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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2호]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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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구 최초 가수 여우원숭이, 노래의 기원 밝혀줄까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2021-11-10 오후 4:09:27

▲ ‘인드리’라 불리는 대형 여우원숭이. photo audleytravel.com
음악이 영장류 중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우원숭이도 규칙적인 리듬을 타며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언어심리학연구소의 안드레아 라비그나니(Andrea Ravignani) 박사 등 공동연구진이 연구의 주인공이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됐다.
   
   
   리듬 맞춰 노래하는 동물 첫 발견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열대우림에는 인드리(Indri)라는 고유종 대형 여우원숭이가 산다. 키 약 1m, 체중 약 4.5㎏으로 현존하는 여우원숭이 중 가장 큰 종이자 멸종위기종이다. 인드리는 노래하는 영장류로 유명하다. 처음엔 집단끼리 울부짖음에 가까운 노랫소리로 아침을 열고, 뒤이어 다 자란 두 마리의 인드리가 이중창을 한다. 나무에서 생활하면서 4㎞ 밖에서도 들릴 만큼 큰 소리로 하루에 몇 번씩 합창과 듀엣을 한다.
   
   보통 노래하는 동물이라고 하면 우리는 새를 떠올린다. 대체로 서양 사람들은 새들이 즐거워서 ‘노래하는(singing)’ 것으로, 동양 사람들은 새들이 ‘우는(crying)’ 것으로 표현한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간 이외의 동물 중 뚜렷한 리듬을 가지고 노래하는 것은 울새인 나이팅게일과 금화조 정도만 확인됐다. 이들 새는 바흐나 베토벤의 작곡 규칙과 비슷한 리듬을 나타내고 리드미컬하게 박자를 맞춘다.
   
   하지만 영장류에서 정확한 리듬을 가지고 노래하는 동물은 알려진 게 없다. 이를 찾아내기 위해 독일의 라비그나니 박사팀과 이탈리아 토리노대 키아라 데 그레고리오(Chiara de Gregorio) 연구원 등이 여우원숭이 인드리의 노랫소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먼저 그레고리오와 그녀의 동료들이 마다가스카르의 20개 인드리 집단에서 12년 동안 총 39마리의 울음소리를 녹음했다. 열대우림의 깊숙한 숲에 사는 인드리를 따라다니며 노랫소리를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랜 작업 끝에 합창과 듀엣 소리까지 모두 녹음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녹음 파일만 무려 636건이다.
   
   한편 라비그나니 박사팀은 소리나 파동을 시각화하는 스펙트로그램을 이용해 이 노래 파일들을 모두 분석했다. 음악의 여러 특성 가운데 두 박자 리듬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인드리의 울부짖음과 같은 소리에서 두 가지 유형의 규칙적인 리듬을 찾아냈다. 먼저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똑같은 1 대 1 리듬이다. ‘쿵 딱 쿵 딱’처럼 음이 같은 간격으로 반복되는 소리이다. 또 하나는 1 대 2 리듬이다. ‘쿵 따악~ 쿵 따악~’과 같이 둘째 음이 첫째 음보다 2배 더 길다.
   
   이 두 가지 리듬은 전설적 록그룹 퀸(Queen)의 노래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에서 모든 관객이 따라 부르는 전주에 다 나온다. 정교하게 음악적인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는 건 자신의 성대 근육을 잘 쓸 줄 안다는 것이며, 노래를 부르는 속도가 다르더라도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규칙적이면 알아듣기 쉽다.
   
   연구팀은 또 인드리의 노래가 리듬과 함께 속도를 늦추는 리타르단도(점점 느리게) 기법을 구사하는 특성도 확인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암컷과 수컷의 리듬은 서로 같았지만 리타르단도에서는 암수 사이에 차이를 보였다. 암컷보다 체력적으로 더 강한 수컷 인드리가 중간음을 더 길고 빠르게 냈다. 노래를 부를 때는 많은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에 체력이 강한 수컷이 음을 길게 내는 데 더 유리하다.
   
   라비그나니 박사에 따르면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서 사람처럼 ‘음악적 리듬의 특징’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유류인 여우원숭이에서 ‘리듬 본성’의 첫 증거가 나오면서 음악성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게 밝혀진 셈이다. 인드리가 독특한 음악적 능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합창이나 중창을 통해 동료와의 감정적 유대감을 높이고, 장거리 통신으로 영토를 방어하고, 짝짓기 상대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화된 특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인간, 새, 여우원숭이의 음악성
   
   그렇다면 인드리의 이런 리듬 능력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혹시 인간과 인드리의 공통조상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영장류의 공통 유산일까? 연구진에 따르면 인드리와 인간은 7750만년 전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각각 진화했다. 그리고 6500만년 전 공룡이 멸종되고 난 후 최초의 영장류가 5500만년 전에 출현했고, 초기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출현은 500만년 전에 불과하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인간과 인드리의 음악성이 공통조상에서 기원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노래하는 새, 인드리, 인간이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레고리오 연구원의 설명이다. 포유동물인 박쥐와 조류인 새가 독립적으로 날개를 진화시킨 것처럼, 전혀 다른 생물들이 음악성이라는 같은 형태로 진화했다는 의미이다.
   
   사실 인간이 왜, 어떻게 음악을 만들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인간의 ‘음악 기원’에 대해 설명한 최초의 인물은 진화론을 정립한 다윈이다. 그는 인간의 음악성이 수컷 새처럼 구애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성적 충돌설’을 주장했다. 수컷이 노래로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듯 인간도 배우자를 유혹하기 위해 음악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명금류의 약 75%가 암컷도 노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오늘날 이 가설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음악의 기원에 관한 가설은 다양하다. 아기들을 재우기 위한 자장가 기원설에서부터 사냥할 때 소통을 잘하기 위한 의사 소통설, 종교의식에 필수불가결한 부속물로 시작되었다는 주술 종교설까지 등장했다.
   
   최근엔 워싱턴대 에드워드 하겐 교수를 비롯한 몇몇 인류학자들이 초기 인류의 출현 이후 어느 시점에서 인류가 더 큰 규모의 사회집단을 형성하면서 힘과 단결력이 필요했고, 사회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집단 음성 신호로 음악이 진화하게 됐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아직 가설만 무성할 뿐 확실한 증거는 없다.
   
   라비그나니 박사팀은 향후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해 이 같은 위계성 등의 특성도 살펴볼 예정이다. 다른 종의 음악적 특징을 찾는 것은 리듬 능력이 인간에게서 어떻게 생겨나고 진화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그레고리오 연구원은 말한다. 한편으론 인드리가 태어날 때부터 노래를 시작했는지 아니면 훗날 스스로 노래하는 법을 터득해 연습해서 배운 기술인지도 알아낼 것이다. 연구팀의 연구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싸인 인간의 음악 뿌리를 알려줄 단서를 찾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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