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비행 중인 항공기에서 로켓 발사에 성공한 민간 우주개발기업 버진오빗의 런처원 프로젝트. ⓒphoto 뉴시스
지난 6월 30일 비행 중인 항공기에서 로켓 발사에 성공한 민간 우주개발기업 버진오빗의 런처원 프로젝트. ⓒphoto 뉴시스

하늘에서 로켓을 쏘아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독특한 발사 방식이 성공해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인공위성·우주탐사선 등을 실어나르는 우주발사체(로켓)는 일반적으로 지상의 발사장에서 발사된다. 그런데 지상 발사대가 아닌, 발사체를 실은 항공기를 발사 플랫폼으로 활용해 공중에서 로켓을 쏘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공중 발사 방식은 지상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어 우주 관계자들의 관심이 크다. 성공의 주역은 민간 우주개발기업 버진오빗(Virgin Orbit)이다.

공중 로켓 발사해 7개 위성 저궤도 안치

하늘 위에서 위성을 쏘는 방법은 이론상으론 간단하다.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특수제작된 초대형 비행기에 싣고 일정 궤도 위에 올라가면 그 로켓을 미사일처럼 쏘는 방식이다. 비행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승객용 의자 등 여객기 내부 설비를 들어낸다.

버진오빗은 수년 전부터 퇴역한 보잉 747-400을 개조해 항공기 왼쪽 날개 밑에 로켓 발사대를 설치하여 발사한다는 ‘런처원(LauncherOne)’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리고 지난 6월 30일 오전 9시53분(미 동부 시각), 캘리포니아주 모하비공항에서 2단 로켓 런처원을 탑재한 항공기 코스믹걸(Cosmic Girl·우주 소녀)을 이륙시켜 새로운 방식의 로켓 발사에 도전했다.

코스믹걸은 이륙 55분 후 캘리포니아 남서쪽 해안 13.7㎞ 위 하늘에서 런처원을 분리했다. 런처원은 몇 분 간격으로 1단과 2단 엔진을 잇따라 점화해 수직상승한 뒤 오전 10시58분 궤도에 도달해 선회하면서 위성을 지구 저궤도(고도 160㎞에서 2000㎞ 사이의 궤도) 공간에 배치했다. 런처원에는 미국(국방부 시험 임무용 위성 4기)과 네덜란드(첫 군용 위성 1기), 폴란드(군집 위성 2기)의 소형 위성 7개가 실렸는데, 이륙 2시간 만에 목표 지점인 고도 500㎞의 원형 궤도에 이를 모두 안착시킨 것이다. 로켓을 분리한 코스믹걸은 공항으로 되돌아왔다.

런처원은 길이 21m의 소형 위성 전담용 발사체로 고도 500㎞ 저궤도에 최대 500㎏의 물체(위성)를 올릴 수 있다. 로켓과 위성을 항공기에 실어야 하는 까닭에 위성의 크기는 길이 1.2m에 무게 100㎏ 이하의 소형 위성이어야 한다. 위성은 지구 저궤도에만 올릴 수 있다. 로켓의 연료는 등유(케로신)와 액체산소를 추진제로 사용한다.

이번 발사는 버진오빗의 공식적인 첫 상업 우주 발사다. 버진오빗은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버진그룹의 자회사로 2017년 설립되었다. 인류의 우주여행을 추진하는 ‘버진갤럭틱’에서 분리된, 소형 위성 우주발사체 전문기업이다. 소형 위성은 GPS(위성항법장치)·관측·통신 중계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사실 버진오빗의 공중 발사 기술은 바로 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 방식에서 따온 것이다. 버진갤럭틱이 추진하는 고도 100㎞ 안팎의 준궤도 민간인 우주여행은 일반 비행기처럼 활주로를 타고 이륙한 뒤 고도 15.5㎞에서 로켓을 분리해 엔진에 불을 붙여 궤도에 올라가는 방식이다. 버진갤럭틱은 2018년과 2019년에 고도 90㎞까지 도달했다가 내려오는 유인 시험비행에 두 차례 성공한 바 있다.

브랜슨 회장은 자신의 우주여행 기업인 버진갤럭틱의 우주선 유니티를 타고 오는 7월 11일 우주여행을 떠난다. 지난 7월 1일 그는 트위터를 통해 갑작스러운 우주여행 일정을 알렸다. 그의 우주여행은 오는 7월 20일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에 탑승해 준궤도 관광에 나서기로 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보다 9일 빠른 것이다.

버진오빗은 지난 6월 30일에 이뤄진 런처원의 첫 상업 발사 임무에 ‘튜블라벨스(Tubular Bells: Part One)’라는 이름을 붙였다. 튜블라벨스는 브랜슨 회장이 1973년 버진레코드를 설립한 뒤 처음으로 낸 앨범 제목이다. 버진오빗의 최고경영자 댄 하트는 올해 안에 런처원이 적어도 한 번은 더 발사되고, 2022년에는 최소 여섯 차례의 발사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후엔 매년 20회 이상 소형 위성 발사를 대행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발사장도 미국 내 플로리다나 영국의 세인트모건 뉴키콘월공항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버진오빗은 이미 수억달러의 발사 계약을 확보해 놓고 있다.

버진오빗이 공중에서 런처원을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시험비행은 2020년 5월에 이뤄졌다. 하지만 로켓 엔진 점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목표 궤도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올해 1월에는 두 번째 시험비행이 실시됐다. 당시 런처원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계약한 시험 위성 10기가 실렸는데, 런처원은 무사히 목표 궤도에 올라 위성 배치까지 마쳤다. 이 성공을 계기로 이번의 실제 상업 비행이 이뤄졌다.

버진오빗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photo 뉴시스
버진오빗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photo 뉴시스

날씨·장소 영향 받지 않는 초저가 시스템

항공기 발사 시스템의 최대 장점은 가격경쟁력이다. 기존의 지상 발사 방식의 대형 우주로켓 발사 비용은 한 번에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천억원이 훌쩍 넘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NASA에서 애용하는 로켓 아틀라스V의 경우 1회 발사 비용(최대 탑재량 8.1t)이 약 1억6000만달러(약 1955억원)다. 이에 비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주도하고 있는 소형 위성 발사체 1회 발사 비용은 600만달러대(약 70억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버진오빗의 공중 발사 로켓 런처원의 1회 발사 비용은 2억~3억원대 수준으로 지상의 발사보다 월등히 저렴하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연료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 발사 로켓은 발사체 기술을 갖지 못한 국가들에 희소식이다. 사실 발사체 기술이 없는 국가에 위성 발사 대행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또 땅 위에서 로켓을 쏘아 올리는 방식과 비교해 공중 발사 방식은 발사 장소나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반 공항 활주로만 있으면 어디서든 발사가 가능해 빠르게 위성 발사를 진행할 수 있고, 천둥 번개가 치더라도 날씨의 상황에 따라 로켓 발사 고도를 높이거나 위치를 바꿔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

로켓 공중 발사의 단점이라면 항공기를 충분히 크게 만들 수 없어 로켓의 중량을 키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요즘은 전자장비가 갈수록 소형화돼 굳이 대형 위성을 쏘아 올리지 않아도 되고, 그렇기에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데 로켓 또한 굳이 대형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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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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