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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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가 교수 한 사람을 위해 건물을 지은 건 개교 이래 처음이라고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당시 주목받은 사람은 연세대 화학과 천진우 교수. 2015년 12월 그는 연세대 교수로서는 처음으로 IBS(기초과학원) 연구단 단장으로 선임되었다. 이후 연세대는 연구단 유치 때 약속한 대로 천 교수가 이끄는 IBS 나노의학 연구단이 들어설 건물을 세웠다. 지난 3월 15일 연세대 서문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외벽에 ‘IBS’라고 쓰인 6층 건물이 보였다. 6층에서 천 교수를 만났다.

연세대서 교수 한 사람 위해 건물 지어줘

IBS연구단 단장이면 한국 과학자 커뮤니티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에게 “어떻게 성공했느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천 교수는 “성공은 무슨 성공이냐. 성공 비결 없다. 그냥 열심히 하는 거다. 별로 뛰어난 게 없어,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대면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런 질문에는 답하기 난처해서 그런지 판단할 수 없었다. 어쨌든 첫 질문은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질문 방향을 바꿔야 했다.

그가 이끄는 IBS 나노의학연구단의 비전을 물었다. IBS는 2011년에 설립되었으니, 올해가 창립 10주년이다. 천 교수의 나노의학연구단은 IBS가 출범한 지 4년이 지난 2015년 12월에 설립됐다. IBS(원장 노도영)는 연구단 발족 5년 시점에서 해당 연구단을 대상으로 연구실적 평가를 한다. 천 교수가 이끄는 나노의학단은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는 나노화학 연구자다. 연구단은 ‘나노의학’을 연구한다. 나노과학을 이용해 생명현상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의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을 만들어내는 게 연구단의 목표다.”

최근 자기유전학 분야 개척 중

천 교수는 어떤 과학적인 질문을 갖고 있을까? 그는 “최근 관심 갖고 있는 주제는 생명체를 자세히 보고, 거기에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면 좋겠다 하는 것이다. 이게 큰 명제”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나노의학 방법을 도입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자기유전학(magneto genetics)이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했다. 가령 현재는 세포를 관찰할 때 광학현미경을 사용한다. 광학현미경은 해상도가 좋아져서 수십㎚(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대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광학현미경은 단점이 있다.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볼 수가 없다. 광학현미경은 빛을 이용하는데 빛은 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때문에 광학현미경 말고 다른 방법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천 교수의 나노의학은 현재진행형 연구이고, 여기까지 오는 데는 젊은 교수 시절부터 했던 나노화학이 기반이 되었다. 그는 연세대 화학과 81학번. 1987년 연세대에서 석사까지 하고, 1988년 미국 일리노이대학(어배너-섐페인)으로 박사 공부를 하러 갔다. 화학과의 그레고리 지롤라미(Gregory Girolami) 교수가 은사다. 천 교수는 “미국에서 대학 다닐 때 훈련을 잘 받았다”라고 말했다.

지롤라미 교수는 정통 유기금속화학자였다. 천 교수에 따르면 유기금속화학은 개념이 간단하다. 금속이 있고, 금속(원자)을 둘러싼 리간드가 있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거기에서 시작해 금속+리간드 구조를 갖고 촉매든, 초분자(supramolecule)든 연구를 한다. 천진우 박사과정 학생은 이런 금속+리간드 구조를 기반으로, 반도체가 됐든 금속이 됐든 박막(thin film) 소재 개발을 했다. 천 교수는 “화학자이니 분자를 배웠다. 그런데 나는 분자를 갖고 물질을 만들었다”며 이런 설명을 했다. “그 당시 물질 만들기는 신소재, 반도체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인데 그런 걸 나는 박사 때 공부했다. 분자 하나하나가 모여, 최종적으로 물질을 이루는 것까지 보았다. 그런데 분자가 모여 물질이 되는 중간 과정이 있다. 그 중간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사람들은 몰랐다. 이 중간 과정을 파헤치는 게 ‘나노화학’이다.”

나노미터는 10-9m이니 나노물질은 원자보다 조금 크다.

천진우 단장이 나노화학 연구 시절에 한 연구. 나노결정 모양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였다.
천진우 단장이 나노화학 연구 시절에 한 연구. 나노결정 모양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였다.

