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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255호]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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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닐슨의 Wall Street Report]‘장외시장’은 마우스보다 전화로 통한다

영주 닐슨  퀀타비움캐피탈 대표 

photo 연합
미국 뉴욕의 대표적 증권거래소는 뉴욕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와 나스닥(NASDAQ)이다. 이런 정규 시장에서는 정해진 특정 시간 동안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사거나 파는 형태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런 거래와 관련한 각종 매매 정보들도 투자자에게 제공된다. 가장 일반적인 투자 시장이다.
   
   월스트리트에서의 모든 거래가 증권거래소의 매매 중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에는 증권거래소를 통해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정규시장 이외에 또 다른 형태의 시장이 존재한다. ‘Over the counter market(OTC)’이라고 불리는 장외시장이 그것이다. 장외시장은 정규시장에 비해 규제가 느슨하다. 이런 느슨한 규제 속에 있는 장외시장을 통해서도 월스트리트에서는 엄청난 물량의 금융자산이 거래된다.
   
   장외시장 거래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먼저 브로커라고 불리는 주식중개인 없이 사는 쪽과 파는 쪽이 직접 사고파는 경우이다. 사실 월스트리트에서 이렇게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직접 거래는 그리 많지 않다. 대신 월스트리트 장외시장에서 가장 흔한 거래 방식은 주식을 중개해 주는 브로커를 통한 거래다. 이때 브로커는 주식을 사거나 팔려는 사람을 중간에서 중개해 주기도 하지만, 브로커 자신이 주식을 팔려는 사람에게서 직접 주식을 산 후 이 주식을 사려는 또 다른 사람에게 되팔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의 장외시장 거래에선 이런 거래가 일반적이다.
   
   이런 거래를 위해 장외시장에서 거래하는 브로커들은 자신이 보유한 장외 거래 종목이나 자산 정보를 수시로 이메일 리스트로 만들어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이때 브로커들의 고객은 대부분 월스트리트의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나 헤지펀드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나 헤지펀드가 브로커로부터 제공받은 장외시장 거래 종목의 리스트를 확인해 투자하고 싶은 자산이 있을 경우 해당 브로커와 직접 거래를 하게 된다.
   
   장외시장이기 때문에 거래하려는 투자 자산의 가격과 물량 등 매매 조건이 정규 시장처럼 정확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고객과 브로커가 서로 개인적 협상을 통해 매매 조건을 정한다. 이때 서로 간의 매매 조건이 일치하게 되면 비로소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장외시장 거래에 주로 전화를 이용했다.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브로커가 전화를 통해 매매 조건을 조율하고 최종 매매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외시장 거래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이 만든 ‘ECN(Electronic Communication Network)’이라는 일종의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월스트리트 투자 세계에서 주식의 경우 장외시장보다는 증권거래소를 통해 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주식과 선물을 뺀 나머지 투자 자산들 중 상당수가 장외시장을 통해 아주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장외시장에서 특히나 더 활발하게 거래되는 투자 상품이 G7선진국들의 ‘국채’와 ‘통화’다. G7선진국들의 국채와 통화는 수요와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또 장외시장은 정해진 거래 시간이 없다. 즉 전 세계 시장의 시차를 고려하지 않아도 바로 거래를 할 수 있는 편리성도 가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장외시장의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채권 트레이딩을 해왔던 필자의 경험에 비춰 보면 불과 2006년까지만 해도 브로커와 전화를 통해 많은 거래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같이 마우스를 클릭해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를 통해 거래하다 보니 다른 직장에서는 보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큰돈을 운용하다 보면 사거나 팔고 싶은 물량을 브로커 한 명이 중개해 주지 못하는 상황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이럴 경우 누가 어떤 종목을 얼마큼 팔고 싶어 하는지, 혹은 누가 얼마나 사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기에 이곳저곳에 전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거나 팔려는 물량과 가격 등 매매 관련 조건들을 흥정하게 된다. 그런데 흥정을 하다 보면 상대 측이 현재 시장 가격과는 전혀 다른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제시하기도 하고 엉뚱한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정도가 심할 경우 때론 이런 전화통화가 아주 과격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처음엔 옆자리 트레이더들에게 ‘또 뭐야’란 반응이 나올 정도로 목소리가 높아지다가, 어느 순간 전화기에 대고 있는 욕을 퍼붓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거래가 더 과열되거나 협상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결렬됐을 때 화를 참지 못하고 전화를 끊다 못해 아예 들고 있던 전화기를 부수는 트레이더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종 벌어지는 일이기에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이런 풍경에도 점점 익숙해진다.
   
   아마 월스트리트가 아닌 다른 직장에서 근무시간에 화가 난다고 전화기를 부숴 버렸다면 해고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월스트리트에 있었지만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전화기를 부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이처럼 마치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전형 같은 이런 모습도 2008년 이후에는 많이 사라져 버렸다. 2008년 이후 웬만한 장외시장 거래들 역시 ECN이라는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큰 규모의 장외시장 거래는 여전히 시스템보다는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브로커와 직접 전화나 이메일로 거래하는 것이 비밀 유지에 더 용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은행이나 연기금과의 거래는 정보 보호 차원 때문인지 여전히 전화나 이메일로 거래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월스트리트의 장외시장은 정규시장이 제공하지 못하는 좀 더 활발한 거래를 가능하게 해 준다. 하지만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장외시장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노출되기도 했다. 유동성이 적은 자산들이 거래되면서 실제 가치와는 전혀 다른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하고, 때론 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때 일시에 터지면서 금융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2000년 후반 장외시장에서 등장한 이런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장외시장을 규제하는 제도들이 도입되고 있다. ‘장외시장에서의 거래가 특히 많은 채권’이나 ‘통화’ 등의 투자 상품에 대해 정규시장과 유사한 형태의 거래시스템 도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예가 바로 지난 4월 1일 나스닥이 BCG파트너스로부터 채권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채권과 외환 ECN인 미국 국채 전자거래시스템 ‘이스피드(espeed)’를 인수한 것이다.


   
영주 닐슨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U.C.버클리대 금융공학 석사, 피츠버그대 통계학 석·박사. 베어스턴스, JP모건, 씨티은행 퀀트 채권트레이딩 최고책임자 역임. 현재 헤지펀드 퀀타비움캐피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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