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 ‘2미터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이 실내 공간에서의 감염 확산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작정 2미터 거리두기를 하는 것보다 실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대응이 실질적 전염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은 실내 공간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노출 위험을 얼마나 줄이는지 계산했다. MIT의 공학자 마틴 바잔트와 수학자 존 부시가 이끈 연구진은 코로나 확진자 1명이 포함된 19명의 학생과 교사 1명이 한 공간에 있다는 가정 하에 실내에 머무는 시간, 사람의 수, 공간의 크기, 사람들의 활동량 및 행동요인, 마스크 착용 여부, 환기 여부 및 형태 등 다양한 변수를 적용해 비감염자가 감염 위험 수준에 도달하는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측정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이 고안해낸 계산법은 밀폐된 공간에서 결핵, 홍역, 인플루엔자 등 공기질병 전염의 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존의 감염도 산출 공식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사례를 응용한 것이었다. 이 공식에 각각의 변수를 입력해 이에 따른 에어로졸 전파 속도값을 산출해낸 것이다. 이 연구는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피어리뷰를 거쳐 실렸다.

연구 결과 확진자와의 거리보다 확진자와 함께 머무는 실내 환경의 조건에 따른 값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거리두기 여부나 그 간격은 감염 위험도와 큰 상관이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바이러스나 다른 세균의 확산 경로인 큰 침이나 점액 방울의 확산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에어로졸을 통한 감염 예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논문에 “2미터 이하의 거리두기를 해도 감염 위험이 낮아지기도 하고, 2미터 이상 거리두기를 해도 위험이 높아지기도 했다”며 “에어로졸을 통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지금 거리두기보다 더욱 정교한 방역수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 장기간 머무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공간이 넓고 환기가 잘 되는 공간일수록 감염 위험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또 “거리두기 방식의 방역수칙은 바이러스가 기침, 재채기 등 비교적 부피가 큰 ‘방울’을 통해 배출된다는 가정에서 유효한 것”이라며 “에어로졸을 통해 배출되는 바이러스의 감염을 방지하는데는 큰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특히 운동이나 노래 등 호흡량이 높은 사람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이 감염의 위험을 현저히 높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마찬가지로,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전염의 위험을 줄인다고 말했다. 특히 환기시스템이 잘 작동된다는 가정 하에 공간의 크기와 상관없이 최대 세 명이 18분 이상 머무르면 감염의 위험이 매우 높아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확진자가 있을 경우 더 주의할 필요도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숨을 더 깊게 호흡하게 되는데, 이 때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가 마스크 위로 뿜어져 나와 밀폐된 실내 곳곳에 내려 앉아 오염된 ‘배경 공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적은 공간에서는 이러한 에어로졸들이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지는 반면,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은 공간에서는 에어로졸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못하고 보다 멀리까지 표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확진자와 2미터 이내의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좁은 공간에 있더라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적으면,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은 공간에서 거리를 두고 앉을 때보다 감염의 위험이 적다는 계산 결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이 더 큰 위험을 놓치고 있다”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조차 공기를 통한 감염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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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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