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주여행 스타트업 스페이스 퍼스펙티브가 띄울 성층권 풍선 ‘스페이스십 넵튠’ 개념도. ⓒphoto 스페이스 퍼스펙티브
미국의 우주여행 스타트업 스페이스 퍼스펙티브가 띄울 성층권 풍선 ‘스페이스십 넵튠’ 개념도. ⓒphoto 스페이스 퍼스펙티브

애니메이션 영화 ‘업(UP)’에서는 평생 모험을 꿈꿔온 노인이 수천 개의 풍선에 자기 집을 통째로 매단 채 하늘을 날아다니며 남아메리카까지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전망이다. 미국의 우주여행 스타트업 스페이스 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가 지난 6월 24일(현지시각) 거대한 풍선을 타고 성층권까지 올라가 ‘우주와 비슷한’ 체험을 하는 상품을 예약 판매하기 시작했다. 벌써 30여장의 티켓이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성층권 여행은 우주여행과 어떻게 다르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걸까.

지구 상공 30㎞까지 올라가

지난 6월 18일 오전 5시23분(미 동부시각),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는 성층권 풍선 시제품 ‘스페이스십 넵튠’이 첫 성층권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부근 스페이스코트 공항에서 이륙해 약 33㎞ 상공으로 올라갔다가 6시간39분 뒤 원래 목표대로 멕시코만 해상(플로리다 해안에서 80㎞쯤 떨어짐)에 착수했다. 이 비행은 성층권 관광용 풍선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광범위한 시험 과정 중 하나였다.

성층권 풍선 시제품은 수소로 가득 찬 거대한 풍선에 스페이스십 넵튠이라는 가압캡슐을 매단 형태다. 이번 스페이스십 넵튠 시험비행에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았다. 앞으로의 시험비행도 조종사 없이 이뤄질 계획이고, 이를 통해 스페이스십 넵튠이 성층권으로 가는 안전한 방법임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는 게 회사 공동대표이자 설립자인 테이버 맥칼럼의 설명이다.

성층권은 지구 상공 약 12㎞ 지점부터 50㎞ 사이에 있는 대기층이다. 지구의 대기를 이루는 층은 지표면에서 가까운 순서로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이 있는데 그중 두 번째다. 대류권의 경우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만 성층권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올라간다는 차이점이 있다. 스페이스십 넵튠이 달성하고자 하는 고도는 30㎞. 이곳의 대기압은 지상의 10분의1도 안 될 만큼 낮아서 수초 만에 물과 피가 끓는 극한의 온도 환경이다. 하지만 첨단기술로 무장된 비행선에는 충분한 보호 장치가 갖춰져 있다.

스페이스 퍼스펙티브의 성층권 풍선은 폭 140m, 높이 216m 크기로 축구장만 한 대형 풍선이다. 풍선 안에는 헬륨 대신 값싼 수소가스를 집어넣는다. 풍선의 재질이 잘 늘어나지 않는 폴리에틸렌이라서 수소나 헬륨가스가 밖으로 새지 않을 뿐 아니라 얇으면서도 상대적으로 튼튼해 무게를 줄여준다.

수소나 헬륨은 공기보다 훨씬 가볍다. 공기 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질소나 산소이고, 공기 중에서 첫 번째로 가벼운 원소는 수소, 두 번째로 가벼운 원소는 헬륨이다. 그 때문에 풍선에 이들 가스를 넣으면 주위의 공기가 더 가벼운 풍선을 밀어올려 대기 위로 뜨게 된다. 바닷물이 배와 같은 물체를 위로 떠오르게 하는 원리와 같다.

스페이스십 넵튠은 기구와 객실, 약 20m의 연결선으로 이뤄진 구조다. 조종사 1명과 8명의 승객이 탑승 가능하다. 객실은 좌석과 360도의 파노라마 전망 창, 화장실과 음료바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 승객들이 여행 내내 실시간으로 지상과 통신이 가능하도록 무선인터넷이 설치되어 있다. 여행시간은 총 6시간. 이륙 후 2시간에 걸쳐 고도 30㎞의 성층권에 도달해 2시간 정도 지구의 모습을 감상하고 다시 2시간에 걸쳐 하강하게 된다.

풍선은 시속 19㎞ 속도로 수직으로 올라간다. 성층권 여행은 우주의 경계라는 상공 100㎞에 훨씬 모자라 우주여행이라고 말하긴 거창하긴 하다. 그래도 ‘우주관광’이라고 내놓은 지구 저궤나 준궤도 관광 상품에 비해 가격과 절차 면에서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성층권 여행은 로켓처럼 고도 급상승에 따른 신체 압박과 고통이 훨씬 덜하다. 따라서 우주여행을 가기 위해 사전에 받아야 하는 ‘우주비행사 훈련’을 받지 않아도 된다. 로켓과 같은 굉음이나 연료 연소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 우려도 없다.

물론 성층권에선 무중력 체험은 할 수 없다. 하지만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건 생각보다 근사한 경험이다. 빠르게 나는 비행기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풍선여행은 새벽에 출발하기 때문에 전망 창을 통해 지구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별을 구경할 수 있고, 성층권에 이를 때쯤엔 해가 뜨는 시간이라 일출을 감상하고, 목표 지점에 도착해서는 천천히 움직이는 둥글고 푸른 지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성층권까지만 가도 지구 곡면과 사방 724㎞에 이르는 영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는 2024년 상업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6시간 탑승 비용 1억4000만원

스페인의 제로투인피니티(Zero 2 Infinity)도 성층권 풍선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름 120m의 대형 헬륨가스 풍선 블룬(Bloon)을 이용해 조종사 2명과 승객 4명을 태우고 고도 36㎞까지 올라간다. 상승, 활공, 하강의 총여행시간은 4.5시간. 상승하는 데 1.5시간, 성층권 여행에 2시간, 하강하는 데 1시간이다. 착륙 지점은 출발 지점에서 300㎞ 이내다. 올해 안에 첫 유인 시험비행을 할 계획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품 중 대표적인 것이 우주여행이다. 당장 7월 20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자신이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우주선 ‘뉴 셰퍼드’를 타고 100㎞를 조금 넘는 우주로 여행을 떠난다. 보통 80~100㎞의 준궤도 여행비용은 몇억원 선이다. 110㎞ 상공의 무중력을 경험하는 민간 우주탐사기업 버진갤럭틱의 여행비용은 25만달러(2억8000만원). 블루오리진과 버진갤럭틱 등이 추진하고 있는 준궤도 여행은 천문학적 요금이 드는 저궤도 관광의 대안이다.

지구 밖 400㎞ 상공의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저궤도 민간인 우주여행은 올해 12월과 내년 1월에 시작된다. 먼저 오는 12월 8일, 러시아의 ‘소유즈 MS-20’ 우주선이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조조타운’의 창업자인 마에자와 유사쿠와 그의 보조요원 1명을 태우고 ISS로 출발한다. 2022년 1월에는 미국의 우주관광 스타트업 액시엄 스페이스가 우주선 크루드래건에 3명의 민간인을 태우고 ISS로 떠난다. ISS를 오가는 표 한 장 값만 5500만달러(약 618억원).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성층권 풍선여행 상품의 비용은 얼마나 될까. 스페이스 퍼스펙티브의 예정 가격은 12만5000달러(약 1억4200만원), 스페인 제로투인피니티의 요금은 13만달러(약 1억4700만원)다. 저궤도 우주여행 비용보다 엄청 저렴하고 준궤도 관광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억대를 호가하는 값비싼 여행으로, 일반인에겐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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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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