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프로젝트 타라’에 쓰이는 무선 광통신 장비(위)와 이를 설치하는 장면. 최대 20㎞ 떨어진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레이저 광선으로 묶어 최대 20기가비피에스의 인터넷 대역폭을 제공한다. ⓒphoto 구글
구글의 ‘프로젝트 타라’에 쓰이는 무선 광통신 장비(위)와 이를 설치하는 장면. 최대 20㎞ 떨어진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레이저 광선으로 묶어 최대 20기가비피에스의 인터넷 대역폭을 제공한다. ⓒphoto 구글

인터넷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구글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광케이블망을 통해 인터넷 데이터를 전송하는 일반 방법이 아닌, 무선 레이저를 이용한 인터넷망 구축이다. 비용이나 지형적 문제로 광케이블망을 깔 수 없어 사이버 공간에서의 세상 교류가 어려운 이들에게 소통 경로를 열어줌으로써 정보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콩고에서 물리적 연결을 통하지 않고도 데이터를 주고받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구글의 ‘프로젝트 타라’ 서비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도 지구촌에는 통신 인프라가 정비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우리와 달리 전 세계 30억명 이상이 인터넷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인터넷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통신 인프라 시설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구글은 ‘프로젝트 타라(Project Taara)’라는 이름의 무선 광통신(WOC·Wireless Optical Communications)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최대 20㎞ 떨어진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이저 광선으로 묶어 대역폭을 최대 20Gbps(기가비피에스·1Gbps는 1초당 1기가비트를 전송할 수 있는 속도) 이상 제공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이는 수천 명의 주민이 동시에 유튜브를 시청해도 충분할 만한 인터넷 환경을 제공한다.

‘프로젝트 타라’는 원래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이 진행해온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룬은 고도 20㎞의 성층권에 통신 중계기 등을 갖춘 열기구(풍선)를 띄워 지상의 오지에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2011년부터 프로젝트를 추진해오다 지난해 하반기경 케냐에서 정식으로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올해 초 갑자기 사업을 포기했다.

프로젝트 룬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는 사라진 룬의 대안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던 중 ‘룬의 아이디어’를 끌어와 성층권이 아닌 지상에서 인터넷 연결 문제를 해소할 방법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레이저를 이용한 별도의 인터넷망 구축이다. 레이저로 인터넷을 쏜다는 개념은 2017년 시작되었지만 프로젝트 타라는 룬 중단 이후 정식으로 불씨를 살려내기 시작했다.

구글은 우선 케냐 전역 서비스를 위해 현지 통신사 리퀴드텔레콤과 손잡았다. 리퀴드텔레콤은 기존의 모든 기지국에 타라 전용 장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구글은 이미 콩고공화국(ROC)의 수도 브라자빌(Brazzaville)과 콩고강 건너편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Kinshasa) 사이에 레이저를 이용한 무선 광통신을 연결해 데이터 송수신 실험에 성공했다.

브라자빌과 킨샤사 두 도시 사이의 거리는 4.8㎞. 콩고강을 두고 마주하고 있지만 두 나라 사이에는 아직 다리가 없다. 따라서 두 도시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려면 강 주변을 우회해서 광케이블을 400㎞ 이상 깔아야 한다. 그럴 경우 온라인에 접속하는 비용이 레이저 인터넷망보다 5배 더 비싸다는 게 프로젝트 타라의 엔지니어링 책임자 바리스 어크만의 설명이다.

구글은 광케이블 대신 무선 광통신을 구축하기 위해 콩고강 양쪽 지역의 높은 곳에 한 쌍의 송수신 단말기를 세웠다. 송신기에서 레이저를 쏘고 멀리 떨어진 마을의 수신기가 신호를 받아 주변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원리인데, 신호는 고깔 모양의 거울이 자동으로 움직여 잡아낸다. 레이저로 직접 쏘는 방식이라 빛을 계속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송수신 장치는 통신이 방해되지 않도록 장애물이 없는 고층 건물 옥상이나 철탑 등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어크만에 따르면 젓가락 크기의 빔을 10㎞ 거리에서 5㎝ 표적에 맞힐 만큼 신호 포착이 정밀하다.

지난 9월 구글은 브라자빌과 킨샤사 두 도시에서 레이저를 통해 20일간 약 700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주고받았고, 99.9%의 가용성(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정도)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고화질(HD)로 월드컵 축구 경기를 27만번 시청한 것과 맞먹는 정보량이라고 어크만은 말한다. 송신기에서 보내는 레이저를 감지하면 수신기 하나가 마치 악수하는 것처럼 그대로 20Gbps의 대역폭을 연결해 20㎞ 거리를 커버한다.

프로젝트 타라는 앞으로 주력 인터넷망인 광케이블망을 설치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모든 지역에 초고속 인터넷을 공급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통신 방해받지 않으려면 장애물 없어야

레이저를 이용한 무선 광통신의 장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장점은 광케이블처럼 고용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으면서도 유선 케이블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광케이블 연결이 어려운 강이나 고산지대, 기타 다른 이유로 통신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은 지역에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가의 광케이블망 인프라 구축이 필요 없는 만큼 비용 절감 효과가 뛰어나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훌륭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단점도 존재한다. 가장 큰 단점은 레이저 신호 연결이 환경과 눈·안개·비 등 기상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안개가 짙기로 악명 높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에서는 단말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원숭이가 송수신 단말기를 밀치거나 단말기 사이로 새가 지나가는 환경이 되면 신호가 손상된다. 따라서 전송 품질이 100%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광역 광통신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갑자기 변화하는 환경이나 기후에도 신호 연결이 자동으로 조정되도록 레이저 추적과 그 자리에서 바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날씨 같은 요소를 바탕으로 무선 광통신의 가용성을 추정하는 ‘네트워크 툴’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활용할 경우 이상적인 날씨 조건을 갖춘 가장 적합한 곳에 단말기를 설치할 수 있다.

한편 구글은 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에코넷그룹(Econet Group)과 협력해 케냐를 시작으로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으로 ‘프로젝트 타라’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4만2000개가 넘는 위성을 발사해 지구상 어디서나 최대 1Gbps의 초고속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스타링크(Starlink)’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프로젝트지만,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오지 사람들에게는 비용, 시간, 효율성 측면에서 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프로젝트 타라가 전 세계 인터넷 사각지대를 모두 없애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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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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