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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645호] 2021.02.08

현대차 발칵 뒤집은 애플의 비밀 집착 어느 정도길래...

▲ 애플의 지나친 비밀 집착은 현대차와의 협업이 중단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photo 뉴시스
2월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애플카'로 불리는 애플 브랜드의 자율주행 전기차를 두고 애플과 현대차·기아의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전한 중단의 이유는 '누설' 때문이었다. 수년간 개발 프로젝트와 공급업체에 대한 정보를 비밀에 부쳐왔던 애플이 애플카를 둘러싼 내용들이 하나둘 대외로 알려지자 화가 났고 그래서 논의 중단을 선언했다는 얘기였다.
   
   결과적으로는 애플의 원칙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애플은 공급자나 잠재적 파트너들에게 비밀유지와 그에 대한 통제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양보하지 않는 그들만의 비즈니스 방식으로 애플과 거래하는 기업이 엄격한 비밀유지 조항에 합의해야 한다는 건 새삼스럽지 않다.
   
   보통 테크기업 간 거래에는 비공개 합의가 일반적이다. 다만 애플은 다른 경쟁사들보다 비밀유지를 훨씬 강하게 요구하는 편이다. 애플은 파트너들에게 “언론에 애플을 언급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CNBC는 애플과 함께 일해 본 관계자의 말을 빌려 “애플사의 비밀유지 요구 사항은 넘어야 할 장벽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비밀을 사랑하는 이유
   
   애플이 먼저 말하기 전까지 파트너들은 애플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매우 불편해한다. 아이폰용 강화유리를 공급하는 코닝사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2017년부터 최소 4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코닝과 진행했고 보도자료를 통해 애플이 지원하는 미국 제조회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그런데 오히려 코닝사 측에서는 애플의 이름이 언급되는 걸 꺼려했다.
   
   지난해 10월 실적을 보고하는 '어닝콜'에서 코닝사의 웬델 위크스 CEO는 "애플의 이름을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회사 내에선 애플을 위한 코드네임이 따로 있으며 '애플'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그들의 이름을 소리내 읽으면 불안증세를 보이는 것 같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위크스 CEO의 말처럼 애플의 파트너들은 애플을 애플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일부는 아예 '과일회사'라고 부른다.
   
   ‘비밀’은 애플의 종교와 같다. 게다가 회사의 DNA와 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애플의 비밀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로부터 비롯된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잡스는 신제품을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마다 관객들의 놀라움을 일으키기 위해 연단에 서기 전까지 모든 걸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 신비로움을 바탕으로 자신의 발표를 열광적으로 진행하는 마케터였다.
   
   잡스 사후 오늘날 애플 역시 그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제품 출시를 두고 놀라움과 즐거움을 불러오려고 하며 이것은 애플 마케팅의 핵심 전략이다. 지난해 9월 애플은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의 신제품을 발표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행사를 개최했다. 이 발표를 보기 위해 유튜브 앞에 앉은 사람들이 수백만 명이었는데 이들 모두 비밀에 기반한 호기심을 가득 안고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본 소비자들이었다.
   
   애플은 미공개 제품에 대한 세부사항을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로 본다. CNBC는 "애플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하는 행동 방침에서 직원들이 애플 사업 정보를 벤더나 공급업체에 공개할 때는 ‘매우 선별적’이어야 하며, 비공개 합의가 이뤄진 뒤에야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자, 벤더, 기타 제3자와 비밀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을 때는 당면한 사업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 이상의 노출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게 방침의 핵심이다. 이 방침에는 공급업체 역시 비밀유지 등에서 애플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애플 밖에서 공유되는 모든 비밀 정보는 협정으로 보호되도록 했다.
   
   이런 비밀유지는 역설적으로 애플을 끊임없는 관심의 대상이 되게 했고 미디어의 중심에 서게 만들었으며 성공을 선물했다. 비밀유지의 깐깐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급업체들은 애플과 성공을 꾀하기 위해 계약을 맺으려고 뛰어든다.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인 시러스로직(Cirrus Logic)도 그랬다. 지난해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애플과 계약으로 맺은 매출이 전체 매출 중 81%에 해당하는 12억8000만 달러였다.
   
   시러스로직 경영진은 대신 여러 해 동안 애플이라는 단어 자체를 완전히 피하며 지냈다. 2017년 투자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프레젠테이션 때, 고객사의 다양한 로고가 담긴 슬라이드가 포함됐는데 이중 애플의 로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슬라이드에 등장했던 건 ‘#1 Customer’(넘버원 고객)라는 글자였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 애플의 대표적 제품인 아이폰 사업을 논의할 때조차도 에둘러 표현한다. 지난해 6월 미국 통신용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의 호크 탄 CEO는 아이폰12와 관련한 수익에 관해 이야기할 때 애플이라는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표현한 방법은 '북아메리카의 대형 스마트폰 고객'이었다.
   
   
   “우리의 관계에 관한 설명도 비밀에 부친다”
   
   비밀유지를 어겼을 때는 어떤 페널티가 있을까. 스크래치에 강한 사파이어 글래스를 공급했던 GT어드밴스테크놀로지는 2014년 파산 절차에 들어갔는데, 이 회사는 애플과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파산 절차가 진행되면서 애플과 맺은 비밀유지 계약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회사는 애플과 비밀유지 협약을 어길 시 유출당 5000만 달러를 애플에 지급한다는 조항에 서명한 상태였다.
   
   계약서에는 GT어드밴스테크놀로지가 동의한 3건의 별도 비밀유지계약이 언급돼 있었고 비밀유지 계약의 조항 역시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채권자였던 애플은 이 5000만 달러의 벌금 계약이 드러난 뒤 GT어드밴스테크놀로지와 채무탕감에 합의했는데, 그 조건은 이랬다. “애플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비밀’에 부친다.” 애플의 비밀유지는 이렇게나 지독하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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