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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7호]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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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젊은 피’ 네이버 脫포털로 간다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12-10 오후 2:00:44

▲ 지난 10월 21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21년 끝단에 네이버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지난 11월 17일 네이버는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책임리더와 김남선 책임리더를 각각 CEO(최고경영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각각 1981년생과 1978년생으로 이들의 발탁에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선택이 작용한 걸로 알려졌다.
   
   ‘젊은 대표’라는 파격적 선택의 배경에는 하나의 사건이 있다. 2021년 네이버의 타임라인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난 5월 25일 네이버의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은 선임할 때부터 사내에서 반발이 있던 인물이었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자체 조사를 벌였고 그렇게 찾아낸 여러 정황들을 바탕으로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노동부는 지난 6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그리고 7월 27일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이 임원급 상사의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적 언행에 시달려왔다고 했다. 업무상 적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고통을 주었기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게 노동부 판단이었다. 네이버 속 왜곡된 조직문화를 소수만의 문제로 보기 어려운 정황도 나왔다. 노동부 특별근로감독팀이 네이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7%는 ‘최근 6개월 내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10.5%는 최근 6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괴롭힘을 반복적으로 겪었다고 했다. 이 설문에는 전체 직원 4028명 중 임원급을 제외한 1982명(49.2%)이 응답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테크노크라트”
   
   네이버의 조직문화는 사회적 물의가 됐고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과해야 했다. 한 대표는 국감에서 “네이버가 바꿔야 할 부분을 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리더십을 만들겠다고 했고 네이버는 경영쇄신안을 준비했다. 2016년 선임된 뒤 5년간 네이버를 이끌었던 한 대표의 교체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CEO 결정의 첫단에는 일그러진 조직문화가 있다. 최수연·김남선 ‘투톱’ 체제는 안정보다 파격이고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CEO 인사로 이렇게 주목받는 경우가 어디 있었나 싶다. 다만 네이버 정도 되는 기업이 경영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 같다는 의견이 주변에서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수연 내정자 발탁 여부를 두고는 이사회 내부에서도 찬반이 치열하게 전개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리더군으로 영입됐지만 벌써 등판하는 건 너무 이르다는 반론이 있었다는 얘기다.
   
   둘은 모두 글로벌 전문 법조인 출신이다. 보통 법조인이 리더로 임명된다는 건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거나 대관 소통을 위해서인 경우가 많지만 두 사람의 이력을 보면 그것과 거리가 멀다. 최 내정자는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입사해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와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직했다. 이후 하버드 로스쿨을 거친 뒤 2019년 네이버로 복귀했다. 당시 로펌에서 보내준 유학비용을 반환하고 네이버로 10년 만에 복귀했다. 로펌에서는 M&A, 자본시장, 기업 지배구조 등을 주로 다뤘다. 로펌에서 근무할 때는 ‘일 잘하는 변호사’라는 평판을 들었다고 한다. 네이버로 돌아와 맡은 글로벌사업지원부는 CEO 직속 조직이다. 그곳에서 책임리더(임원급)를 맡았지만 팀원이 서너 명에 불과한 미니조직이었다. 그렇다 보니 네이버 내부에서도 최 내정자의 등장을 두고 “누군지 알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김남선 내정자는 최 내정자보다 네이버에 합류한 기간이 더 짧다. 그가 네이버에 합류한 때는 지난해 8월이었다. 2004년 서울대 재료공학과, 2007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현지 로펌에서 일했다. 이후 라자드, 모건스탠리, 맥쿼리 등 금융권 루트를 밟았다. 구조조정과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등 인수합병 분야에서 활동했는데 그가 네이버에 오면서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는 ‘Growth&Truenorth’팀이 만들어졌다. 6600억원을 투자하며 네이버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왓패드(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인수, 이마트·신세계 지분 교환, CJ 지분 교환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특히 인수합병에서는 카카오보다 보수적이던 네이버의 투자 스타일이 왓패드 인수에서 보듯 김 내정자가 들어서면서 바뀌었다는 평가가 있다.
   
   최 내정자가 2년 전, 김 내정자가 1년 전에 네이버에 입성했으니 네이버의 비상사태를 외부인사 영입으로 푸는 모양새로 해석할 수도 있다. 기존 네이버의 관성적 조직문화를 깨달라는 임무가 그들에게 맡겨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그런 진단에 시니컬한 시선도 있다. 네이버 조직리더급 관계자의 말이다. “새로운 CEO와 CFO에게 그건 능력 밖의 일이지 않을까 싶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직 장악도 쉽지 않을 거다. 조직문화 문제는 결국 제도로 보완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새 리더진은 글로벌 관련 직책을 오래전 선택한 이해진 GIO와 신사업을 하기 위해 등장한 테크노크라트에 가깝다. 글로벌 스펙이 두드러지는데 이 GIO가 글로벌에 진심으로 올인하는 걸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 지난 11월 17일 네이버의 새 대표로 내정된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책임리더(오른쪽)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내정자인 김남선 책임리더. photo 네이버

   매출은 이미 글로벌화 진행 중
   
   네이버는 포털이다. 반면 재무 흐름은 이미 탈(脫)포털했다. ‘본체는 네이버, 나머지는 곁가지’라는 명제는 네이버에서 오랫동안 변하지 않던 준칙이었다.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투자해도 메인 사업은 네이버이며 매번 시도되던 글로벌 사업조차도 줄기가 아닌 가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번 40대 대표의 등장은 이런 기조를 역전시킨 일로 해석된다. “이제는 네이버도 글로벌 사업을 떠받치는 또 다른 가지”라는 분위기가 있다. 주객을 바꿀 때도 됐다는 시그널이 나왔다는 얘기다.
   
