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봄도 아쉽고 지는 꽃도 아쉽다면 도심에서 할 수 있는 색다른 꽃구경이 있다. 진달래, 모란, 유채…. 갤러리마다 화려한 꽃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기를 보낸 갤러리들이 어렵게 피워낸 꽃들이다.

‘진달래 작가’의 축복, 김정수전

김정수 '진달래-축복'
김정수 '진달래-축복'

올해도 고대하던 진달래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활짝 피었다. 봄이면 더 바빠지는 ‘진달래 작가’ 김정수의 ‘진달래-축복’전이 선화랑에서 5월 11일까지 열린다. 프랑스 파리에 살던 작가가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아 헤매다 찾은 것이 진달래였다. 진달래는 그에게 단순한 꽃이 아니라 사춘기 때 방황하던 그를 품어준 어머니의 사랑이고 고향이었다. 수많은 붓질 끝에 찾아낸 투명한 연분홍 꽃잎으로 수북이 채운 ‘진달래 고봉밥’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코로나19로 지친 요즘 그의 진달래 밥이 더 반갑다. 6~30호 소품(작은 그림)과 100호 대작 등 총 35점을 선보인다. 진달래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며 아스라한 기억의 저편을 보여주는 미디어아트 작품도 전시됐다.

열흘간의 모란꽃 인사 김명옥전

김명옥 '모란이 피다’
김명옥 '모란이 피다’

“너무 힘들어 잠시 쉬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25년 동안 한결같이 화단을 지켜온 장은선 갤러리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에 결국 손을 들고 기약 없는 휴식을 선언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 4개월 만에 ‘꽃 중의 왕’으로 꼽히는 모란꽃으로 갤러리에 다시 희망을 채우고 있다. 지난 3월 임근우 초대전으로 첫 인사를 한데 이어 김명옥 작가의 ‘모란전’이 열린다. 모란은 일 년을 기다려 봄이 무르익은 5월, 딱 열흘만 농염한 자태를 자랑하고 사라진다. 그 때를 맞춰 4월 28일부터 5월 8일까지 딱 열흘간 관객을 만난다. 한지 바탕에 분채와 석채를 올려 화사하게 피어낸 모란꽃 연작들이 기다림의 끝에서 눈부신 생명력을 보여준다.

적벽돌 넘어 노란 유채꽃, 아라이 케이 개인전

아라이 케이 '초충도-유채꽃’
아라이 케이 '초충도-유채꽃’

서울 종로구에 있는 윤보선길을 걷다 보면 돌담길 끝에 붉은 적벽돌의 ‘갤러리 담’이 있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울 도심에서 만나기 힘든 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진다. 전통 일본회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일본 작가 아라이 케이의 개인전 ‘초충도-유채꽃 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에게 유채꽃은 어린 시절 마당에 흐드러진 봄의 상징이었다. 따스했던 봄날의 기억을 담아 코로나19로 암울한 현재를 위로하고 싶었다고 한다. 동양 회화에서 꽃과 곤충, 새를 묘사한 ‘초충도’ ‘화조도’는 예나 지금이나 풍요와 생명을 노래한다. 유채꽃 사이로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나비와 함께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다. 4월 29일까지. 이번이 작가의 다섯 번째 한국 전시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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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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