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센터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9월 6일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센터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백신만 맞으면 금방 끝날 줄만 알았다. 그렇지만 웬걸, 2주씩 쉼 없이 연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만큼이나 코로나19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백신은 맞았지만 델타변이니, 돌파감염이니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나오니 불안하기만 하다. 의문점이 생겨 찾아보려 해도 기사만 봐서는 도통 알 수가 없다. 부모님께 조곤조곤 설명해 드린다는 생각으로 백신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모아 정리해봤다.

Q 백신 맞고 아프지 않으면 효과 없는 것 아닐까?

백신을 맞고 아프지 않았다면 좋은 일이다. 아프지 않았다고 굳이 불안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백신을 맞고 꼬박 하루를 앓아 누운 사람도 있는 반면 팔이 욱신거리는 정도에서 그쳤다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백신을 맞는 사람의 면역계 반응 정도가 저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면역계의 예민성은 떨어지게 된다. 사소한 일에도 강력한 감정변화를 겪는 사춘기 시절과 세상일에 무뎌지는 노년의 감정이 다른 것처럼, 면역계도 젊을 때는 외부 침입물질에 과하게 반응하곤 한다. 그래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는 항체를 만드는 기능만 수행하는 걸 넘어, 적극적으로 체온을 올리고 공격적으로 바이러스를 때려잡을 채비를 하게 된다. 실제로 바이러스가 침입한 게 아니라 백신을 맞은 것뿐인데도 말이다.

열이 치솟고, 근육통으로 쑤시고, 오한이 드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게 백신 효과를 그대로 반영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사람의 면역계의 까탈스러움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반영할 뿐이다. 심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일부 병원에서 시행하는 코로나 항체 검사라는 것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 검사는 비싸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내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능력을 얼마나 갖췄는지를 정확히 알려주진 못해 그리 권장되진 않는다.

Q 1차와 2차를 다른 백신으로 맞는 ‘교차접종’은 안전할까?

주간조선 2670호 ‘백신 수급 불안정보다 ‘당겨쓰기’가 문제였다’를 통해 교차접종을 유발한 건 정부의 잘못된 ‘당겨쓰기’ 정책 때문이라는 점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교차접종(cross inoculation)이 오히려 백신 효능을 높여주는 결과가 나타났단 것이다. 이런 효과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로 맞고, 다른 백신을 2차로 맞았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영국에서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실제 효과를 나타내는 백신 내용물을 몸속으로 전달하기 위해 인체에 무해(無害)한 다른 바이러스의 힘을 빌린다. 그런데 우리 몸의 면역계가 보기에는 그렇게 들어온 바이러스도 적으로 보인다. 가스검침원인지 도둑인지를 모르고 낯선 사람이면 무조건 짖어대는 강아지랑 비슷한 역할이다. 1차 접종에서 백신이 들어간 뒤 열이 나고 아픈 이유다.

그런데 2차 접종 때가 되면, 한 번 봤던 적군이기 때문에 면역계가 더 맹렬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그러니 두 번째 접종 때는 백신 종류를 바꿔 다른 백신을 맞는 ‘교차접종’이 오히려 효과가 더 좋게 나오더란 얘기다. 다만 백신 접종의 제1원칙은 같은 백신을 두 번 맞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차접종 시행에 관해서는 국가마다 정책이 조금씩 다르다.

Q 접종 기간이 밀릴 수도 있다는데, 그렇게 맞아도 될까?

