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다모다와 카이스트(KAIST)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행정예고를 통해 사용금지 원료 목록에 추가하겠다고 밝힌 THB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1월 12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photo 모다모다
㈜모다모다와 카이스트(KAIST)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행정예고를 통해 사용금지 원료 목록에 추가하겠다고 밝힌 THB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1월 12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photo 모다모다

작년 8월에 출시되어 대박을 터뜨린 ‘모다모다’의 폴리페놀 발색 샴푸가 식약처에 미운털이 박혀버렸다. 작년 11월에는 발색 샴푸의 광고를 금지시켜버렸는데, ‘모다모다의 광고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허위·과장’이라는 식약처의 주장은 중앙행정위원회가 인정해주지 않았다. 원천기술을 소유하고 있는 KAIST의 이광형 총장도 “제도가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런데 식약처가 또 이 샴푸에 들어간 THB(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라는 낯선 성분의 사용을 금지시키겠다고 예고했다. 기어이 발색 샴푸를 퇴출시키고 말겠다는 식약처의 연이은 행정조치는 볼썽사나운 것이다.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할 식약처가 염색업계의 진흙탕 싸움에 휘말려버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분명치 않은 THB의 유해성

하이드록시퀴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폴리페놀인 THB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식약처가 염색약에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50여종의 금지성분 목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물질이다. THB가 염색약을 비롯한 화장품에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이라는 뜻이다.

사실 THB는 염색약의 원료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이 아니다. THB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쉽게 분해되어 검은색 침전으로 변해버리는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모다모다 발색 샴푸의 경우 유통·사용 과정에서 THB가 공기와 접촉해 분해되지 않도록 해주는 특수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식약처의 THB 사용금지 예고는 모다모다의 발색 샴푸만을 특정해서 불이익을 주기 위한 편파적 행정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식약처가 당장의 긴급한 조처를 요구할 정도로 심각한 THB의 급성 독성을 확인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발색 샴푸를 사용한 소비자들 중에서 THB에 의한 급성 부작용을 경험한 사례가 확인된 것도 아니다. 모다모다의 발색 샴푸가 대박을 터트리지 않았더라면 식약처가 굳이 THB를 금지 목록에 올리겠다고 법석을 떨 이유도 없었던 셈이다.

다른 나라들이 머리 염색제를 포함한 화장품에 THB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일본·캐나다·호주는 물론이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THB에 대한 규제를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유럽연합(EU)이 최근에 화장품의 금지성분 목록을 개정해서 THB를 사용금지 성분 목록에 포함시켰을 뿐이다. 지난해 9월부터 THB가 포함된 머리·속눈썹용 염색 제품의 출시를 금지했고, 올해 6월부터는 판매까지 금지시킬 예정이다.

그렇다고 유럽연합이 THB의 심각한 인체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한 것은 아니다. 염색제에 최대 2.5%의 농도로 사용하는 THB가 세포 속에서 과산화수소를 발생시켜 피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 DNA와 부가물을 형성해서 유전독성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의 보고서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결론이 정교한 인체 실험을 통해서 확인된 것도 아니다. 세포 실험에서 피부를 자극해 민감하게 만드는 감작성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 고작이고, 유전독성도 쥐장티푸스균(살모넬라 티피무리움)을 이용한 실험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수준이다.

어쨌든 폴리페놀 발색 샴푸의 제조사와 KAIST는 식약처의 금지 예고에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 사용량이 적고, 사용시간이 짧다는 것이 반론의 핵심이다. 한 번에 100mL 이상을 30분 이상 사용해야 하는 일반 염색 제품과 달리 발색 샴푸의 경우에는 1회 사용량이 1~2mL이고, 사용시간도 최대 3분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THB가 두피에 잔류해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두 차례에 걸친 식약처의 행정조치가 소비자를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고 난 후에 갑자기 앞서가고 있는 선수에게 불리하도록 경기규칙을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모다모다 제품에 급제동을 건 식약처는 광고를 금지한 이유도 선명하게 밝히지 못했고, 유해성에 대한 분명한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식약처가 염색업계와 일부 엉터리 전문가들의 호들갑에 정신줄을 놓아버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유해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규제를 할 수는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남이 장에 간다고 무작정 따라나설 이유도 없다. 지난 연말 환경부가 선무당급 전문가들의 엉터리 주장 때문에 요소수 수급 부족 사태를 악화시켜서 망신을 당했던 부끄러운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식약처가 소비자들에게 유럽연합의 규제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제조사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대안을 찾도록 해주는 선에서 만족했어야만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염색약

머리카락의 색깔을 바꾸는 염색은 과거에는 귀족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된 사치였다. 헤나나 인디고와 같은 천연염료를 주로 사용했다. 머리 염색에 사용할 수 있는 천연염료를 쉽게 구할 수도 없었고, 색깔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누구나 온갖 색깔로 염색을 할 수 있다. 부분 염색도 가능하고, 속눈썹의 염색도 가능해졌다.

머리 염색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냄새가 고약하다. 또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와 같은 염기성 물질로 매끄럽고, 단단하고, 투명한 케라틴 층을 부풀어 오르게 만들어야 한다. 역시 피부 독성이 강한 과산화수소를 이용해서 모발의 내부에 있는 검은색의 멜라닌 색소를 분해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런 후에 원하는 색깔의 염료가 모발 내부로 스며들게 만들어야 한다.

염색에 사용하는 염료가 대부분 강한 생리활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불편하다. 인도와 같은 지역에서 자라는 열대성 관목인 로소니아의 잎을 건조해서 만든 ‘헤나’는 본래 피부병 등에 사용하는 전통 약제였다. 염색약의 색조를 조정하기 위해서 넣어주는 첨가제가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검은색을 내기 위해 넣어주는 파라페닐렌다이아민(PPD)이 두피와 이마를 검게 만들어버리고, 심한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모다모다의 발색 샴푸는 깨·뽕나무열매·송로버섯·흑종초 등의 다양한 식물에서 추출한 폴리페놀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다. 기존의 머리 염색약과는 달리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나 과산화수소는 사용하지 않는다. 폴리페놀이 케라틴 표면에 달라붙어서 모발의 색을 진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폴리페놀이 손톱이나 손에 달라붙을 수도 있고, 알레르기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 모든 화장품이 그렇듯이 발색 샴푸도 자신에게 맞는 제품인지 확인하고 써야 한다. 식약처가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지만, 제조사도 THB의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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