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길어졌지만,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긴 노후를 질병 치료와 의료비 걱정만 하면서 보낼지도 모른다. 건강한 삶을 즐기고 싶다면, 질병이 생기기 전 미리 예방하고 혹시 모를 재정적 위험에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건강관리 패러다임이 질병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조기진단, 지속적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유병(有病) 기간이 늘고, 중대질환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예방과 관리 중심의 헬스케어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53.2%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중대질환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이러한 중대질환은 일단 발병하면 치료비도 많이 들 뿐 아니라 완치도 어렵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고혈압, 당뇨,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이 중대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음주, 흡연, 잘못된 식습관, 신체활동 부족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평소 질병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진단, 치료 및 사후관리 등 개인 스스로가 건강 문제 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 기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등의 발달도 건강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속시킨다.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스스로 건강을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예전에는 스마트폰 건강관리 앱의 경우 심박수, 걸음 수 등 단순한 데이터 측정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심혈관 건강, 대사질환 위험도, 비만도 및 영양상태를 알려주는 건강 리포트, 건강에 따른 맞춤 식단 및 운동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건강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 미리 대비해야

아무리 예방과 관리를 해도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은 약해지고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이때 재정 상태가 불안하면 건강은 더 악화된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불안과 미래 재정적 준비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메트라이프는 지난해 4월부터 매달 한국 525명, 중국 545명, 일본 492명을 대상으로 신체적・재정적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조사했다(2020 MetLife Customer Behavior Shifts Research). 이 중 한국인 응답자의 경우, 신체 건강에 자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월 46%에서 10월 37%로 9%포인트나 하락했고, 재정적 건강에 대해서도 4%포인트 낮아졌다.

이러한 불안감은 질병이 걸렸을 때 더 커지게 된다. 치료비와 함께 투병 기간 생활자금 역시 부담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수는 최근 5년(2014~2018년)간 연평균 4.1%씩 증가했다. 이와 함께 진료비는 연평균 11.9% 증가해 2018년 기준 1인당 진료비는 712만 원에 달했다. 건강보험 혜택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부문은 온전히 환자 개인의 몫이기에 의료비 부담은 크다.

또한 최신 수술기법 및 고가의 장비 등 의료 기술의 발전은 치료비가 점점 고액화되는 데 한몫한다. 심장수술의 경우, 수술진료비는 5년(2014~2018년)간 28% 증가했고, 혈관수술의 경우 같은 기간 20.4%나 증가했다. 암세포만을 공격해 부작용이 덜한 표적항암치료는 치료 효과가 높은 만큼 한 달 치료비만 600만~9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치료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중대질병 의료비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노후의료비 추산액은 8,100만 원에 달했지만 민영보험으로 충당 가능한 의료비는 1,000만 원에도 못 미쳐 의료비에 대한 대비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정적 불안감으로 이어져 건강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는 신체적 건강관리와 함께 재정적 건강관리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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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제겨울철 꼭 알아야 할 건강관리법목

겨울철에는 기관지염, 독감 등 호흡기질환과 갑작스런 기온저하로 혈관이 수축돼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이 증가하게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환기를 잘 시키지 않고,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건강이 더 악화된다. 건강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실내공기 환기 코로나19를 비롯해 급격히 추워진 날씨로 실내활동이 많아지면서 밀폐된 공간에 각종 미세먼지와 오염물질, 바이러스가 떠다니게 된다. 하지만 춥다는 이유로 창문을 꽁꽁 닫은 채 생활하다 보면 호흡기가 약하거나 비염, 만성기침, 천식이 있는 사람들은 고생할 수 있다. 적어도 1~2시간마다 공기를 환기시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하고, 실내 온도는 20~22도, 습도는 40~60%를 유지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겨울에는 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난방으로 인해 실내가 건조해지고 코와 기관지 점막이 마르면 호흡기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따라서 하루 1.5리터 이상 충분히 수분을 섭취해야 몸 안의 수분이 부족하지 않다.

규칙적인 운동 날씨가 추워지면 운동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하지만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당량의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김민웅 창원한마음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계단 오르기나 걷기 등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이 심근경색 예방에 효과적이다. 기온이 너무 낮은 아침이나 저녁시간은 피하고, 따뜻한 햇볕이 있는 낮시간에 운동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다.

정상 체온 유지 겨울철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은 ‘체온 유지’다. 나이, 성별, 활동량 등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36~37.5도를 정상 체온으로 본다. 만약 이 온도보다 낮아지게 되면 대사 기능이 저하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건강에 위협이 된다. 또한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산소·영양분 등이 신체 곳곳으로 운반되지 않아서 신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평소 체온을 높여주는 마늘, 생강 등 식품을 섭취하고, 반신욕이나 족욕 등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정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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