백신 접종을 두 차례로 나누는 것은 이유가 있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초면인 적군보다, 구면인 적군에 더 잘 반응한다. 이를 ‘면역 기억’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면역 기억이 생기는 데 필요한 기간은 2주에서 4주 정도인데,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해 보니 3~4주가 최적 기간이라는 게 밝혀졌고 따라서 그 기간 내에 2차 접종을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게 늘 그렇듯, 이 접종 기한을 딱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런 일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미국 같은 곳에서는 백신을 맞기 위해 집에서 편도로 2시간씩 이동해야 하는 곳도 있다. 일정을 맞추지 못했을 경우 백신 접종이 1~2주 정도 밀리는 일도 생긴다. 그렇다 보니 접종 기간이 최적 기간 내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의 항체량 등을 조사한 해외 연구 데이터를 보면 다행스럽게도 조금 밀린다고 해서 면역 기억이 사라지진 않는다. 항체량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적 기간은 있지만 그 기간에서 조금 벗어난다고 해도 특별히 큰일이 생기는 건 아니란 뜻이다. 연구 결과는 다행스럽지만 정해진 접종 기한을 맞추어 2차 접종을 하는 것이 원칙인 건 변하지 않는다.

Q 백신 부작용이 무서워서 맞기 싫다면?

앞에서 간단한 부작용은 살펴봤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렇다.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는 흔히 발견되는 가벼운 부작용이 있고 발생하는 빈도는 낮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가벼운 부작용부터 시작해 치명적이고 위중한 부작용 순으로 한번 살펴보자.

우선 흔히 발생하는 가벼운 부작용이다. 부작용이라고 하니 심각한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약효가 나타나는 것 외의 모든 반응은 다 부(副)작용이다. 주사를 맞은 어깨 부위가 뻐근하고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가장 흔하다. 열이 나는 것,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추운 것, 극도의 피로감이 느껴지거나 몸살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많이 생기는 부작용이다. 이럴 때는 진통제를 아끼지 말고 증상이 있을 때 바로 먹는 게 좋다.

대부분은 이런 가벼운 부작용을 앓고 지나가지만,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부작용도 매우 드물지만 발생하긴 한다. 지금까지 국제적 공조를 통해 밝혀진 건 세 가지 정도다. 아래 증상이 아니라도 평상시와 다른 신체 상태가 발생하면 전화로 문의하거나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첫 번째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서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가슴통증이다. 심근염이라고 하는데, 백신 접종 후 숨쉬기가 어렵거나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압박감이 느껴지면 접종 의원 혹은 가까운 응급실에 내원하는 게 좋다. 젊은 남성에게서 주로 보고가 됐는데 며칠 후 멀쩡히 회복되는 게 대다수다.

두 번째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에서 발생하는 두통이다. 이들 백신은 혈액 일부가 뭉치는 혈전 증상이 매우 드물게 보고된 바 있는데, 혹여나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백신 접종 후 갑자기 강한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즉시 응급실 등을 방문하는 게 좋다.

세 번째는 백신 자체와 큰 관련이 없는 전신 두드러기 반응이다. 백신 접종 후 피부에 울긋불긋하게 무언가 올라오고 가려움이 심해지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매우 드물게 발생하긴 하지만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Q 백혈병? 탈모? 생리가 멎는다?

앞에서 설명한 부작용들은 명확하게 백신 접종과 연관성이 있다고 인정받은 것들이다. 반면 오비이락(烏飛梨落)의 고사처럼, 백신을 맞는 시기와 건강이 나빠지는 일이 겹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백신을 접종하는 것과 건강이 나빠진 것 사이에 정확히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인과성 평가라는 걸 진행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백신 접종 후 백혈병, 하혈, 생리불순 같은 증상들은 현재 국제적으로 인과성 평가가 진행 중이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고 하면 다른 원인이 있었던 것 아닐까란 의심이 들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로는 특별히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리불순이나 하혈 등의 증상 역시 백신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백혈병에 비해서는 조금 더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백신이 특별히 성호르몬 같은 것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백신에 따른 면역반응으로 컨디션이 일시적으로 나빠져 이와 같은 증상이 잠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의심 중이다.

Q 새로운 코로나19 변이는 왜 등장할까?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 거다. 다만 진화한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 어떻게 진화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드물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떻게 변이가 생기는 걸까. 바이러스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복제해서 증식하는 방식으로 개체 수를 늘린다. 그런데 스스로의 유전자를 복제하면 할수록 자신의 유전자를 조금씩 바꾸는 성질이 있다. 흔히 말하는 ‘돌연변이’다.

