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된 1월 3일 경기도 판교 사무실에서 만난 황영규(48) 알체라(alchera) 대표는 세 아이를 둔 다둥이 아빠로 원래 대학 수학교육과를 나와 교사를 꿈꿨다. 그러나 진로를 수정해 미국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이후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 있다가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창업에까지 이르렀다.

그가 설립한 ‘알체라’는 호주 원어민어로 ‘꿈의 시대’라는 의미. 세계시장에서 인공지능(AI)으로 꿈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6년 6월 설립했다. AI를 이용해 얼굴을 인식하고, 이상 상황을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는데 이 기술을 이용해 출입통제 시스템, 여권 인식, 결제 등에 적용해왔다. 특히 지난해 초에는 AI 기반 화재 감지 솔루션 ‘파이어스카우트(Fire Scout)’를 상용화해 미국에 수출했다. 알체라의 솔루션은 현재 캘리포니아 소노마카운티 등의 산불 예방에 사용되고 있다. 새해 중소벤처기업부 기자단 및 벤처기업협회가 선정한 ‘2022년 올해의 주목할 벤처기업’에 뽑힌 것도 이러한 실적 덕분이다.

황 대표는 “기업은 지휘와 같다”는 신념 때문에 사무실에서 대표(CEO)라는 직함을 쓰지 않는다. 대신 ‘오케스트라(orchestra)’라는 직함을 적어놓은 게 눈길을 끈다. 황 대표는 한때 교사 지망생이어서 그런지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데 소질이 있어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해 미국에 ‘산불 감지 기술’을 수출했는데 산불 감지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이미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이용해 산불을 감지하는 회사가 있었다. 다만 AI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확도가 좋지 않았다. 산불 감지는 니즈가 명확한 시장이다. 정확도가 높은 AI만 적용하면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AI를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가 중요한데, 다행히 산불 감지 영상 데이터를 확보한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

알체라의 산불 감지 기술은 ‘지속적 학습기법(Continual Learning)’을 활용한 것이다 AI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화재 가능성을 감지한다.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도 추정하는데, 카메라 네트워크 데이터를 활용해 연기가 솟아오르는 방향까지 추정해 지도에 표시한다. 특히 알체라의 기술은 주간만이 아닌 야간 산불 가능성도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야간에 산불 감지를 방해하는 도시의 불빛이나 자동차 전조등도 인식해 방해요소를 스스로 줄인다.

- 메타버스가 대세다. 가상세계에서 AI는 어떻게 적용될까. “똑똑한 AI를 만들어서 아바타가 진짜 사람처럼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을 보면 지능을 가진 아바타가 나온다. 메타버스에서 빠르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싶다. 아바타를 손쉽게 만드는 데 AI가 이용될 수 있다. 가상세계에도 범죄가 있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 AI를 통해 실시간 이상 패턴을 감시할 수도 있다.”

- 알체라 역시 메타버스에 진출하고 싶나. “혁신해야 할 영역 중 하나로 본다. 진출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만 현재에는 필요한 기술들만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며 어떻게 매출로 연결할지에 대한 사업모델을 정교화하는 중이다.”

- AI 기술을 영화 CG 보정에 사용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지금은 디자이너 한 명이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이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AI가 다 하는 시기가 올 수 있겠지만, 일단은 AI가 일하기 쉽게 단순 보정을 대량으로 하고 디자이너는 좀 더 세밀한 일에 집중하게 하는 방향으로 AI를 이용할 수 있다. 잡지 시장에도 적용 가능한데 기사를 보고 AI가 페이지 디자인을 해줄 수 있다. 그중 하나를 골라서 세심한 부분만 손보면 되는 것이다.”

- AI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수적인데 요즘 개인정보 문제에 다들 민감하다. 데이터 관리는 어떻게 하나. “법이 중요하다. 외부 유출을 하면 진짜 큰일 난다. 얼굴인식 이미지의 경우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다. 사람들을 모집해서 얼굴 데이터를 구입하지만, 그 이후에 철저하게 관리한다. 회사 밖으로 데이터가 나갈 수 없게 관리한다.”

