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이언티픽리포트’는 미국 스탠퍼드대 마이클 코신스키 교수팀이 사람들의 얼굴 사진으로 정치적 성향을 알아맞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정치 구호 등이 적힌 모자나 티셔츠 등이 없어도 AI가 사람의 얼굴 사진 한 장만 보고 그 사람이 보수 성향인지 진보 성향인지를 70% 이상의 정확도로 추정해냈다는 것이다. 신원 확인에서 시작한 얼굴 인식 기술이 이제 개인의 정치 성향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정확도 72%… 사람보다 훨씬 잘 알아맞혀

가장 사회화된 동물인 인간은 얼굴을 통해 서로의 정보를 확인한다. 얼굴에 그 사람의 삶의 이력은 물론 건강 정도, 성격 등을 나타내는 다양한 정보가 표현되기 때문이다. 이들 정보가 들어 있는 사진을 고도화된 컴퓨터 프로그램, 즉 인공지능이 분석하면 자신들도 모르는 상세한 정보를 정교하게 식별해낼 수 있다고 코신스키 교수는 말한다. 그는 얼굴과 정치적 성향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조정행동학과 교수다.

교수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특별히 정치적 지향성을 인식하는 AI를 목표로 만든 게 아니다. 일반적인 오픈 소스 얼굴 인식 알고리즘일 뿐이다. 교수팀은 이 알고리즘을 통해 미국, 영국, 캐나다 국민 108만5795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얼굴 사진 자료는 3개국의 온라인 데이트 웹사이트와 페이스북의 프로필에서 수집했다. 웹사이트와 페이스북 앱 등록자들은 그곳에 그들의 정치 성향과 연령, 성별을 작성해 놓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표본으로 사용했다. 먼저 온라인 데이트 웹사이트와 페이스북에서 수집한 얼굴 사진들을 ‘얼굴 인식 알고리즘’에 입력한 다음, 사진 속 얼굴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파악하여 정치적 성향의 상관관계를 찾아 그 사람이 진보인지 보수인지 추측하도록 했다. 혹시 사진의 배경이나 강아지, 화분, 나무와 같은 다른 요소들이 분석에 영향을 미칠까 봐 얼굴 윤곽만 나타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 사진 크기를 줄였다. 그 뒤 얼굴을 설명하는 핵심 특징을 2048개의 데이터 요소들로 압축했다.

그 결과 예측 알고리즘의 정확도는 72%로 지금까지의 그 어떤 예측치보다 높았다. 실험 대상자들이 온라인 데이트 웹사이트와 페이스북에 밝혀 놓은 정치적 취향 정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미국 데이트 웹사이트 사용자 86만2770명을 대상으로 한 가장 큰 표본에서의 정확도가 72%로 나타났고, 캐나다(71%)와 영국(70%)의 데이트 웹사이트 사용자의 분석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미국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표본에서는 정확도가 73%에 달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3개국 소속 국가나 페이스북, 데이트 웹사이트와 같은 사용 환경에 관계없이 정확도가 비슷하게 나온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100개 항목 성격을 묻는 설문지’를 통해 정치적 성향을 추측하는 방법에서 나온 정확도 66%보다 우수하다. 또 사람이 일반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예측하는 정치적 성향의 정확도 55%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치이다. 이를테면 ‘나는 누구 지지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그때의 분위기에 따라 속내를 감추고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AI보다 사람이 더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코신스키 교수의 설명이다.

코신스키는 AI가 높은 정확도로 사람의 얼굴에서 그들의 정치관을 읽어낸 이번 연구 결과는 ‘정치적 성향이 유전된다’는 기존의 연구와 일치한다고 말한다. 곧 한 사람의 정치적 성향은 얼굴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유전자 혹은 발달 단계의 요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얼굴 인식 알고리즘이 극우와 극좌인 사람들을 잘 구별하며, 그사이에 정치 성향이 자리 잡은 사람들은 그보다 덜 구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의 분석에서 보수 성향 점수가 높게 나올 경우 그 사람이 실제로 보수적일 확률은 매우 높았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얼굴 특성이 보수·중도·진보적 성향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연관성은 나타났는데, 특히 머리의 방향과 얼굴에 드러난 감정 표현이 단서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코신스키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자칭 진보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사진 속 얼굴은 카메라를 정면에서 바라보며 찍는 경향이 강하거나 놀라운 표정을 짓거나 크게 웃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왼쪽)사람들의 얼굴 사진으로 정치적 성향을 알아맞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한 마이클 코신스키 스탠퍼드대 교수. photo 유튜브<br/></div>코신스키 교수는 얼굴 데이터로 성적 취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한 바 있다. 코신스키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띄운 얼굴과 성적 취향 관계 분석도.
(왼쪽)사람들의 얼굴 사진으로 정치적 성향을 알아맞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한 마이클 코신스키 스탠퍼드대 교수. photo 유튜브
코신스키 교수는 얼굴 데이터로 성적 취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한 바 있다. 코신스키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띄운 얼굴과 성적 취향 관계 분석도.

얼굴 데이터에서 성적 취향까지 예측

코신스키는 페이스북 자료를 이용해 성격을 유추한 정신적 특성 평가 연구로도 유명하다. 그는 사람의 일부 특징은 얼굴 모양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IQ 예측은 물론 민족성, 정직성, 감정 상태, 폭력적 성향, 범죄 가능성 등 각 사람의 특징을 다양하게 식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미래에는 학교에서 학생의 가능성을 판단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17년 얼굴 데이터에서 개인의 성적 취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AI를 적용한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동성애자를 구별하는 실험을 한 결과 남성의 얼굴 사진을 보여준 분석에서 81%, 여성의 경우 71%의 정확도로 나타났고, 남성 동성애자는 턱이 좁고 코가 길다는 식의 특징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 대해서도 ‘얼굴 인식’ 기술이 편향된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하고 있어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AI가 어떤 아이의 패턴이 더 유전적으로 뛰어난 지능을 가졌는지 밝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 등이다. 펜실베이니아대 대니얼 피트로 박사후연구원은 얼굴 사진을 통해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예측할 수 있지만, 이번의 알고리즘이 추려낸 요소들은 실제 얼굴 특성과는 거의 관계가 없을 수도 있고 설문지를 통해 맞힐 확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신스키 교수는 얼핏 이 기술이 위험하게 들리지만 적절하게 윤리적으로만 사용한다면 우리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알고리즘을 발전시키면 구직자와 직업의 궁합을 분석해 주거나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키워드

#과학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