 되거나 불가능한 걸 탈카르복실화 반응으로 해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한 연구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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