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원두 수입량 기준 세계 3위를 차지한 한국은 명실공히 ‘커피 왕국’이다.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은 약 640잔으로 매일 1.7잔씩 마시는 셈이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료인만큼 커피의 특성과 효능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최근 들어 과학적 연구에 의해 그 유익한 효능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어 커피 애호가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가장 새로운 연구는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2일 국제학술지 BMC 퍼블릭 헬스에 발표한 내용이다. 사우샘프턴대학교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40~69세의 영국인 49만4585명을 대상으로 커피 소비와 의료기록을 분석했고, 그 결과 커피를 하루에 서너 잔 마시는 것이 만성 간 질환으로 인한 발병과 사망 위험을 줄여준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만성 간질환 위험성이 낮아지고,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는 특히 하루에 3~4잔 정도를 마실 때 나타났는데 5잔 이상을 마신다고 그 효과가 더 커지진 않았다. 이번 연구 대상자 중 4분의 3 이상이 정기적으로 커피를 마셨고, 섭취량은 하루 평균 2잔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만성 간질환에 걸릴 확률이 21%, 지방간 질환에 걸릴 확률이 20%, 만성 간질환으로 죽을 확률이 4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효과는 카페인 유무와 상관없었으며 커피 종류와도 무관했다.

특히 분쇄한 커피엔 커피 원두에 있는 두 가지 산화방지제인 카웰(Kahweol)과 카페스톨(cafestol)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연구팀은 “이 두 성분이 항염증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 카페스톨은 ‘나쁜 콜레스테롤’, 즉 LDL콜레스트롤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섭취에 주의를 요한다는 설명이다.

커피의 질병 예방 효과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커피와 심부전 사이의 관계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미국 심장협회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이 연구는 하루에 한 잔 이상의 블랙커피(무설탕)를 마시는 것이 심부전 위험을 장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적절한 커피 섭취가 제2형 당뇨, 파킨슨병, 전립선암, 알츠하이머, 다발성 경화증, 흑색종 및 기타 피부암의 위험을 낮추고 관상동맥 칼슘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미국 케네디재단에서 진행한 한 선행 연구에선 커피 섭취가 간암의 일종인 간세포암의 위험을 줄인다고 결론내리기도 했다. 코코넛 오일, 단백질 파우더, 계피가루, 마누카 꿀, 히말라야 핑크 소금, 아몬드 밀크 등을 섞은 ‘방탄 커피’는 건강한 다이어트식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커피의 효능을 연구한 미국 하버드 보건 대학 로버트 반 담 박사는 자신의 논문에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으로 사망할 확률이 올라간다는 어떠한 근거도 찾지 못했다”며 “하루에 커피를 6잔까지 마시는 사람도 과도한 커피 섭취로 인해 사망할 위험은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건강 전문가들은 커피 섭취에 대해 주의를 요할 것을 당부한다. 건강 개선 및 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커피는 대체로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블랙커피였다는 점을 기억하라는 지적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설탕과 지방이 첨가된 유제품, 크리머 등을 첨가해 커피를 즐기는데 미국심장협회는 이런 ‘첨가된 커피’의 섭취가 심장 건강에 좋지만은 않다고 경고한다.

일일 커피 섭취량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커피 한 잔의 기준은 약 236ml(8온스)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가 카페에서 쉽게 사마시는 ‘한 잔’은 300ml를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섭취량을 생각하며 마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신 중인 여성,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 그리고 어린 아동의 경우도 일반적 기준으로 커피를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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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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