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여성스러운’ 남자배우가 높은 인기를 얻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라는 노래를 부르며 피아노 치는 예쁜 남자에게 소리 지르는 여성들을 두고 빠순이라고 폄하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스타일에 신경을 쓰며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자란 TV에나 나오는 이색적인 존재였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남자가 패션을 고민하고 피부 관리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2010년 즈음, 가요계에는 ‘짐승돌’이라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 구릿빛 피부에 팽팽한 근육을 자랑하며 격렬한 춤을 추는 아이돌 그룹이 대세가 됐습니다. 갈색 피부, 탄탄한 허벅지를 가진 여자 아이돌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잘 단련된 근육이 보이는 몸, 건강해 보이는 갈색 피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쁜 남자에게 열광하고 짐승돌에게 환호하는 팬의 행동을 ‘철없는 아이의 시끄러운 행동’이라고 무시했다면 일련의 변화를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2470호 주간조선 커버스토리 ‘왜 강다니엘인가’를 읽고 나서 “할 일 없어서 이런 걸 분석하느냐”며 핀잔을 던진 분에게 드리는 대답입니다. 대중문화란 정치적 논쟁이나 사건사고보다 더 가까이, 실생활의 욕구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이라 진짜 사람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기호(嗜好)를 분석하기에 좋은 분야입니다.

‘왜 강다니엘인가’에서 얘기했듯이 시청자들이 준 150만표를 얻어 데뷔한 강다니엘은 요즘 사람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인성, ‘훈훈하다’고 생각하는 외모 같은 것을 두루 갖추고 있는 인물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강다니엘이 어디서 어떻게 인기를 얻는지 본다면 사람들이 무엇에 매료되고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겠지요.

사실 저의 지난 한 주는 온통 강다니엘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인터넷 언론이 주간조선 표지에 강다니엘이 나왔다는 사실로 기사를 썼다더라’ ‘대형 서점에 갔는데 주간조선이 품절돼 구할 수가 없더라’면서 팬사이트에 올라온 이런저런 반응을 보내주는 SNS로 시끄러웠습니다. 팬들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강다니엘에 대한 호감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조금이나마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반응들을 보며 사람들이 이번 기사처럼 자신과 주변 사람이 열광하는 것에 대한 분석을 필요로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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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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