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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호]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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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뇌종양 유발 돌연변이 세포 찾은 이정호 카이스트 교수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정호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뇌질환을 연구하는 유전학자다. 이 교수를 아는 카이스트의 한 선배 교수는 “이 교수가 지금까지 보여준 연구 실적을 앞으로 계속 낸다면 큰 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에도 미국의 뉴욕과학아카데미(NYAS·New York Academy of Sciences)가 주는 ‘과학혁신가 상’을 받았다. 상금이 20만달러나 되는 큰 상이다.
   
   
   의대 본과 4학년 때 기초연구 결심
   
   그는 뇌전증(간질), 뇌종양, 알츠하이머 질병과 같은 난치성 뇌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규명해 왔다. 지난 5월 24일 카이스트에서 만난 이 교수는 “뇌질환은 난공불락”이라면서 “뇌질환은 왜 일어나는지 몰랐고, 그랬기에 발병 원리를 이해하고 그 기전 이해에 근거해 질병을 공략하는 약 개발이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대 출신 기초의학자다. 집안에 의사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부모 권유에 따라 의대에 갔다. 연세대 의대 97학번. 하지만 의대를 다닐 때 임상보다 기초과목이 흥미로웠다. 의대 본과 3학년 때 ‘특성화 선택’이라는 3학점짜리 과목이 있었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석 달 안에 이수하는 과목인데 그는 외국 의사들은 연구를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러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 신경외과에 갔다. 그곳에서 의사 출신인 연구자에게 ‘의사가 연구를 잘할 수 있느냐?’라고 묻자 “의대 졸업하고 레지던트 하고 나면 머리가 굳는다. 연구부터 하면 좋겠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말을 듣고 의대 본과 4학년 때 기초연구를 하기로 결심했고, 분야는 ‘신경약리학’으로 정했다. 이후 연세대 의대 약리학 교실 대학원에 진학했다.
   
   박사학위를 받고 2009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UC San Diego)으로 갔다. 이곳의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소속인 조지프 글리슨(Joseph Gleeson) 교수 실험실에서 연구했다. 글리슨 교수 역시 의사이고 신경유전학자다.
   
   글리슨 교수는 뇌질환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했다. 매년 중동을 서너 번 찾아가 혈액 샘플을 다량 확보해 왔다. 이집트나 시리아에는 근친결혼이 지금도 있어, 희귀한 유전병 환자가 많았다. 글리슨 교수의 문제는 혈액 샘플을 갖고 유전자 검사를 하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의 방식대로 하면 중동에서 가져온 사람들의 유전자 어디에 돌연변이가 있는지를 알아내고 그 기능까지 밝히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때는 유전자 분석에 시간이 오래 소요됐다.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면 그 연구를 맡은 박사과정 학생이나 박사후연구원은 견디지 못한다. 연구를 시작한 지 2~3년 안에는 성과가 나와야 그 논문에 힘입어 좋은 대학의 교수 자리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성 돌연변이는 블루오션
   
   그런데 2010년경 새로운 유전자 분석 방법이 나왔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은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켰다. 이정호 박사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새로운 유전체 분석법 시대가 열리는 걸 보았다. 그는 또 지도교수와는 다른 연구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글리슨 교수는 자식에게 유전이 되는 생식세포 돌연변이(germline mutation)를 찾았으나, 이정호 박사후연구원은 체성 돌연변이(somatic mutation)를 공략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보스의 방법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Red Ocean)이었고, 내가 개척할 분야는 새로운 영역, 즉 블루오션(Blue Ocean)이었다”라고 말했다.
   
   체성 돌연변이는 특정 세포나 기관에서 일어난다. 후천적인 돌연변이인 암세포가 대표적이다. 기존 뇌질환의 돌연변이 연구는 생식세포 돌연변이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난치성 뇌질환과 체성 돌연변이와의 연관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유전자 검사법이 나온 상황에서 체성 돌연변이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뇌질환을 공략하자는 아이디어를 갖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2012년 카이스트 교수가 되었다. 카이스트 교수가 되려면 박사후연구원 때 연구 실적이 상당해야 한다. 그는 무슨 연구 성과를 보였을까? 이 교수는 “성과가 많이 나왔다. 카이스트에 충분히 올 정도의 논문을 썼다”라며 웃었다. 사이언스(2012년)에도, 네이처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도 논문을 발표했다고 했다.
   
   이 교수가 카이스트에 와서 먼저 공략한 질병은 소아 난치성 뇌전증(간질 발작)인 ‘국소 대뇌 피질 이형성증(FCD·Focal Cortical Dysplasia)’이었다. 평균 4살 때 첫 발작이 일어나는 병으로 치료약이 없었다. 소아의 경우 발작이 조절되지 않으면 영구적인 정신지체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발작을 일으키는 뇌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며, 이 경우 환자의 60%는 호전된다. 이 교수는 “이런 환자의 60%는 체세포 돌연변이 때문이라는 걸 알아냈고, 2015년 학술지 네이처메디신(Nature Medicine)에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체성 유전자 돌연변이는 줄기세포에서 시작한다. 줄기세포는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낸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줄기세포는 정상적인 줄기세포와는 다른 세포를 만들어낸다. 이 교수가 보여주는 이미지를 보니, 소아 뇌전증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세포는 백설기 속의 건포도처럼 생겼다. 크기도 컸다.
   
