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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78호] 202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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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영지 순례]물소리로 깨우침을 얻는 곳, 함양 유가대

글·사진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2021-10-13 오전 8:54:52

▲ 지리산 자락 유가대에는 500년은 됨 직한 노송이 서 있다.
한국의 영지는 대략 3가지 조건을 갖추면 된다. 바위 암반, 소나무, 그리고 냇물이다. 냇물가에 넓적한 바위 암반이 있고, 그 옆에 노송이 있으면 대개 그러한 장소는 옛날 신선이나 도사, 고승들이 노닐거나 수도했던 터라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암반에서는 기가 나온다. 기가 너무 세게 나오는 곳에서는 구안와사가 오기도 한다. 경락이 막혀 있는 일반인들이 바위에서 잠을 자면 턱이 돌아가는 불상사가 나기도 한다. 세게 들어오는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면 턱이 돌아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220볼트 밥솥에 500볼트가 들어와 버리면 타 버리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도를 닦는다는 것은 볼트 압력을 높이는 행위이기도 한다. 어느 차원에 도달하려면 볼트가 필요하다. 로켓 엔진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대기권을 벗어나려면 강력한 추진 엔진이 있어야 한다. 그 추진 엔진에 해당하는 장치가 바로 바위이고 암반이다. 그래서 바닥이 암반이거나 커다란 바위 밑의 장소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다음에는 냇물이다. 바위에서 나오는 기운은 불이다. 물로 이를 식혀주거나 적절히 조절해 줄 필요가 있다. 엔진이 과열되면 물로 식혀 주어야 한다. 이를 수화기제(水火旣濟)라고 표현한다. 화가 위에 있고 물이 아래에 있으면 적절하게 배합된 상태이다. 그래서 바위 옆에 물이 있으면 안성맞춤이다. 냇물도 좋고, 강물이나 호수도 있으면 좋다. 적절하게 흐르는 냇물이 더 좋다. 왜냐하면 물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보다는 물소리가 적당하게 들리는 게 좋다. 이 물소리에 정신을 집중한다. 물소리가 명상의 보조 수단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물소리는 오래 들어도 싫증이 덜 난다. 싫증나는 소리를 오래 들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러나 물소리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소리이다.
   
   불교의 ‘능엄경’에서는 물소리를 듣는 게 이근원통(耳根圓通)이라고 설명한다. 관음보살이 이 방법으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귀로 듣는 물소리, 낮에는 물론이고 밤에 잠을 잘 때도 꿈속에서 이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도가 통한다는 것이다. 숙면일여(熟眠一如)이기도 하다. 잠을 잘 때도 물소리를 듣고 있어야 한다. 파도소리뿐만 아니라 산속의 냇물 소리도 이근원통에 들어가는 물소리이다. 침계루(枕溪樓)는 계곡을 베개 삼아 누워 있는 누각이라는 뜻이다. 계곡을 베개 삼아 누워 있다는 뜻은 무엇인가? 바로 계곡 물소리를 듣는 것이다. 살면서 근심걱정이 너무 많아 자살하고 싶은 경우에도 이 물소리를 사나흘간 밤낮으로 듣고 있으면 그 걱정과 압박감이 좀 누그러지는 수가 있다. 불에 타는 번뇌를 물소리가 씻겨 준다.
   