중간 과정 파헤치는 나노화학에 뛰어들다

천 교수는 1993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과 UCLA에 가서 1998년까지 박사후연구원으로, 그리고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1998년 한국으로 돌아와 카이스트 교수가 되었다.

1998년이 어떤 때였나? 외환위기가 나라를 휩쓸었고, 사람을 뽑는 곳은 거의 없었다. 카이스트도 그해 교수를 두 명밖에 안 뽑았다는 얘기가 있다. 이렇게 어려울 때 카이스트가 천 교수를 채용했다면 그가 이전에 좋은 연구를 했다는 게 된다. 천 교수에게 어떤 연구를 했냐고 물었다. 그는 “뭔가 연구를 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되었고, 요즘 연구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라고 받아넘겼다.

천 교수의 카이스트 연구실은 ‘나노화학실험실’이었다. 나노화학실험실이라는 이름을 한국에서 쓴 첫 번째 연구자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카이스트에 4년 있다가 2002년 연세대 화학과로 옮겨왔다. 그 후에도 나노화학실험실이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1990년대 초·중반부터 사람들이 나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노 크기 반도체 물질을 갖고 양자점(quantum dot)을 잘 만드는 법을 1993년 미국 MIT그룹이 내놓았고, 나노 다공(多孔)성 물질 분야도 1990년대 초에 시작됐다. 탄소 나노 튜브도 1990년대 초반에 나왔다.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은 ‘국가 나노 기술 이니셔티브’라는 걸 2000년에 내놓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나노 과학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천진우 교수는 미국에서 이런 분위기를 확인했고, 카이스트에 가면 나노화학을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노물질 연구는 연구비가 별로 많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외환위기 여파 속에서 연구실을 꾸려야 했으니 ‘돈’에 예민할 때다. 천 교수는 “전자현미경만 있으면 나노화학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나노입자가 만들어졌는지 보기만 하면 되니까. 나머지는 ‘cooking chemistry(굽는 화학)’와 똑같다”라고 말했다. 전자현미경은 카이스트에 인접한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가서 사용할 수 있었다. 천 교수는 “나노화학이란 분야가 흥미로웠고, 또한 주어진 IMF 외환위기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당면과제였다. 그러면서 나노화학의 질문들을 풀어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자성물질로 바이오에 들어가다

나노결정이 어떻게 자라나고, 모양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게 그의 초창기 연구다. 2002년 미국화학회지(JACS)에 보고한 별 모양 나노입자가 그때를 대표하는 성과. “나노입자는 구형이 많다. 구형이 에너지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기에, 구형이 많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정육면체, 막대 모양도 만들어진다. 어떻게 해서 나노입자의 모양이 변해가는지를 연구했다. 삼각형, 육각형, 막대기, 꺾인 막대기 모양을 다 만들었다. 정육면체를 바꿔 별 모양으로 만들었다. 당시는 그런 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구가 주목받았다. 반도체로 별 모양을 만든 건 내 그룹이 첫 번째였다. 막대기 4개 모양인 테트라포드(tetra-pod)를 만든 건 우리가 두 번째였다.” 천 교수는 “2등은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신생그룹이 세계에서 2등으로 연구한 것은 대단하다. 하지만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앞선 연구자들이 양자점 나노 분야의 기초연구는 다 해놓았고, 학문의 벽은 높았다. 남은 건 나노입자 제조법밖에 없었다. 천 교수는 형상 제어에 달려들었고,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나노화학의 기반을 닦았다. 천 교수는 “그 당시 양자점 분야는 한없이 쫓아가는 연구일 뿐이다. 그래서 더 이상 하지 않고 소재를 바꿨다. 그때까지 하던 광학물질, 즉 빛이 나오는 물질인 반도체를 버리고 자성물질로 넘어갔다”라고 말했다. 그때가 2003년, 2004년 쯤이다. 그는 ‘자성물질과 바이오(bio·생물학)’를 결합한 연구를 시작했다. 천 교수는 “자성물질을 갖고 바이오에 들어간 건 우리가 세계적인 선도그룹으로 진입하게 된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실린 논문 이미지. 세포막의 이온채널을 자기장으로 열 수 있음을 보였다. ⓒphoto 천진우 단장
올해 초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실린 논문 이미지. 세포막의 이온채널을 자기장으로 열 수 있음을 보였다. ⓒphoto 천진우 단장