   

   뇌전증 쥐를 만들어내다
   
   이 교수는 연구를 위해 우선 소아 뇌전증 환자의 조직을 구해야 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의 김동석 교수, 장원석 교수로부터 샘플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강훈철·김흥동 교수와 병리과 김세훈 교수가 도움을 줬다. 그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사용해 환자 샘플을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했다. 그 결과 샘플 속의 신경세포 100개 중 2~3개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걸 확인했다. mTOR 유전자의 7280번째에 있는 염기는 원래 ‘T’인데 ‘C’로 바뀌어 있었다. 염기 하나가 돌연변이였다. 돌연변이로 인한 mTOR 단백질의 과도한 활성화가 소아 뇌전증을 일으킨 것일까?
   
   mTOR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인지를 증명해야 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 없으니, 쥐를 갖고 했다. 쥐가 임신하고 14일 되었을 때 태아를 몸 안에서 꺼냈다. 태아 뇌세포에 mTOR 유전자를 편집해 집어넣었다. 태아를 어미 뱃속에 다시 넣고 봉합했다. 쥐는 임신하고 21일 뒤면 출산한다. 쥐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편집을 한 건 mTOR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달과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미의 자궁에서 뇌가 만들어질 때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체성 돌연변이’다.
   
   쥐가 태어나 90일 되었을 때 뇌조직을 꺼내 잘라보았다. 이 교수가 이미지 하나를 보여준다. 파란색이 정상세포이고 초록색이 돌연변이 세포인데 초록색이 뇌에 퍼져 있다. 이 교수가 이어 동영상을 보여줬다. 쥐 한 마리가 상자 안 한쪽 구석에 있는데 몸을 부들부들 떨고 꼬리가 말리는 모습을 보였다. 뇌전증에 걸린 것이다. 그의 그룹이 뇌전증 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정호 교수는 이후 뇌질환을 일으키는 체성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하는 성과를 쏟아냈다. 소아 뇌종양을 일으키는 BRAF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한 연구는 2019년 네이처메디신에 보고했다.
   
   성인의 뇌질환 관련 대표 연구로는 뇌종양 연구와 알츠하이머 연구도 있다. 성인 뇌종양 연구 논문은 2018년 최상위 과학학술지인 네이처에 발표했다. 알츠하이머 연구를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 발견은 2019년 네이처커뮤니케이션에 보고했다. 이밖에 조현병 연구 결과는 2021년 ‘생물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에 보고했다.
   
   성인 뇌종양은 악명 높은 질환이다. 존 맥케인 미국 상원의원, 한국에서는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을 쓰러뜨린 바 있다. 뇌종양은 수술로 제거해도 1~2년 안에 재발하며, 재발하면 치명적이다. 제거해도 소용없다. 이유는 종양, 즉 돌연변이 암세포가 뇌종양이 있는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만들어지는 곳은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내는 뇌줄기세포다. 뇌줄기세포는 뇌종양 부위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RNA 치료제 개발 위해 ‘소바젠’ 창업
   
   최상위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 제목은 ‘인간의 교모세포종(GlioBlastoma Multiforme·GBM)’은 뇌실하영역에서 기원한다’였다. 연구는 세브란스병원 강석구 교수(신경외과)와 함께했다.
   
   이 교수는 “임상 샘플을 얻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의사이기에 병원에서 얼마나 귀하게 샘플이 나오는지를 안다. 의사 백그라운드가 없는 순수 기초생명과학자는 그런 부분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라도 의사과학자가 한국에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이 지금까지 배출한 의사과학자는 150명쯤 된다.
   
   이 교수는 “얘기한 걸 정리하면, 뇌세포의 체성 돌연변이가 뇌질환의 원인이라는 걸 우리가 처음으로 보였고, 쥐를 갖고 질병의 기전을 보여주는 질병 모델도 만들었다. 원인과 진단까지 했다. 문제는 치료다”라고 말했다.
   
   뇌종양을 일으키는 줄기세포를 제거하기는 어렵다. 대신 거기서 생긴 돌연변이가 뇌로 퍼져나가는 걸 막으면 된다는 게 그의 공략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교수가 공략하려는 건 RNA다. RNA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한다. RNA를 타깃으로 해서 만든 유명한 치료약이 모더나, 화이자가 만든 코로나19 백신이다. RNA 치료제는 RNA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도와주는 식으로 약이 된다. 억제하는 건 문제가 되는 단백질 합성을 막기 위해서이고, 도와주는 건 필요한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특정 단백질이 없어서 발병하기 때문이다. RNA 치료제는 현재 신약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2020년 기준 50조원 시장이고 연 40% 성장하고 있다. FDA(미국 식품의약국)가 승인한 RNA 신약이 8개다.
   
   이 교수는 체성 돌연변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RNA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2018년 5월에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소바젠(SoVarGen)’. 전문경영인인 김병태씨가 대표이고, 이 교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한다. 소바젠은 창업 후 두 차례에 걸쳐 창업투자회사들로부터 450억원을 투자받았다. 난치성 뇌질환의 RNA 치료제 개발이 목표인데 소아 뇌전증 치료제 개발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소바젠에서 개발 중인 약 중 일부는 국내 연구자 임상 2상을 끝내고 허가용 임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RNA 치료제의 경우 2023년에는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소아 뇌전증 환자가 얼마나 될까? 이 교수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는 인구의 1%이고, 이 환자 중 50~70%가 소아 뇌전증 환자다.
   
   이정호 교수는 “한국에서 시작한 과학으로, 그리고 한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해 왔다. 인류가 치료하지 못한 병을 치료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런 시대가 다가올 거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연구실 내 화이트보드에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 리스트가 펜으로 쓰여 있었다. 모두 22개. 그가 연구에 매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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