돌연변이는 바이러스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한다기보다는 자기 유전자도 정확하게 복제를 못 할 정도로 하등한 생물이라 생기는 오류에 가까운 현상이다. 그러다 유전자 변화가 많이 쌓이면 기존의 바이러스와는 여러 면에서 성질이 다른 새로운 변이로 바뀔 수 있다. 델타변이 같은 게 대표적이다.

이런 변화는 바이러스가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수록 더욱 빨라진다. 만약 갑에서 을을 거쳐 병, 정까지 감염시키면 원래 바이러스에서 세 차례나 복제를 거쳤지만 그만큼 오류도 쌓이게 된다. 이게 수천 명, 수만 명 단위로 번진다면? 수많은 확진자가 나온다는 건 바이러스의 복제 역시 그만큼 이뤄졌다는 뜻이다. 당연히 유전자 변화도 더 많이 일어났을 거고,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게 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니 백신이 없어 감염자가 폭증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도 잡히지 않고, 계속 새로운 변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서만 백신을 맞는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부스터샷이 선진국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개발도상국에 돌아갈 백신을 선진국에서 맞게 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새로운 변이가 나올 수 있다. 이럴 경우 선진국의 집단면역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백신의 국제 공조가 중요한 이유다.

Q 백신 맞고도 ‘돌파감염’이 된다던데, 혹시 물백신?

백신 접종은 총검이 뚫지 못하는 무협지 속의 금강불괴(金剛不壞)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방탄조끼를 입는 것에 더 가깝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방탄조끼를 입었다고 해도 총알을 직격으로 맞으면 고통이 상당하다.

실제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효능과 예방률을 따지는 게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소리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승인된 백신들은 모두 총을 막을 수 있는 방탄조끼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감염이 되더라도 죽지는 않게 해준다는 걸 입증해낸 것들이다. 물론 이왕 방탄조끼를 입는다면 내구성이 더 좋거나, 활동성이 좋은 것을 고르는 게 유리할 수는 있다. 그런데 맨몸인 상태에서는 이것저것 따져가며 종류를 가릴 게 아니라 뭐라도 입는 게 중요하다.

기존에는 코로나 항체량이 충분하면 감염도 원천 차단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합의였으나, 델타변이와 같은 강력한 변종 코로나가 나타나면서 백신 접종 후 감염을 뜻하는 ‘돌파감염(breakthrough infection)’이 가능하단 게 밝혀졌다. 살상력 강한 신무기가 개발되자 방탄조끼가 뚫리긴 하더란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도 맨몸으로 총알을 맞는 것보다는 훨씬 피해가 적기 때문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Q ‘부스터샷’을 꼭 맞아야 하나?

나이를 먹고 세월이 지나면 기억은 조금씩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모든 기억이 그렇지는 않지만, 삶에 영향을 크게 준 사건이 아니라면 보통은 그렇다. 면역 기억도 이와 비슷하다. 백신을 맞으면 면역세포가 우리 몸에 침입한 적을 기억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이 흐려지는 경우들이 생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가 그렇다.

현재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뒤 시간을 두고 환자들의 항체량을 검사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백신 2차 접종 후 약 6개월가량의 결과를 담은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코로나19 감염 예방률이 90%를 웃돌던 백신들도 시간이 지나자 그 수치가 조금씩 감소하는 게 밝혀졌다. 그런데 아직까지 어느 정도의 항체가 있어야 감염을 막을 수 있을지,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악화되는 걸 막을 수 있을지를 우리는 잘 모른다.

게다가 위험성이 강한 코로나19 변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2차 접종 후에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백신을 한 번 더 맞아 항체량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게 바로 ‘부스터샷(booster shot)’이다. 백신 추가 접종 주기가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일정한 기간마다 한 번씩 다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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