2㎜ 크기의 암까지 볼 수 있는 조영제

2002년 연세대로 옮긴 뒤부터는 나노입자를 갖고 생체 내부를 촬영하는 연구를 했다. 2005년 미국화학회지에 보고한 논문이 당시 연구를 잘 보여준다. 천 교수는 “나노 영역에서 입자 크기를 바꾸면 조영제 효과가 달라진다. 자성물질도 크기에 따라 자성이 달라지고, MRI 조영 효과가 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논문으로 나노의학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나노 크기의 물질인 양자점은, 크기에 따라 내놓는 빛의 색깔이 다르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양자점은 오늘날 디스플레이 소재로 사랑받는다. 양자점에서 크기가 중요한 것처럼, 천 교수가 관심 있는 MRI 조영 효과에서도 나노입자의 크기가 중요하다. 10㎚인지, 8㎚인지, 6㎚인지에 따라 나노입자의 자성이 달라진다. 이런 걸 ‘나노 크기 효과’라고 한다. 천 교수는 “자성입자로 MRI를 하겠다고 하면 내 논문을 봐야 한다. 가능한 방법과 원리를 내 논문이 가르쳐준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이 연구를 먼저 시작했고,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을 때 중단했다. 그리고 다음 연구로 넘어갔다.

그다음 단계는 나노입자를 이루는 물질을 다양하게 바꾸면 조영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한 거다. 이 연구는 2007년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보고했다. 철, 망간, 산소를 갖고 조성을 바꾸면 자성 특징이 크게 달라졌다. 천 교수는 “나노입자의 화학적 조성을 바꿔 새로운 개념의 조영제를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MRI 조영 효과가 수배 좋아졌으며, 무엇보다 2㎜ 크기의 작은 암까지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암의 조기진단을 돕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특히 산화철 입자에 망간을 집어넣었을 때 조영 효과가 크게 향상된다는 걸 알았다. 이 연구는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와 공동연구를 했다.

2012년에는 ‘나노 스위치’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세포는 외부에서 특정 신호가 오면 자살을 한다. 인체 내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천 교수는 세포 표면에 있는 암 특이적 수용체의 활성을 외부에서 자기장을 갖고 조절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암세포를 원하는 시간 및 위치에서 정확하게 죽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현재 도전하고 있는 분야이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는 ‘자기유전학’이다. 천 교수에 따르면, 자기장에 반응하는 박테리아가 있다. 영어로 Magnetotactic bacteria(마그네토택틱 박테리아·MTB·주자성 세균)라고 한다. 방향, 고도, 위치를 잡는 데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나침반과 같은 ‘자기수용체(magneto receptor)’를 사용한다. 지구는 큰 자석이니, 몸 안에 자기수용체가 있으면 지구 자기장과 반응을 한다. 연어의 회귀나 일부 철새는 이동할 때 자기장을 이용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동을 하면 지구 자기장이 바뀌는 걸 알게 되며, 이때 뇌세포는 필요한 이온채널을 열어 필요한 물질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도록 한다.

광유전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opto)’과 ‘유전학(genetics)’을 결합한 뇌과학이다. 목표로 하는 세포에 빛 감지 센서를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 붙이고, 빛을 쪼임으로써 그 세포를 제어한다. 천 교수는 “이미 광유전학이 뇌과학 분야에 큰 기여를 해냈다. 한계점 역시 존재한다. 한편 자기장은 빛과는 과학적 현상이 다르다. 인체 투과성이 좋아 의료적으로 큰 가능성이 있고, 원격으로 원하는 시간 및 장소에서 생체활동을 연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게 자기유전학이다”라고 말했다.

자기유전학 관련 의미 있는 연구가 올해 초에 나와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보고했다. 이 연구는 6년 정도 걸렸다. 천 교수는 “연구가 아주 복잡했다. 2007년 네이처 메디신에 논문을 냈을 때 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연구의 난도가 10이라고 하면, 올해 나온 논문 연구의 난도는 90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단히 어려웠다는 얘기다.

