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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자의 세상 읽기]  가상화폐·신재생… 설익은 미래 기술이 날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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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6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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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가상화폐·신재생… 설익은 미래 기술이 날뛸 때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미국 뉴햄프셔주 셀렘에 등장한 비트코인 ATM기. photo 뉴시스
“비트코인·알트코인·도지코인 등의 가상화폐는 화폐도 아니고 금융자산도 아니다. 가상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무형의 자산일 뿐이다. 그래서 G20에서도 ‘가상자산(virtual asset)’이라고 부른다. 굳이 정부가 나서서 규제·보호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시장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요즘 국무총리 대행을 맡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친절한 내로남불식 궤변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어쭙잖은 훈계보다 훨씬 더 분명하고 명쾌하다. 물론 설득력은 기대할 수 없다. 특히 부동산의 높아진 벽에 막혀버린 암울한 현실에서 어렵사리 찾은 돌파구까지 막아버리겠다는 정부에 단단히 화가 난 2030에게는 확실하게 염장을 지르는 발언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 광풍, 김치 프리미엄, 환치기를 처음 경험하는 것도 아니다.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블록체인’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선정했을 때의 사정도 지금과 똑같았다. 정부가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허용해주어 오히려 기름을 끼얹었다. 결국 비트코인의 가격이 수십 배나 뛰어오르고, 약탈에 가까웠던 거래소의 횡포도 심각해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온전하게 손을 놓고 있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정부는 무능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2009년 1월 3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에 의해 탄생했다. 논문의 형식을 흉내 낸 황당한 제안이었지만, 2017년의 다보스포럼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가상화폐는 혁명적인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한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거래의 구체적 내역을 기록한 블록을 체인 형식으로 연결한 거래원장을 암호화해서 클라우드 시스템에 분산 저장하는 것이 가상화폐의 핵심이다.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교묘한 원리다.
   
   거래원장의 유효성을 확인해주는 ‘발행기관’도 필요 없다.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해주는 소프트웨어가 모든 과정을 알아서 자동으로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근원적으로 인간 세계의 모든 ‘권위’를 분명하게 거부하고 부정한다는 뜻에서 무정부주의적이다. 그래서 가상화폐는 누구나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현실세계의 국경에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그러나 특정 가상화폐의 유효성 검증 알고리즘은 아무도 검증할 수 없다. 거래소의 일방적인 주장을 믿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가상화폐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현실세계에서 가상화폐의 긍정적 역할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화폐로서의 유동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도 아니다. 최근 먹튀 논란을 일으킨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비트코인의 ‘유동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월에 구매했던 비트코인의 일부를 팔아봐야만 했다. 과연 머스크가 한 번의 경험으로 유동성을 확인했는지는 알 수 없다. 비트코인에서 확인된 유동성이 모든 가상화폐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가상화폐가 주식이나 채권처럼 민간의 자금을 생산적으로 모아주는 금융투자 자산도 아니다. 실제로 가상세계에서의 24시간 영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하루 2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현금 거래의 사회적 기능은 확인된 것이 없다. 지금도 여전히 치외법권 지대에 머무르고 있는 가상화폐거래소의 사회적 기능도 불확실하다. 모든 금융거래에 적용되는 금융실명제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가상화폐가 과연 국가경제나 세계경제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가상화폐의 부작용은 차고 넘친다. 가상화폐가 자금세탁 등의 불법적 목적에 유용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손쉬운 투기의 수단이기도 하다. 알량한 변명이 옹색하기는 하지만 일론 머스크도 불과 넉 달 만에 가뿐하게 무려 1억달러의 가외 수익을 챙겼다. 그런 행운이 머스크에게만 찾아가야 할 이유는 없다. 거래소의 횡포도 여전하다.
   
   정부의 입장이 너무 한심하다. 세상 물정 모르고 무작정 가상화폐에 매달리는 2030 세대에게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나무라는 정도가 고작이다.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이 만들어낸 ‘김치 프리미엄’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중국 투기세력의 불법적 환치기와 부동산 투자를 막아내기에는 정부의 역량이 크게 모자라다.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도 미완성의 설익은 미래 기술이다. 가상세계에서만 가능한 분산원장을 이용해 정보의 진실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블록체인의 핵심이다. 가상화폐는 분산원장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인센티브로 고안된 수단이었다. 암호화된 분산원장을 저장해준 수고에 대한 대가로 고안된 것이 가상화폐라는 뜻이다. 그런데 수단에 불과했던 가상화폐가 블록체인의 궁극적 목표로 둔갑해버렸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설익은 미래 기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현실이다.
   
   
   신재생 에너지도 설익은 미래 기술
   
   정부가 ‘에너지 전환’으로 포장해놓은 ‘탈핵’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는 수소·태양광·풍력을 비롯한 신재생도 역시 설익은 미래 기술이다. 아직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미래 기술인 신재생이 지금 당장 국민 안전과 환경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비현실적이다. 기술 개발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정부의 착각일 뿐이다.
   
   무엇보다 신재생의 효율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다. 전국에 설치해놓은 20.1GW의 신재생 발전설비가 실제로 생산하는 전력은 3.7GW이다. 발전효율이 18.4%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부가 지난 연말 성급하게 만들어놓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추정한 2034년의 사정은 오히려 더 나빠진다. 77.8GW의 신재생 설비에서 고작 10.8GW의 전기를 생산한다. 발전효율은 13.9%로 떨어지게 된다. 신재생 기술이 오히려 퇴화한다는 뜻이다.
   
   신재생의 간헐성도 극복하기 어렵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재 사고를 해결할 수 없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 ‘탄소제로섬’으로 만들겠다던 제주도의 현실도 암담하다. 무분별하게 설치해놓은 태양광·풍력을 사흘이 멀다 하고 차단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신재생의 극심한 간헐성을 극복하려면 LNG화력을 우후죽순처럼 세워야만 한다. 2034년에는 전체 전력생산의 47.3%를 인구밀집 지역에서 온실가스와 초미세먼지를 내뿜는 LNG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된다. LNG에서 뽑아낸 이른바 개질(改質)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마구 쏟아져나오는 온실가스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정말 탄소중립의 꿈을 위해서라면 신재생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온전한 ‘현재 기술’인 원전과 석탄은 함부로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한 원전 기술을 휴지통에 버리는 일은 인류 문명에 대한 모욕이다. 설익은 미래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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