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여행관이나 여행 방식의 차이라고나 할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더불어 여행을 대하는 자세나 관심영역도 달라진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략 2030세대는 배낭여행이다. 태국 카오산로드 등 주로 개발도상국가만 돌아다니면서 경제력·체력·담력을 현장에서 체감한다. 여행 중인 외국인이나 현지 사람들과의 만남, 직접 발로 국경을 넘는 식의 얘기가 여행기인 동시에 무용담이 된다. 이국적 체험 자체가 여행의 매력이자 목적이다. 40대 들어서면서부터는 품격의 문화에 빠진다. 가족과 함께 여행에 나서면서 이탈리아 예술, 미쉐린스타 레스토랑, 뉴욕 뮤지컬에 주목하게 된다. 각론으로서, 구체적인 문화·문명의 맛과 멋에 빠지는 시기다.
50대부터는 어떻게 될까? 신과 역사, 인생에 관한 연구가 여행의 주된 과제로 변해간다. 구체적으로는 유명인의 무덤 순례나 신전 답사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모차르트 무덤이나, 미얀마 정글 속 불교사원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모차르트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개인의 삶은 물론 당대의 역사와 클래식 음악 전체를 이해하는 식이다. 미얀마 불교사원도 마찬가지다. 사원 자체만이 아닌, 미얀마와 인도 나아가 한국의 불교 역사와 건축물을 비교 연구하기 위해 정글 깊숙이 방문한다. 총론·각론을 뛰어넘는, 세계와 인류의 근본과 원천에 관한 관심이다.
60대 이후는 어떨까? 주변을 보면, 체력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외국행이 어려워진다. 젊을 때와 달리 산에 오르기도 힘들고 미끌어져 다칠 수도 있다. 식사에서부터 혈압관리까지, 외국에 나가는 순간 뭔가 불안해진다. 결국 여러 사람과 정해진 코스를 따라다니는 여행이 대세다. 직접 목적지를 발굴해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우연히 접하는 호기심거리에 주목하는 수동적 차원의 여행이다. 50대 이전이 체력이라면, 60대 이후부터는 지력이다. 세상을 대하는 지혜로운 눈과 호기심이 남아 있는 한, 수동적인 여행을 통해서도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다.
터키 정부가 내세우는 관광명소 1번지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는 50대 이후 장년기에 어울리는 여행지다. 한국인에게는 낯선 곳이겠지만, 21세기 고고학계 최대의 성과이자 수수께끼로 통하는 글로벌 명소다. 터키 아나톨리아 동부, 내전 중인 시리아 국경에서 50㎞ 북쪽에 있다.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1996년, 외부인에게 문을 연 것은 2011년부터다. 괴베클리는 배불뚝이, 테페는 언덕이란 의미다. 둥근 원주형 언덕이 괴베클리 테페의 모습이다. 괴베클리에 대한 얘기는 이미 곳곳에서 접했다. 10여년 전부터 터키 정부가 자국의 관광명소 넘버원으로 내세우는 곳이기 때문이다.
터키는 관광대국이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6위 관광국가로, 2019년 52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나라다. 지중해·에게해의 바다에서부터 신화와 전설이 숨 쉬는 아라라트(Ararat)산맥까지 사계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자연대국이기도 하다. 히타이트, 아시리아,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 비잔틴, 아랍, 몽골, 페르시아에 이르는 인류 문화·문명 역사의 대부분도 포용하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터키 여행 하면 ‘카파도키아, 이스탄불, 에페수스’ 정도만 뇌리에 남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최근 10여년간 유럽인에게 새겨진 이미지는 전혀 다르다. ‘터키=괴베클리’가 답이다. 인류 최초의 신전이자 건축물이 들어선 곳이 바로 괴베클리이기 때문이다. 서방 미디어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영국의 스톤헨지(Stonehenge)가 인류 최초의 신전이나 건축물이라 믿기 쉽다.
기원전 3000년에 만들어진 거석문화의 흔적이 스톤헨지다. 괴베클리는 영국보다 대략 6000년 앞선, 지금으로부터 1만1000년 전의 신전이다. 지구 그 어떤 유적지와도 비교될 수 없는 인류 최초의 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