   그러나 그 물이 너무 급박하게 흘러가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급박하게 흐르면 오히려 기운을 쓸고 가기 때문이다. 기운이 그 터에 모여야 하는데 물이 빠르게 흐르면 기운을 빼앗아간다. 그래서 너무 급박하게 흐르는 냇물 옆은 피한다. 소나무가 있으면 좋다. 여름에는 그늘이 된다. 삼복 여름에 오래된 노송이 만들어주는 소나무 그늘 밑에서 바둑을 두면 신선놀음이다. 소나무는 커다란 파라솔이자 무대장치이기도 하다. 소나무가 있으면 그 위에 하얀 학(鶴)이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신선이 나오는 그림을 보면 대부분 노송이 옆에 있고 그 노송에는 학이 앉아 있다. 신선 옆에는 차 심부름을 해주는 다동(茶童)도 있기 마련이다. 소나무와 학, 그리고 다동. 보름달이 뜰 때에 이처럼 냇물 옆에 암반이 있고 소나무가 서 있는 터에서 술과 차를 나누고 악기 연주를 듣는 것이 풍류이다. 급이 있는 풍류는 역사가 있고 족보가 있다. 그 역사와 족보에 해당하는 요소가 바로 암반, 냇물, 소나무 그리고 하늘에는 보름달이다. 필자도 인생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늙고 병들기 전에 이런 장소에서 달밤에 거문고 소리나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유가대 밑으로 계곡 물소리만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장소 중의 하나가 지리산 함양군 휴천면의 지리산 자락에 있는 유가대(瑜伽臺)이다. 500년은 됨 직한 노송이 서 있다. 노송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양이 아주 풍성하다. 가지가 둥그렇게 펼쳐져 있어서 커다란 화개(華蓋)에 가깝다. 그리고 바닥은 암반이다. 기가 뭉친 곳이다. 해발 400~500m쯤이나 될까. 유가대 밑으로는 계곡 물소리만 들린다. 터 밑으로는 숲이 우거져 있어서 냇물이 눈으로 바라다보이지는 않지만 물이 흘러가는 소리는 귀로 들리는 터이다. 물은 안 보이고 계곡 물소리만 들리는 이 계곡을 수잠탄(水潛灘)이라고 부른단다. 물에 잠겨 있어서 안 보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탄(灘)은 여울물 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이 일대를 용유담(龍遊潭)이라고도 부른다. 전설에 의하면 이 터에서 마적도사(馬跡道士)가 도를 닦았다고 전해진다.
   
   마적도사가 누구인가. 기록은 하나도 전해지는 게 없고 전설만 전해진다. 불가의 고승이 아닌 지리산 토속의 신선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해오는 바에 의하면 신라시대 인물이라고 하니 지금부터 1300~1400년 전 사람이다. 이 유가대 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마적도사가 장기를 두었던 자리도 있다. 마적도사는 당나귀를 길렀다.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 당나귀였다. 마적도사가 생필품이 필요하면 당나귀 등에다가 쪽지를 붙여서 장날에 보내면 당나귀가 생필품을 싣고 나귀바위에서 울었다. 나귀 울음소리가 들리면 마적도사가 쇠막대기로 다리를 놓아 당나귀를 건너오게 하였다. 어느날 천왕봉의 여산신인 천왕할매와 장기를 두다가 나귀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나귀는 등에 짐을 지고 울부짖다가 주인이 쇠막대기로 다리를 놓아 주지 않자 지쳐서 죽어 버렸다. 나귀는 죽어서 나귀바위가 되었고, 나귀의 죽음을 알게 된 마적도사는 화가 나서 돌로 된 장기판을 던져 버렸는데, 깨진 장기판 한 모퉁이가 나귀바위에 떨어져서 장기판 줄 모양의 바위 조각이 지금도 남아 있다.
   
   필자가 보기에 우선 ‘瑜伽臺(유가대)’라는 이름이 심상치 않다. 불교 이름이기는 하지만 ‘瑜伽’는 화두에 집중하는 선불교 계통이 아니다. 밀교 계통이다. 밀교는 몸의 십이경락 수련을 중시하는 선도(仙道) 수련과 공통점이 있다. 인체의 십이경락이 열리면 불로장생한다. 신선이 된다. ‘유가심인수능엄경(瑜伽心印首楞嚴經)’이 바로 개운조사가 수도했던 소의경전(所依經典) 이름이다. 여기에도 ‘유가’가 들어간다. 마적이라는 이름은? 유가대 앞으로 보이는 산이 금마산(金馬山)이다. 금대(金臺)라고도 한다. 유가대에서 이 금대를 보면 말 안장처럼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다. ‘말의 자국’이라는 뜻의 ‘마적(馬跡)’은 이 앞산인 금대의 기운이 이쪽으로 반사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지는 앞산의 형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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