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테이트미술관은 파리 퐁피두, 뉴욕 모마(MoMA)와 함께 세계 3대 현대미술관 중 하나다. 테이트미술관은 영국 곳곳에 자리한 네 개의 갤러리로 이뤄져 있다. 런던에 있는 테이트 모던과 테이트 런던,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영국인이라 해도 테이트미술관의 모든 컬렉션을 보기 힘든 이유다. 미술관은 20세기와 21세기의 기억을 풍경, 정물, 역사, 누드로 분류했다. 이 중 ‘누드’로 분류되는 작품들이 한국으로 외출 나왔다. 테이트 런던, 테이트 모던, 테이트 리버풀의 소장품 중 총 122점을 선정했다. 피카소, 마티스 같은 거장부터 만 레이, 신디 셔먼 등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사진작가의 작품들까지, 한자리에서 만나기 힘든 작품들을 모아놨다. 로댕의 ‘키스’는 이번이 첫 아시아 나들이다. 인간의 몸을 대하는 유럽과 미국의 시선을 아시아에서 관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다. 12월 25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린다.

로댕의 ‘키스’

1901~1904년

단테의 ‘신곡’ 지옥(Inferno) 편에 등장하는 파올로 말라테스타와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를 대리석으로 형상화했다. 원래는 로댕의 대표작 ‘지옥의 문’의 일부분이었다. 사랑의 순간을 묘사한 조각상 부분이 호응을 얻자 로댕은 석고, 청동, 대리석으로 같은 자세의 작품을 제작했다. 이번에 온 작품은 대리석 연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신곡’에서 두 사람은 불륜 사실을 알고 격분한 프란체스카의 남편의 손에 의해 죽는다.

윌리엄 하모 소니크로프트의 ‘테우케르’

1881년

트로이전쟁의 영웅 테우케르를 형상화했다. 2.4m 높이의 청동 작품이다. 그리스 운동선수를 모델로 삼았다. 윌리엄 하모 소니크로프트는 기념비와 초상 조각을 다수 남겼다. 대표작은 런던왕립거래소에 있는 ‘빅토리아 여왕’과 파키스탄 카라치에 있는 ‘에드워드 7세 기념비’다.

그웬 존의 ‘누드 걸’

1909~1910년

여성이 그린 여성의 누드. 영국 출신 여성 화가 그웬 존의 그림엔 에로틱한 시선도, 염탐하는 눈길도 없다. 생전엔 큰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역시 화가였던 동생 어거투스 존(Augustus John)과 애인 로댕의 명성에 가려서였다. 누구와도 다른 독특한 톤의 시선으로 사후에 재평가됐다.

허버트 드레이퍼의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

1898년

태양을 향해 비상하던 이카루스, 빛에 가까워지자 날개를 지탱해주던 왁스가 녹아 추락해버렸다. 1859년 출간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예술계에 흥미로운 화두를 제공했다. 인류 진화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 동시에 인간의 과거에 어두운 역사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이카루스 신화는 진화의 뒤안길을 보여주기에 더할나위없는 소재다. 날개는 극락조의 무늬를 본떴다.

앙리 마티스의 ‘옷을 걸친 누드’

1936년

네 점의 연작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여성이 걸친 꽃무늬 가운과 뒷배경의 열대식물은 하렘을 연상케 한다. 하렘의 여인들은 마티스 작품의 주된 소재 중 하나였다. 마티스는 “내가 인체를 그리는 것은 삶에 대한 나의 종교적 감정 같은 것을 표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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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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