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코로나19 백신의 사각지대에 있던 임신부도 곧 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7월 29일 방역당국은 "임신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에 대해 대한산부인과학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와 임신부에게 적합한 백신 종류와 주의사항, 접종을 권고할 수 있는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우리나라는 예방접종 계획을 세울 때 임신부를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해외에서도 참고할만한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임신부들은 그 누구보다 타인과 거리를 두며 조심해야 했다. 지금은 각 백신 개발사에서 임신부를 대상으로 접종 후 이상반응이나 관련 데이터를 속속 발표 중이다.
그 사이 임신부와 백신의 관계를 둘러싼 가짜뉴스도 떠돌았다. 임신부의 백신 접종을 허용했던 미국에서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이 무려 82%의 임신부를 유산시켰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소식은 국내로도 전파돼 임신부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당시 USA투데이는 이 가짜뉴스의 출처를 쫓아 영국의 한 언론이 미 의학 전문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냈던 논문을 인용한 사실을 전했다. 이 논문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827명의 임신부 중에 12.6%가 유산했다는 비극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임신 13주 이내 유산이었는데, 이 시기의 원래 평균적인 유산율은 10~20% 정도다. 평균적인 수준으로 백신과 임신부의 유산 간에는 관련이 없다는 게 당시 USA투데이가 내린 결론이었다.
“탯줄 통해 아기에게 항체 전달 돼”
가장 최근 임신부에 백신을 접종하기로 한 호주는 오히려 앞선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냈던 데이터를 보고 접종하기로 입장을 바꾸었다. 호주의 임신부들이 화이자 백신 우선순위에 이름을 올린 건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다. 국가면역기술자문그룹(ATAGI)은 "코로나19로 임신부와 태아에 미칠 위험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임신부는 어떤 임신 단계에서든 화이자 mRNA 백신을 일상적으로 제공받아야 한다"고 밝혔는데 그 근거 중 하나가 앞선 논문이다. 성명에 따르면 임신 기간 동안에는 탯줄을 통해 아기에게 항체가 전달될 수 있고 모유를 통해서도 전달이 가능하다.
7월 12일 발표된 이스라엘의 한 논문은 예방접종을 받은 임신부 7530명과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임신부 7530명을 비교 조사했더니 비접종 임신부(202명)가 접종 임신부(118명)보다 코로나19 확진 비율이 두 배 가량 높게 나왔다. 접종을 받은 임신부 중 두통이나 몸살, 근육통 등 백신 관련 부작용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중증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효과적인 시기는 있다. 마지막 3개월은 제외다. 호주의 비영리 미디어인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임신 28주 전에 백신을 맞아야 엄마와 아기가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좋은 힌트가 될 수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