- 중국의 경우 AI가 국가 통제에 이용되는 등 부작용도 있다. “시범적으로 해보면서 제도나 기술적 보완점을 찾아 나가면 된다. 인권 문제 등이 해결 안 되면 결국 못 하는 것이다. 가치가 있으면 리스크도 있다. 리스크가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면 보완하면서 한번 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 얼굴인식 결제의 경우 성형을 하면 어떻게 되나. “수준별로 다르겠지만, 다시 등록해야 한다.”

- 황 대표가 근무했던 삼성종합기술원은 5~10년 후의 미래를 연구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업의 미래 예측은 실효성이 있다고 보나. “미래예측은 가봐야 한다. 미래예측이 예상과 달랐을 때는 그에 맞게 변화시키면 된다. 이때 구성원들과의 협의와 합의가 중요하다. 아무리 5~10년 이후를 목표로 연구를 한다고 하지만 단기적으로 사업 성과를 꾸준히 확인하면서 크고 작은 피보팅(pivoting·사업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알체라의 경우 미래를 나름대로 예측한 후 3개월마다 어떠한 결과를 얻었는지 확인한다.”

- 창업을 위해 회사에 사표를 낼 때 기분이 어땠나. “아쉽기도 하고 약간은 두렵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기로 했으니 ‘잘하자’고만 스스로 다짐했다.”

- 2020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는데 쿠팡처럼 미국에서 상장할 생각은 없나. “우선은 세상에 큰 영향을 주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매출은 따라오는 것이다. 상장은 이러한 희망을 입증하는 이정표라고 생각한다. 꿈꾸는 데 돈이 드는 건 아니다. 꿈이 커야 할 일이 명확해진다. 아무리 지금의 현실이 어려워도 꿈이 생기면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게 된다. 미국 나스닥 상장도 조심스레 꿈꾸고 있다. 과거 선배 기업인들이 해외에 진출해 사업을 크게 일으켰다. 후배 기업인들도 세계로 진출해야 하는데, 가장 큰 곳이 미국이다.”

- 기업을 상장하면 간섭이 심해져 경영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간섭이 아닌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더 커나가기 위한 코스트(비용)라는 생각도 한다. 결국 투자자들도 알체라의 실적이 올라가는 것을 원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와 같다.”

- 창업가는 수익이 생길 때까지 기술개발만 하며 기다리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우리도 아직 적자다. 그러나 죽음의 계곡이라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계속 전진하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주주들에게 보여주면 투자를 안 할 리가 없다.”

- 수학교육과를 졸업해 교사 친구들이 많을 것 같다. 혹시 교사 친구들이 부럽지 않나. “서로 부러워하지 않는다. 자기가 선택한 길 아닌가. 모두 가치가 있는 일이다. 서로 잘되기를 바란다.”

- 왜 교사를 포기했나. “교생실습을 했는데, 교장 선생님이 실습은 평생 교직에 발 담그고 있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기간이라고 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많이 생각했다. 교사보다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서 유학(미시간주립대 전자공학)을 떠났다. 박사과정(위스콘신대)에 있다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 수학 등 기초과목을 전공한 엔지니어가 현업에 잘 적응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녀에게 권한다면 수학과 컴퓨터공학 둘 중 어느 전공이 낫다고 보나. “수학은 기술의 언어다. 수학을 이해하면 일하기 편하다. (제 아이의 경우) 컴퓨터공학이 낫다고 본다. 애플리케이션(응용) 학문이 좀 더 낫더라. 수학은 철학적 성향이나 오타쿠 기질이 있어야 잘한다.”

- 다둥이 아빠(아들 둘, 딸 하나)로서 아이들을 위해 AI를 사용한다면. “우리집 육아는 아내가 책임진다. 아이 키우는 데 중요한 것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도 많이 읽어주고 놀이도 같이하면 좋다. 아이보다는 엄마의 가사노동을 덜어주는 데 AI를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엄마가 잘 쉬어야 아이들에게도 좋다.”

키워드

#인터뷰
이정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