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데려온 자식이 상당한 생활비를 내놓고 있습니다. 유튜브 얘기입니다. 구글은 2006년 유튜브를 인수했습니다. 약 16억5000만달러가 들었습니다. 당시 애물단지를 데려왔다는 평가가 우세했습니다. 2017년 유튜브는 세계 미디어시장의 총아로 거듭났습니다. 구글 계열사 중 가장 주목받는 회사가 됐습니다. 1인 미디어의 덕이 큽니다. 무료인 유튜브의 플랫폼과 염가의 동영상 촬영 기기가 보급되며 미디어의 문턱은 없어지다시피 했습니다. 스마트폰 동영상 촬영 기능을 이용하면 누구라도 사실상 무료로 1인 미디어를 차릴 수 있습니다.

지난호에 실린 기사 ‘뉴미디어, 선거판을 바꾸다’ 취재 과정에서 선거의 새로운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팟캐스트 같은 뉴미디어들은 이번 대선에서 주요 플레이어 역할을 했습니다. 뉴미디어 정책으로 보자면 승자는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캠프입니다. ‘문재인 1번가’ ‘문재인TV’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활용했습니다. 특히 2030세대에 미친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정색’하고 말하는 제도권 언론보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또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는 2030의 표심을 다지는 역할을 했습니다.

대선 최초로 이용된 ‘마이크로 전략 지도’는 빅데이터와 정치가 만난 예입니다. 어떤 데이터를 첨가하느냐에 따라 특정지역 거주자의 소득 수준, 성향, 원하는 정책을 추론해낼 수 있습니다. 후보자들이 당선 전만 아니라 당선 후에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할 데이터입니다. 실제로 경기도 성남시는 청년수당 정책을 실행하며 이 전략 지도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기존 미디어가 읽어내지 못하는 골목 민심을 1인 미디어와 빅데이터는 세심하게 포착하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미래학자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빅데이터와 AI가 정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몇 년 전부터 말해왔습니다.

전략 지도를 만든 더불어민주당 부설 민주연구원은 이제 이를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10년을 못 채우고 야당으로 돌아간 자유한국당은 요즘 당사 밖에 있던 부서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여의도 당사 내부를 공사 중입니다. 비용 절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생활비 아끼는 것은 좋지만, 민심과 가까워지는 빅데이터 개발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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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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