   우리가 아는 네이버는 검색 포털이다. 서치플랫폼으로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매출 구조는 우리 생각과 다르다. 2021년 3분기, 네이버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그리고 이 실적을 이끈 건 포털 서비스가 아니라 커머스와 콘텐츠와 같은 신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얻은 효과다.
   
   네이버가 지난 3분기(7~9월)에 거둔 매출은 1조727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34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분기로 따질 때 역대 최고다. 특히 글로벌에서 웹툰과 제페토(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제트(Z)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등의 콘텐츠 사업 부문, 스마트스토어로 대표되는 커머스, 네이버페이와 같은 핀테크가 실적을 이끌었다. 검색과 광고로 운영되는 서치플랫폼을 제외한 4대 신사업(콘텐츠·커머스·핀테크·클라우드)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52.3%로 과반을 차지했다.
   
   오랫동안 네이버는 서치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또 다른 숙제는 내수의존도를 줄이는 작업이었다. 글로벌 투자의 직무를 택했던 이해진 GIO가 줄곧 주장해왔던 난제다. 그래서인지 글로벌 진출에 첨병이라고 할 서비스를 내놓는 방식은 원래 네이버의 전략보다 좀 더 역동적이다. 인수합병과 외부투자는 네이버보다 카카오의 방식에 가깝다. 네이버는 인수합병보다는 지분투자를, 외부투자를 받기보다는 자체 육성을 선호한다.
   
   왓패드 인수는 그런 이미지를 전환시켰다. 2006년에 만들어진 세계 최대의 웹소설 플랫폼, 2020년 기준 월 이용자수(MAU) 9400만명, 창작자 500만명, 작품수 10억편. 이 엄청난 무형 자산을 얻기 위해 6600억원을 들였다. 네이버는 왓패드를 인수한 뒤 기존 웹툰스튜디오와 왓패드스튜디오를 통합해 왓패드웹툰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단순 합산으로 MAU 1억6700만명 규모의 글로벌 스토리테크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는 메타버스 서비스로 누적 가입자가 전 세계 2억40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은 미미하다.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때도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보다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건 외부에 알렸다. 네이버제트는 네이버의 품안에서 내실을 다지기보다 진즉 밖으로 나가 투자를 받았다. 지난 11월 30일 네이버제트는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했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웹툰과 제페토를 운영하는 콘텐츠 자회사의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이런 흐름의 성장 전략은 새로운 CEO·CFO의 주 전공 분야와 궤를 같이한다. 최수연·김남선 ‘투톱’ 체제가 이끌 네이버가 우리가 아는 포털일까. 오히려 아웃바운드딜(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중심의 투자전문회사의 모습을 그리는 전망이 많다.
   
   
   “뉴스에서 힘 뺄지도 모른다”
   
   네이버의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네이버는 국내 서비스와 여러 리스크를 잘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CEO가 됐다. 이번 경우를 보면 이제는 굳이 과거처럼 이것저것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 아닐까. 로컬의 여러 비즈니스와 리스크를 위해 사람을 앉히기보다는 이제 국내 사업은 놔둬도 알아서 굴러갈 정도로 네이버가 컸으니 그냥 둬도 문제없다는 인식이 깔린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 연합뉴스 콘텐츠제휴 중단 조치와 같은 사건은 과거의 네이버라면 중요하게 다룰 리스크다. 정치, 선거, 공정성, 규제 등 외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기 쉬운 소재다. 연합뉴스가 1년간 포털에서 퇴출된 뒤 여야 주요 대선후보들을 포함해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포털의 권한남용을 비판하고 있고 관련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신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은 현재 국회 공청회까지 진행되며 의견을 집약 중이다. 주로 포털의 뉴스 편집권을 막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포털 공론장에 관한 비판은 네이버를 항상 긴장하게 만들었다.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때 네이버는 매번 권한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이번에도 비슷할까. 앞선 관계자의 말이다. “카카오가 내년부터 뉴스 서비스를 구독 모델 형태로 전환하면서 뉴스서비스에서 손을 떼는 모양인데 그렇게 되면 네이버만 남게 된다. 뉴스는 포털 입장에서 수익은 없고 욕만 먹는 서비스다. 최휘영 전 대표처럼 언론인 출신이라면 몰라도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뉴스에서 힘 빼면서 카카오처럼 갈지 모른다. 과거에는 뉴스가 사람들을 입장시키는 관문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스테이지를 넘어선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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