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밖에서 걷고 달리고 움직이게 만드는 ‘다이어트’. 시작이 반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일단 운동을 시작하고 나면 살을 더 빨리 빼고 싶은 마음에 ‘운동 강도를 높이거나 시간을 늘릴 순 없을까’, 열의에 불타오른다. 하지만 현실은 의지와 다르다. 운동 강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더 ‘빡세게’ 운동한다고 살이 더 많이 빠지는 것도 아니다.

더 힘들게 운동을 하면 살이 더 잘 빠질 것이라는 기대는 섭취 열량 대비 소모 열량이 크면 자연스럽게 살이 빠질 거란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운동은 인체에 ‘스트레스’를 준다. 인체는 반복되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한다. 이 과정에서 근육량을 늘리기도 하고 심장과 폐의 기능, 효율을 강화하기도 한다. 동시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도 한다. 동일한 활동을 하더라도 에너지를 덜 쓰도록 몸이 적응하는 것이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고 3개월 가량은 몸에 변화가 바로바로 오다가, 곧 일정한 정체기에 접어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생활습관, 운동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오히려 살이 다시 찌기도 한다. 우리의 몸은 항상성 유지를 위해 변화된 신체 움직임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운동 강도와 양을 늘리는 것만으로 살이 계속 빠질 수 있다면, 고강도 훈련을 하루에 수 차례 반복하는 운동선수들은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 됐을 것이다. 종목에 따라 운동 선수들도 체지방을 높게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보면, 운동 강도와 운동량이 다이어트의 성공을 지배하는 유일한 열쇠는 아니란 이야기다.

모두가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다이어트의 성공은 ‘식습관’에 달려있다. 현대인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는다. 먹는 행위를 온전히 인지하지 못 하는 식습관이 문제의 중요한 원인이다. 식사를 하면서도 스마트폰, TV에 의식을 빼앗기거나 말을 하느라 충분히 씹고 음미하지 못 한다. 이런 식습관은 매 끼니 포만감과 만족감을 떨어뜨린다. 정상대로라면 식후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돼 음식 섭취를 중단하고 소화, 흡수가 이뤄지도록 내분비계가 작동해야한다. 하지만 먹는 행위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식후 내분비계의 균형 있는 작동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의미 없는 음식 섭취를 반복하는 셈이다.

계속 먹는데 만족감이 없고 속만 불편하다면, 자신이 음식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꼭꼭 여러 번 씹어, 천천히 먹으라'는 말은 흔한 조언이지만, 식사 포만감과 관련해선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무엇을 먹었는지, 그 식감과 맛은 어땠는지, 입안에서 충분히 녹아 소화하기 좋은 상태로 삼켰는지, 속은 얼마나 편한지 등과 직결되는 것으로, 이것이 충족됐을 때 온전한 의미의 식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다이어트를 생각할 때 마주하는 통념을 하나 더 짚어보자. 운동을 하면서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조절을 할 때 흔히 ‘단백질 보충’을 염려한다. 체지방 관리를 위해 식사를 조절하면 단백질이 부족해질지 모른다고 걱정하지만, 통상적으로 그럴 경우는 없다. 현대인은 영양소 과다로 질병에 노출되는 경우는 많지만 영양소가 부족해 아픈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단백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이미 육류 섭취가 지나치게 잦은데다 곡류와 채소, 과일에도 단백질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보조식품 등을 추가로 먹는 건 섭취 열량만을 늘리는 셈이다. 대신 수분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다이어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습관 관리로 살을 뺄 수 있다면 운동은 안 해도 될까? 운동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우리 몸의 각 요소를 유지하고 발달시키는 데 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집기들은 먼지가 쌓이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아예 고장이 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자주 경험하지 않은 움직임은 잊거나 약해진다. 유년기 때는 유연하게 앞으로 숙일 수도 있고 힘차게 달려도 지치지 않았지만, 성인이 된 뒤엔 뻣뻣해지고 잘 달릴 수 없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움직임을 잊어 버린다는 것은 뇌가 그만큼 덜 사고하고 판단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움직임이 적은 나무늘보는 덩치에 비해 작고 퇴화한 뇌를 가지고 있다. 폭 넓은 움직임을 다양한 강도에서 경험해 인체 신경계를 깨어 있게 하고 뇌의 기능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는 인체의 모든 조직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인간은 과거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때처럼 매일 걷고 달리거나 나무를 타고 강을 헤엄치지 않는다. 최소한의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지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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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제 퍼스널트레이너·요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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