피에조(piezo)1이라는 단백질을 쥐의 뇌신경세포에 유전공학적으로 생성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여기에만 3~4년이 소요됐다. 바이러스를 이용해, 피에조1 유전자를 쥐의 뇌에 주입한 후 유전공학적으로 쥐의 뇌신경세포막에 피에조1 단백질을 만든 것이다. 천 교수는 “광유전학의 경우 빛에 반응하는 이온채널을 동물 모델에 만드는 작업이 그 분야를 개척한 핵심 기술이다. 자기유전학은 자기장에 반응하는, 즉 자기력을 이용한 ‘힘’에 반응하는 이온채널(mechanosensitive ion channel)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에 따르면, 이온채널이 열리는 방법은 빛이나 특정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등 다양하다. 하지만 힘으로 이온채널을 여는 방법은 아직 연구가 미진했다. 다행히 피에조 이온채널은 힘으로 열 수 있다는 게 알려져 있었고 그래서 그점에 착안하였다. 천 교수는 “피에조1 유전자를 살아 있는 동물의 뇌세포에 발현하도록 하는 능력을 가진 그룹은 세계적으로 한두 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다음에 필요한 건 m-토커(torquer)라고 이름 붙인 나노 기기 만들기다. ‘m-토커’는 자성 나노입자 수백 개가 모인 구형 자석이고, 크기는 500㎚. 이걸 생체 안으로 집어넣고 피에조1 이온채널에 결합하게 했다. m-토커에는 이온채널을 잡아 열 수 있는 손잡이를 달아놓았다. 이온채널을 열기 위한 힘은 어디서 얻나? 자기장을 걸고 방향을 조절하면 생체 안에서 m-토커가 회전한다. 일종의 ‘나노 나침반(nano compass)’이 되는 것이다. 회전력은 물리용어로 토크(torque)다. m-토커는 회전력을 갖기 때문에 이름에 ‘토크’라는 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피에조 이온채널을 열 수 있는 힘의 크기는 5피코뉴턴이라는 걸 알아냈다. 천 교수는 “어려운 과학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융합과학의 메카 구축하고 싶다”

이온채널을 열면 칼슘이온이 세포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고, 뇌신경세포는 발화한다. 그리고 좌뇌와 우뇌에 있는 각각의 뇌신경세포를 대상으로 자기장을 걸었더니, 쥐가 통 안에서 회전하는 방향이 달라진다는 걸 확인했다. 행동을 자기장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보인 것이다. 그간 세계 여러 연구진이 도전했으나 실패했던 “자기유전학의 난제를 풀어낸 쾌거”라고 그는 말했다. 천 교수는 “이 건물에서 실험을 다 했다”라고 말했다. MRI(자기공명영상)가 생체신호를 읽고 검색하는 기능만을 한다면, 자기유전학으로는 쓰기와 교정 기능까지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천 교수는 지금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자기유전학을 근본적으로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하는 기본적인 플랫폼 연구를 해야 한다. 자기유전학이 잘 쓰이려면 과학적 원리 자체가 견고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에 따르면 생명과학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도구는 3가지다. 면역학의 키메릭 항원수용체(CAR-T)와 유전자가위, 광유전학 등이다. 이런 도구에 못지않게 유용한 자기유전학을 개척해 많은 사람이 잘 쓸 수 있게 하는 게 천진우 교수의 목표다. 그는 또 “나노의학이라는 융합과학의 메카를 한국에 구축하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세계적으로 도약하는 학문적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가 시니어 편집자인 화학학술지를 보았다. ‘어카운트 오브 케미컬 리서치(Accounts of Chemical Research·ACR)’이고,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한다. 천 교수에 따르면 미국화학회는 50여종의 학술지를 낸다. 그중에서 미국화학회지(JACS), 케미컬리뷰(Chem. Rev), ACR이 3대 간판 학술지다. 저널의 표지를 넘기니 천 교수 이름이 보였다. 천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에디터는 세 사람인데 미국 저명 학자들이고, 화학을 크게 네 분야로 나눠서 담당한다. 천 교수는 “에디터를 맡고 있는 건 학계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이자 큰 영광”이라고 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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