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식습관’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과일과 채소의 섭취다. 과일과 채소가 풍부한 식단은 심혈관질환과 암을 포함한 만성질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과일과 채소 섭취량은 400g, 한국영양학회 권장량은 채소 210~490g, 과일 300~600g등이다. 딸기 한 팩, 중간 크기의 당근 두 개 정도의 양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하루에 필요한 과일과 채소 섭취량을 지키지 못한다. 양도 양이지만 매일 같이 시간을 내어 과일과 채소를 챙겨먹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난 2월 서울시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 조사결과 서울 시민의 하루 평균 채소와 과일 섭취량은 390.2g으로 권장 섭취량(500g)에 비해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매일 적정량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수명 연장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밝혔다. 연구진이 전 세계 200만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장수(長壽)를 부르는 최적의 섭취량은 하루에 과일 2회, 채소 3회 섭취였다. ‘하루 5식’이 장수를 위한 최적의 양과 조합이 될 수 있다는 결과다.

미국심장협회가 발행하는 ‘서큘레이션(Circulation)’ 3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실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30년 동안 10만명 이상을 추적한 미국의 간호사건강연구와 보건종사자추적연구 데이터를 분석했다. 두 자료에는 2~4년마다 반복적으로 수집한 상세한 식단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연구진은 또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등 29개국 190만명이 참여한 26개 연구에서 과일과 채소 섭취와 사망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룬 자료를 추출했다.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하루 5회분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할 때 사망 위험이 가장 적었다. 이들이 찾아낸 과일과 채소 섭취의 황금비율이 ‘과일2 채소3’이었다. 그 이상을 초과해 섭취한다고 해서 더 오래 산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매일 이 비율을 유지하며 섭취한 사람들은 과일과 채소를 합쳐 하루 2회분 섭취한 사람들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사망 위험이 13% 적었다. 심장 질환과 뇌졸중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12%,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10%,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같은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35% 적었다.

모든 과일과 채소가 똑같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완두콩, 옥수수, 감자 같은 녹말 식품과 가공 생산 과정을 거치는 과일주스는 효과가 없었다. 반면 시금치, 케일, 상추 같은 녹색 잎채소와 감귤류와 딸기, 당근 같은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류는 뚜렷한 효과가 있었다.

연구책임자인 동 왕 교수는 “하루 5회분의 과일, 채소를 먹으라는 세계보건기구의 권장 기준과도 일치한다”며 “다만 이번 연구는 과일‧채소 섭취와 사망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한 것이지 둘 사이에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심장협회 영양위원회 부위원장 앤 손다이크 하버드의대 교수는 “미국심장협회는 매 식사 때마다 적어도 접시의 반을 과일과 채소로 채울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것이 두고두고 평생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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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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