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수면시간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이뤄진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6.7 시간으로, 세계 평균 6.9시간에 비해 낮았다. 수면의 양과 질은 건강과 신체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년기에 6시간 이하로 자는 것은 치매의 위험을 30%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세브린 사비아 박사가 이끄는 유럽 공동연구팀은 50세나 60세에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은 7시간 이상인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1985년부터 영국인 7959명의 건강 상태를 25년간 추적 조사한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CL)의 화이트홀 Ⅱ(Whitehall Ⅱ) 데이터를 분석했다. 조사 참가자들은 자신의 수면시간을 직접 보고했고 일부 참가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밴드를 이용해 수면시간을 측정했다. 조사대상 중 연구 기간에 치매에 걸린 사람은 521명이었다.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나이는 53.4~87.6세였는데, 대부분 70대 이상이었고 치매 진단 평균 연령은 77.1세였다.

분석 결과 50세와 60세 때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은 수면시간이 7시간 이상인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세부터 70대까지 수면시간이 일관되게 6시간 이하로 짧으면 7시간 이상 잠을 자는 사람보다 치매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심근경색이나 정신건강 문제, 혹은 사회인구학적 요인 등을 고려하더라도 치매 위험이 30%나 높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영국 서리대학 서리수면연구센터 소장 더크-잰 디지크 교수는 “이 연구는 6시간 이내의 '짧은 수면'이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고 이 연관성은 우울증 같은 치매위험 요인을 참작해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치매의 원인-결과 관계를 밝혀주는 것은 아니지만, 수면시간과 치매 위험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수면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불면증, 몽유병, 일상적 졸음 등은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루이소체치매(Lewy body dementia), 전두엽치매 등 인지장애 질환자들이 겪는 일반적 증상이다.

하지만 수면장애로 인해 치매가 걸리는지, 치매로 인해 수면장애를 경험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이번 연구에서 부족했다. 워싱턴 의과대학의 정신의학과 행동과학 교수인 신경과학자 제프리 일리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로, 이번 연구로 인해 수면이 중년기 뇌 건강에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며 “향후 연구를 통해 수면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도 규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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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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