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부산의 한 카페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경선에 참여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때였지만 그는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인터뷰 후 바로 포항으로 이동해야 한다”면서도 인터뷰가 끝나자 자신을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하는 카페 손님들과 어울려 한참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는 자신의 다섯 번째 직업이라는 정치인으로 이제 완벽하게 변신한 모습이었습니다. 대중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최근 변신 중에서는 목소리가 단연 화제입니다. 연설할 때 과거와는 다른 굵고 낮은 톤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에게 “연설하는 법을 전문가한테 새로 배웠느냐”고 물었지만 웃기만 해서 캠프 참모에게 물어봤습니다. 한 참모는 “안 후보에게는 이번이 사실상 첫 번째 전국 순회 경선이어서 연설을 과거와 다르게 해야 한다고 30분 정도 설명해줬는데 현장에서 우리도 깜짝 놀랄 만큼 달라진 목소리로 연설을 잘해 놀랐다”고 했습니다. 이 참모는 “안 후보는 가르쳐준 대로 다 소화해내는 스펀지 같은 사람”이라며 “진화 속도가 놀랄 정도여서 인간 자체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농반진반의 얘기를 했습니다.

그는 대중 정치인으로의 진화와 변신에 진짜 성공한 듯 지금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의 자기 확신이었습니다. 그는 마치 신탁(神託)을 받은 예언자처럼 국민들이 양강 구도를 만들어줄 것이며, 자기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그의 자기 확신은 놀라운 것이었지만 그 속에서는 뭔가 허전한 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질문에 모범 답안을 갖고 있는 듯했습니다. 방명록에 남긴 반듯한 글씨체처럼 그는 질문을 던지면 잘 정리된 답을 내놓습니다. 눈치 빠른 유권자들은 알아챘겠지만 그의 이런 모범 답들은 여러 군데의 인터뷰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창의적 인재, 과학기술 혁명, 공정한 경쟁 등의 세 가지 답이 되풀이되는 식입니다. 모범 답을 갖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답답하고 틀에 박혀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이런 모범생 태도로 변화무쌍한 국정 현장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더구나 그는 국정 경험도 없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2015년 6월에도 기자는 그와 점심을 먹다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공정성장론’을 완성 중에 있다면서 “저성장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았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얘기했습니다. 복잡한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치 수학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았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그를 보면서 약간 어이없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그가 대통령이 되기에는 아직 2% 부족하다고 여기는 유권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가 자기 확신을 넘어 유권자들에게도 ‘대통령 안철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요. 그에게는 시간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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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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