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인류의 가장 오랜 동물 친구다. 때로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보다 더 큰 위로와 기쁨을 선물해주는 존재로, 인간의 ‘반려’ 동물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개와 소통할 수 있단 사실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앉아’‘손’ 등 간단한 훈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같이 사는 집 안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습득하고, 비언어적 신호인 눈짓·손발 제스처, 심지어 주인이 풍기는 분위기를 읽고 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과 개의 종(種) 초월적 상호작용은 오랫동안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미 듀크대 인류학과 브라이언 해어 교수는 인간과 소통하는 개의 능력이 종의 진화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수천 년간 사람에 의해 길들여지며 학습되고 유전된 결과인지를 연구해왔다. 해어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반려견으로 길들여진 강아지와 야생의 회색늑대 새끼를 대상으로 인간과의 상호작용 능력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해어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 앞서 진행한 연구에서 강아지들이 매우 어린 나이부터 이미 인간과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생후 5주에서 18주 사이의 래브라도리트리버, 골든리트리버, 골든리트리버 믹스 강아지 55마리와 미네소타 야생동물 과학 센터의 회색 늑대새끼 37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새끼 늑대들은 사람 손에서 먹이를 받아먹고, 사육사와 함께 잠을 자는 등 인간의 손을 많이 탄 상태였으며, 강아지들은 생후 6~8주 정도가 될 때까지 어미 개와 다른 강아지 형제들과 함께 살다 사람과 살기 시작한 것으로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최소화된 상태였다.

실험 방법은 간단했다. 연구원들은 두 개의 그릇 중 하나에 간식을 숨기거나, 간식 그릇 근처에 장애물을 둔 다음, 강아지나 새끼 늑대가 간식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줬다. 각각의 개나 늑대 강아지에게 음식을 가리키는 단서를 주었다. 그 결과 강아지가 사람이 주는 단서를 더 잘 파악해 더 나은 성과를 거뒀다. 또 강아지가 새끼 늑대보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갈 가능성이 30배 더 높았다.

새로운 음식을 발견했을 때 보인 반응도 달랐다. 연구원들이 밀폐된 용기에 음식을 담아 울타리 안에 놔두었을 때, 새끼 늑대들은 먹이를 먹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내려고 노력한 반면 강아지들은 종종 도움을 청하기 위해 인간을 바라봤다. 연구진으로 참여한 살로몬스 박사는 “연구원이 실험실 울타리에 들어갔을 때 강아지들은 주위에 모여서 우리의 몸에 밀착하고 얼굴을 핥고 싶어한 반면, 대부분의 새끼 늑대들은 구석으로 달려가 숨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개들의 인간과의 상호작용 기술이 인간과의 유대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간과 개가 이어온 최소 1만4000년 이상의 시간 동안 개들이 어떤 맥락에서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정신적 기술을 계발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늑대들은 강아지의 발달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강아지들의 초기 교감 기술들은 인간으로부터 길들여져 얻어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해다. 연구팀은 개와 늑대 모두 기억력과 운동충동 조절 면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이 발견은 어떤 종이 더 똑똑한지에 관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개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종 중 하나다. 약 10억 마리가 넘는 개들이 인간이 사는 모든 지역에 살고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지구상엔 겨우 수십만 마리의 늑대가 남아있다. 야생에 사는 늑대는 인간을 두려워하는 게 분명하고, 개와 같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이것은 인간들이 늑대들을 괴롭히고 사냥하고 끔찍한 짓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는 개와 인간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또한 사람들이 늑대를 더 많이 인정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키워드

#과학
김경민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