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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689호] 2021.12.27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 뉴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2021-12-29 오전 9:49:59

▲ 아랍에미리트의 화성 궤도선 ‘아말’. photo nasaspaceflight.com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가 올해의 과학계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코로나19 관련 이슈를 넘어 기후변화 위기, 화성탐사, 알츠하이머 약물 승인을 둘러싼 논쟁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연구가 뽑혔다.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묻히게 한 올 한 해, 정확히 어떤 과학 뉴스들이 주목을 받았는지 살펴보자.
   
   
   1 추가접종과 백신 공평 배분 사이 논쟁
   
   백신 추가접종에 관한 논의도 10대 과학 뉴스에 선정됐다. 백신 예방접종을 완료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예방률이 떨어지고,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항하는 항체 생성을 위해 선진국들은 올해 중반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추가접종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반면 한편에서는 백신 수급에 대한 전 세계적인 불균형 등을 감안하여 추가접종보다는 백신 수급이 부족한 나라부터 백신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진국에서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면 변이가 계속 출현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8월 저소득 국가의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추가접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퍼져나가자 과학자들은 추가접종을 촉구하고 있다. 추가접종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네이처는 “추가접종과 저소득 국가와의 형평성 사이에서 상충관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적재산권 면제와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조명하고 있다.
   
   
▲ 오미크론이라는 또 다른 변이의 등장으로 인류는 올 한 해의 끝도 새로운 코로나 변이와 계속 싸우고 있다. photo weather.com

   2 백신 위협하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등장
   
   네이처가 가장 먼저 꼽은 과학계 소식은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변이의 출현이다. 올해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줄줄이 등장해 코로나 종식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었다. 2년 전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이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알파, 베타, 감마 변이가 출현했고, 3월에는 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가 등장하면서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백신의 예방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감염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11월에는 오미크론이라는 또 다른 변이의 등장으로 새로운 먹구름이 덮쳤다. 현재 오미크론은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으로 맞서고 있다. 네이처는 올해 세계의 과학자들이 변이 바이러스의 더 많은 것을 알아내려고 경쟁했고 한 해의 끝도 새로운 변이와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 구글의 딥마인드가 AI인 ‘알파폴드2’를 이용해 인간이 발현하는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를 예측만으로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photo 유튜브

   3 얽히고설킨 단백질 구조 예측하는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올해는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일에 혁명이 일어났다. 지난 7월 구글의 딥마인드가 인공지능(AI) ‘알파폴드2’를 이용해 인간이 발현하는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다. 일반적으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려면 X선 결정학이나 극저온 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하는데, 이는 계산이 복잡하고 시간도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 반면 알파폴드2는 36만5000여개의 새 단백질 구조를 예측으로만 찾아냈다. 단 몇 분 만에 단백질 구조를 분자 수준까지 정확하게 맞힌다. 단백질 구조를 알면 단백질이 잘못돼 생기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난치성 질환의 원인을 찾거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
   
   
   4 올해는 화성탐사 러시
   
   화성탐사 관련 소식은 올해의 뜨거운 과학 뉴스다. 올해 2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가 화성에 착륙하면서 본격적인 탐사가 이뤄졌다. 주요 임무는 암석 샘플 수집과 생명의 흔적 찾기. 그런데 최근 화성의 고대 호수였던 예제로 크레이터에서 생명체 구성요소인 유기화합물이 포함된, 과거 마그마가 굳어 형성된 기반암을 발견해 생명체 거주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퍼시비어런스의 갈 길을 앞서 살펴보는 헬리콥터 ‘인제뉴어티’ 또한 지난 12월 5일 17번째 비행을 마치며 계속 비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인제뉴어티는 인류 최초로 다른 행성에서 날린 동력체다.
   
   올해 5월 15일에는 중국의 첫 화성탐사선 톈원 1호가 화성에 착륙했다. 톈원 1호는 궤도선, 착륙선, 로버로 구성되어 있는데 로버 ‘주룽’이 화성의 북반구에서 이전에는 탐험하지 않았던 지역의 토양·암석 같은 지질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또 올 2월에는 중동 최초 화성 궤도선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말’이 가장 먼저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이후 화성 궤도를 돌며 포착한 오로라 사진을 지구로 보냈다. 오로라 사진은 지구처럼 두껍던 화성 대기층이 수십억 년 전에 사라진 이유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5 뮤온 실험, 새로운 입자 존재 가능성 첫 확인
   
