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12~24시간 이상 공복상태를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 2019년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다이어트 방법이다. 공복을 유지하는 상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그만큼 위의 크기가 줄어들고 자연스레 음식물에서 나오는 독소도 적어져 다이어트나 건강 개선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간헐적 단식을 하면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대 의대가 동물실험을 한 결과다.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이틀간 굶기고, 다른 한 그룹엔 정상적으로 사료를 제공했다. 이후 두 그룹에 속한 생쥐의 입으로 살모넬라균을 투여했다. 살모넬라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감염되면 위경련, 설사, 구토를 유발한다.

그 결과 이틀간 굶은 그룹의 생쥐는 감염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나 정상적으로 먹이를 섭취한 생쥐는 장 조직 손상, 염증 등 감염 증상이 나타났다. 단, 살모넬라균을 정맥 주사로 투여했을 때는 단식의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살모넬라균에 이어 다른 식중독균인 캄필로박터균을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역시 단식한 생쥐들에게서 감염 증상이 적었다.

연구팀은 섭취한 식품이 병원균과 장내 미생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섭취량이 제한되면 장내 미생물체는 남아 있는 영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병원균이 숙주를 감염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획득하는 것을 막는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단식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가 변화하면서 감염으로부터 보호 효과가 생겼음을 나타낸다”며 “간헐적 단식이나 칼로리 제한이 비감염성 위장병뿐만 아니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고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을 포함한 특정 질환 예방 여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이번 연구가 그 초기 근거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번 연구를 공동으로 이끈 브루스 발렌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간헐적 단식으로 인해 일부 세균의 증가와 다른 세균의 감소 등 마이크로바이옴이 전반적 구성이 변화하는 것을 봤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박테리아가 보호효과를 유발하는지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5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패서전스(PLOS Pathogens)’에 실렸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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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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