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 중 남성보다 여성의 부작용 사례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달 초 미국 국제의학저널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신고 사례를 분석한 결과 남성보다 더 많은 수의 여성이 부작용을 경험했다. 1370만회분의 백신을 투여 받은 사람 중 부작용을 신고한 사람은 6994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79.1%가 여성이었다.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들 중 61.2%가 여성이었던 것을 감안해도 높은 비율이라는 분석이다.

남녀 간 백신 부작용 차이는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월 미국의학협회저널에 발표된 CDC의 또 다른 연구는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후 항원항체반응으로 일어나는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19명 모두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맞은 뒤 아나필락시스를 겪은 47명 중 44명 역시 여성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번달 6일까지 신고된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의심사례를 분석한 결과 여성 접종자의 신고율이 1.3%로 남성 0.8%보다 높았다.

여성이 더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는 확실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센터의 수석 학자 아메샤 아달쟈 박사는 “왜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일어나는지 설명할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증상을 보고하는 경향이 높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의인 윌리엄 셰프너 밴더빌트 의과대학 교수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다”며 “남성과 여성 사이에 면역 반응에는 실제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섀프너 교수는 “확실하진 않지만 호르몬의 차이가 작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면역체계를 흔들어놓는 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면역체계를 조금만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남녀 간 신진대사의 차이 역시 잠재적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 건강 전문가인 제니퍼 와이더 박사는 건강전문지 헬스에 “남성과 여성의 신진대사는 약물에 대해서도 다르게 일어난다”며 “임상실험에서 이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여성들에게 투여되는 백신의 양이 실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에 비해 과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더 박사는 백신에 대한 항체 반응도 여성에서 남성보다 약간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성이 경험하는 부작용이 더 강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별에 따른 백신 투여량의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독감 백신의 경우에서도 성별에 따른 부작용의 차이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13년 학술지 ‘백신'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H1N1 백신을 접종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 수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당시 백신 접종자 수는 남성이 더 많았다. 1990년부터 2016년까지 독감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사례를 분석한 또 다른 연구는 전체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인 환자의 80%가 여성이었음을 밝혀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과 성별에 따른 부작용의 차이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강하게 추정하고 있다. 백신의 부작용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접촉했을 때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면서 나타내는 정상적인 징후다. CDC는 백신 투여 초기인 현재로서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분명히 알고, 적기에 대처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 CDC가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백신 주사를 맞은 팔 부의의 통증

주사 부위를 중심으로 피부가 붉어짐

백신 주사를 맞은 팔이 부어오름

피로감

두통

근육통

오한

고열

메스꺼움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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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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