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된 자신의 음성을 듣고 ‘내 목소리가 정말 이래?’라고 여긴 적이 누구한테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처럼 느껴지면서 ‘오글거려 듣기 싫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2005년 진행된 한 음성 연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들려주고 평가하도록 했다. 같은 목소리를 임상의들에게도 평가하도록 했는데, 그 결과 전반적으로 환자들이 임상의의 객관적인 평가에 비해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의 질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왜 녹음된 목소리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까? 음성 전문가이자 음성 치료사 닐 바트 워싱턴 대학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 CNN에 ‘(녹음된)내 목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생리적‧심리적 설명을 내놨다.

일단, 오디오 녹음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우리가 실제 말할 때 내는 소리와는 다른 루트를 통해 뇌로 전달된다. 녹음된 목소리는 ‘공기 전도’, 즉 공기를 통해 귀로 전달된다. 귀에 도착한 소리는 고막과 귀주변의 작은 뼈들을 진동시키고, 이 소리 진동이 달팽이관으로 전달된다. 이것이 다시 청각 신호를 뇌로 보내는 신경 축을 자극한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면서 듣는 목소리는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와 내부 전도되는 소리의 혼합이다. 우리 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대부분 내부적으로 두개골 뼈를 통해 내이에 직접 전달된다. 내부 뼈 전도는 낮은 주파수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말할 때 자신의 목소리를 더 깊고 더 풍부하게 인식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녹음된 목소리는 가늘고 높은 음을 내는 것으로 들린다.

바트 교수는 녹음된 목소리가 듣기 싫은 데엔 심리적 이유도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설명한 이유로 인해, 녹음된 목소리와 직접 말하며 듣는 목소리 사이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내가 생각한 내 목소리보다 높고 가늘어진 소리에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목소리 차이가 자아 인식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드러내며 그 불일치 때문에 괴로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은 저마다 고유의 목소리를 가지며, 이것은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목소리는 이 정체성을 뒤흔들기 충분하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들을 때 내가 듣는 소리와 다른 소리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 혼란스러움이 따라온다.

하지만 녹음된 목소리가 내가 듣는 내 목소리보다 더 나쁘다고 여길 필요는 없다고 닐 바트 교수는 말한다. 바트 교수는 “우리는 우리 자신이 특정한 방식으로 말하는 것을 듣는 것에 더 익숙할 뿐”이라며 “머릿속에 있는 목소리에 집착해 녹음 장치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거세한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너무 가혹하게 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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