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얘기할 땐 휴대폰 좀 그만 쳐다볼 수 없어?”

앞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중에도 자신의 휴대폰 화면만 자꾸 쳐다본다면, 상대방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해봤을 상황. 미국에선 이렇게 상대를 앞에 두고 휴대폰만 바라보는 행동을 의미하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전화(콜)와 무시(snubbing)의 합성어 ‘퍼빙’(phubbing)이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적으로든 이런 행동은 대화 예절에 어긋난 행동이다. 그런데 퍼빙이 단순히 무례함을 넘어 정신건강의 문제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건강전문매체 웹엠디는 지난 8월25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대 제니퍼 샘프 교수의 지도로 이뤄진 퍼빙 관련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샘프 교수는 오클라호마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선주형 박사과정 연구생과 함께 스마트폰 사용습관과 사회적 상호작용,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를 분석했다. 참가자 4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울증과 사회적 불안이 클수록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보는 경향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울증이 심각한 사람일수록 상호작용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았고 사회적 불안감이 있는 사람들은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것보다 휴대전화로 소통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응답했다.

또 신경증이나 부정적인 감정에 주목하는 성격적 특징을 보일수록 퍼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사람과 말다툼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사람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휴대전화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들은 또 3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 한 사람이 대화를 주도할 때 자신은 휴대전화를 쳐다봐도 괜찮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연구팀은 퍼빙이 대면 업무보다 전화를 사용한 업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설명해줄 수 있다고 봤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그런 경향을 강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샘프 교수는 “펜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은 전화기와 IT를 통한 비대면 기술에 크게 의존했다”며 “대부분의 경우, 문자 메시지와 비디오를 통해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퍼빙이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의 결여로 해석될 수 있는 반면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휴대전화 알람을 끄거나 뒤집어 놓는 등의 행위는 존중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선주형 연구원은 “이런 대체 행위는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있다’‘내겐 이 만남이 중요하며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학술지 ‘행동과 정보기술’(Behaviour and Information Technology)지에 담겼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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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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