   네이처가 뽑은 10대 과학 뉴스의 또 하나는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입자의 존재 가능성 연구다. 지난 4월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는 뮤온 저장링장치를 이용해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킨 뒤 그 속에서 뮤온입자의 궤적을 추적했다. 강력한 자기장 아래에서는 뮤온의 자석 축이 팽이처럼 흔들리고 이 흔들림은 g값으로 표현된다. 뮤온은 진공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수한 가상입자들과 상호작용하므로 g값도 그 영향을 받는다. 만약 진공에 우리가 모르는 입자나 힘이 있다면 g값은 표준모형의 예측과 달라진다.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을 포함한 7개국 190명의 공동연구진은 표준모형으로 계산한 이론값과 실험값이 일치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실험값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뮤온이 표준모형의 예상보다 더 강한 자성을 띠어 더 강하게 흔들린다는 뜻이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입자나 힘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내년에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실험이 예정돼 있는데 만약 이 불일치가 이어지면 새로운 물리학을 개척할 단서가 될 것이다.
   
   
   6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아밀로이드증 편집치료 결과에 관심 폭증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사용도 10대 이슈로 자리 잡았다. 특정 유전자에만 결합하는 효소를 이용해 가위처럼 DNA 염기서열을 자르고 교정해 유전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기술이다. 2012년 등장했지만 높은 정확도 덕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고 있다.
   
   올해 6월 미국의 두 생명공학 회사 인텔리아 테라퓨틱스와 리제네론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사람 몸에서 표적유전자만 안전하게 편집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기형 단백질이 신체 기관과 조직에 축적되는 트렌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 질환을 앓는 6명의 유전자를 편집했는데, 모든 환자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고 기형 단백질의 양도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에게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한 이 같은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7 FDA, 알츠하이머 치료제 승인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의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을 승인한 사건도 올해 10대 뉴스에 꼽혔다. 미국 제약사 엘러간이 개발한 ‘나멘다’ 이후 18년 만에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 승인이다. 바이오젠은 이 약물이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덩어리를 뇌에서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승인을 놓고 일각에서는 아두카누맙의 효능에 의문을 표시한다. 임상시험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과 사고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FDA 자문단 대다수는 지난해 11월 아두카누맙의 승인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지만 FDA가 승인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8 IPCC 기후변화 보고서, 지구 기후 위기 경고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8년 만에 기후과학을 집대성해 내놓은 기후 보고서의 경고도 올해 10대 과학 뉴스로 뽑혔다. IPCC가 기후변화에 대한 포괄적 분석을 담은 6차 평가보고서는 지구가 1850~1900년 평균보다 이미 1.1℃가 올랐고,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향후 10년 안에 1.5℃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는 기록적인 기온 상승과 산불, 홍수를 경험했다. IPCC는 지난 6월 미국에서 발생한 열돔 현상이 기후변화 없이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IPCC가 연구한 일부 논문들은 인류가 무심코 저질러온 기후변화의 일부분이 향후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동안 반전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가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는 각국 정부에 엄청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9 “COP26 협약, 지구온도 상승 막기 어렵다” 전망 확산
   
   IPCC의 조사 결과는 지난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다뤄졌다. 전 세계 196개국 지도자들이 참가해 온실가스 추가 감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고, 203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자는 글래스고 기후협약에 서명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메탄 서약·산림 훼손 방지 협약 등 여러 새로운 국제 합의가 제안되었다. 회담 주최국인 영국은 이 협약이 지구온난화의 최악의 영향을 피할 수 있다는 국제적 희망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COP26 협약으로는 탄소중립에 한계점이 많고, 각국이 제출한 목표대로라면 지구온도 상승 폭이 애당초 목표인 1.5℃보다 훨씬 높은 2.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이처 또한 국가들이 COP26의 온건한 합의를 지켜 짧은 기간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10 탈레반 점령 후 연구 자유 잃은 아프가니스탄 과학자들
   
   지난 8월 15일 미군이 철수하면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연구의 자유를 잃은 아프가니스탄 과학자들의 상황도 10대 과학 뉴스로 뽑혔다. 탈레반 집권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대학들과 연구기관 대부분이 폐쇄됐고, 수십억달러의 해외 아프가니스탄 자산이 동결되면서 대학과 연구에 대한 지원이 끊겼다. 반과학주의자인 탈레반으로부터 위협받는 과학자들은 나라를 떠나고 있고, 과학자들은 그동안 힘들게 구축해온 과학 연구 기반이 사라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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