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우)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photo 문화유산회복재단
(죄)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우)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photo 문화유산회복재단

지난 10월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7세기 백제 불교 유물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일명 백제미소보살)’ 환수가 중단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환수 비용으로 42억원을 상한으로 정했는데, 일본 소장자가 150억원을 요구해 담당 관청인 문화재청이 손을 놓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원소유자와 직접 대면해 가격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한 정재숙 문화재청장을 향해서는 “2017년 불상이 처음 공개되었는데 아직까지 소장자도 만나지 못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본에 있는 백제미소보살상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07년이다. 당시 충남 부여 규암면의 한 절터에서 두 점의 불상이 발견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백제미소보살이었다. 당시 발견된 두 점의 불상 중 한 점은 현재 국보 293호로 지정돼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반면 백제미소보살은 일본 수집가의 손으로 들어갔다. 현재 이 불상을 소장 중인 일본 수집가는 2017년부터 한국 측에 매수를 타진해왔다.

지난 10월 13일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은 이 백제미소보살상 반환 운동을 초기부터 주도해온 인물이다. 이 이사장은 “내 눈으로 본 순간 이 작품은 꼭 환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가격 차이가 큰데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된 문화재이지만 구입 과정이 명확해 가치에 맞게 매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문화재청은 자신들이 정한 금액 이상을 지불하면 안 된다면서 지자체 지원 등으로 부족한 액수를 보충하는 것도 안 된다는 입장인데 정말 환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 불상의 이름이 왜 ‘백제미소보살’인가. “처음에는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이라고 부르다가 이제 모두 ‘백제미소보살’이라 부른다. 부처님을 형상화한 모든 물체를 불상이라고 하는데 이 불상은 백제를 대표하는 관세음보살상이다. 함께 출토된 불상(국보 293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소가 아름답다. 국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불상 이름에 ‘미소’를 넣었다.”

- 이 불상의 가치를 어떻게 보나. “백제 미술은 원래 온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금동반가사유상(국보 78호), 서산 마애여래삼존상(국보 84호) 등과 함께 3대 백제미소불이라 본다.”

- 이 불상 환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뭔가. “2018년 1월 대학모임에서 일본 소장자를 대리하는 국내 중개인을 만났다. 그날 불상의 가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1907년 부여에서 발견된 백제미소보살은 백제 불상을 연구하는 전문가라면 평생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사진으로밖에 해당 작품을 보지 못했다. 도쿄에 가서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환수에 관심을 가졌다.”

- 불상의 진위는 누가 처음 감정했나. “2017년 12월 이 분야 최고 권위자인 동국대 최응천 교수, 동아대 정은우 교수가 일본에서 직접 확인했다. 당시 ‘동아시아 불교 조각의 백미’라며 진품 판정을 내렸다.”

당시 정은우 교수가 작성한 의견서를 보면 “이 금동관음보살입상은 백제 7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보살상이다. 이미 사라진 지 100년이 지났고 흑백사진 한 장 정도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조각 개설서를 비롯한 전문서적에 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언급되고 있다”며 “‘백제의 미소’가 가장 잘 표현된 작품으로, 국보급 문화재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담고 있어 되도록 빠르게 환수하여 보존처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 불상을 직접 보니 느낌이 어떠했나. “삼국을 통일한 신라 불상은 많이 남아 있지만 백제 불상은 정말 희소하다. 2018년 7월 충남 국외소재반출문화재실태조사단과 부여군이 일본 현지에서 불상을 친견했다. 허리선이 예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의 경우 그 미소에 반했다.”

- 해외 반출 문화재가 많은데, 이 불상을 꼭 환수해야 하는 이유는. “1965년 한·일협정에서 문화재 반환 협상을 주도한 고 황수영 박사도 ‘꼭 원래 자리로 돌아와야 할 문화재’로 백제미소보살을 꼽았다. 당초 이 불상을 소유했던 이치다 지로 역시 후손들에게 ‘소장한 모든 유물들은 출품이나 매매가 가능하지만 미소보살만은 안 된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 불상만큼은 돌아와야 하는 이유다.”

- 그럼에도 왜 이 불상이 아직까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나. “소장자와 우리 측이 생각하는 가격 차가 너무 크다. 일본 측은 150억원을 생각하는데 환수를 전담하는 문화재청은 42억원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 힘드니, 우리 같은 시민단체가 나서 달라는 부탁을 문화재청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받았다. 아마 일본 측 소장자는 백제미소보살 하나만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중요 문화재를 함께 가져오면서 액수를 좀 더 쳐주는 방법 등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향후 문제가 될까봐 몸을 사려 일이 진척되지 않는 것이다.”

- 문화재청이 42억원을 상한가로 정한 기준은 무엇인가. “나도 모르겠다. 가치를 감정한 국립중앙박물관이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만일 액수를 국가기관이 정하면 그 가격에 해당 유물이 유통될 수 있다면서 근거를 남기지 않고 있다. 실제 국립중앙박물관 ‘외부유물반출입 및 감정에 관한 규정’ 제9조를 보면 ‘유물 감정에 대한 감정서는 영리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절 발급하지 않고 구두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추측건대 최근 우리 정부가 외국에서 경매 등을 통해 들여온 문화재 가격이 최고 40억원 언저리에서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40억원이라고 한 것 같다.”

- 40억원도 지나치다는 여론이 있는데 어떤 생각인가.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외국을 보면 고미술품 하나에 수천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백제미소보살은 전문가들 모두 국보급이라고 인정하는 문화재다.”

- 일본 측 소장자와 협상해 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 “그러면 좋겠다. 나도 일본에 가서 가격을 직접 담판 짓고 싶다. 하지만 정부가 42억원 이상은 안 된다고 미리 못 박은 상태라 만나도 협상이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는 가격 협상이 필요한 것이다. 외국에서 문화재를 가져올 때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정해진 상한액을 불과 몇백만원 넘어서 환수를 못 하는 경우까지 있다. 협상하러 나가는 항공비보다도 못한 돈을 더 주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다.”

- 모금이나 협찬을 통해 부족한 액수를 충당하면 어떨까. “안 그래도 부여군과 함께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모금으로 100억원 정도를 만들어서 구입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부여군의 경우 백제문화의 중심지라는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해당 문화재가 꼭 필요하다. 소장자가 다른 주요 문화재를 갖고 있다면 함께 가져오는 것도 방법이다. 광복 후 환수한 문화재 1만580점 중 국보로 지정된 것이 5건인데, 1965년 정부 협상으로 2점, 재일동포가 구입한 후 기증한 것이 1건, 민간단체의 환수 노력으로 구해온 것이 1건, 그리고 2020년 국보로 승격한 금영측우기가 있다. 이처럼 국보 환수는 정부와 여러 단체가 협력해서 찾아오는 것인데, 문화재청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 만약 불상이 환수되면 어디에 보관하면 좋을까. “출토지, 그러니까 부여군이 맞을 것 같다. 함께 출토된 금동관음보살입상 역시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두 작품이 함께 전시되면 좋을 것이다. 충청남도의 경우 도립박물관이 없다. 불상을 환수하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모아서 전시해 지역의 자긍심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있다. 지역에서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중앙정부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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