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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9호]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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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아시아 첫 트레킹 팀 알프스 알레치빙하를 밟다

글·사진 한필석  전 월간산 편집장 pshan5200@naver.com 2021-10-17 오후 2:51:01

▲ 알레치빙하 파노라마 트레일상의 메리엘렌호수. 야생화가 만발하고 설산이 수면에 비치면서 명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스위스 남서부 발레(Valais)주의 알레치빙하(Aletsch Glacier)는 알프스 최장 빙하다. 길이가 무려 20㎞에 이른다. 아이거(Eiger·3970m)와 묀히(Mönch·4099m) 2개봉을 뚫은 10㎞ 길이의 터널을 지나다니는 산악열차로 잘 알려진 융프라우(Jungfrau·4166m)와 묀히 남쪽으로 뻗어내린 빙하로, 얼음양이 110억t에 이른다. 표면적도 79㎢나 되고 가장 두꺼운 곳은 두께가 800m에 이른다. 알레치빙하는 융프라우 일원과 함께 2001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지난 9월 16일 밤 비행기를 타기 위해 들어선 인천국제공항은 적막하고 낯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해외 트레킹에 나선다는 게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다. ‘혜초여행’ 트레킹단 23명 모두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거운 마음은 스위스 제네바공항을 빠져나와 레만호 호반에 내려서자 조금 가벼워졌다. 프랑스 샤모니로 이동해 이튿날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4807m)을 비롯한 설봉과 드류(Dru·3754m) 같은 침봉이 조화를 이룬 몽블랑 산군을 마주하자 드디어 가벼운 흥분이 일었다. 산길을 걷는 사이 지겨운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알프스 품 안에 안겨 있다는 생각에 해방감이 느껴졌다.
   
   이튿날 에귀디미디~몽탕베르 트레킹을 마친 뒤 스위스 발레주의 체르마트(Zermatt·1620m)로 이동했다. 체르마트는 세계 3대 미봉(美峰) 마터호른(Matterhorn·4478m)이 골짜기 끝에 그림처럼 솟아 있는 산악마을이다.
   
   마터호른은 1865년 첫 등정 당시 하산길에 4명이 추락사고를 당한 이후 거의 매년 사고가 끊이지 않는 험산이다. 그렇게 악명 높은 마터호른을 보려고 여러 나라 관광객과 트레커들이 몰려드는 것은 이 산이 지닌 독특하고도 빼어난 산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마터호른은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3883m 높이의 전망대(Matterhorn Glacier Paradise)에 올라섰을 때 구름이 살짝 벗겨지면서 잠시 자태를 드러낸 뒤 슈바르츠제(Schwarzsee·2583m) 호수에서 츠무트(Zmutt)를 거쳐 체르마트로 내려설 때까지 제 모습을 감춰 안타까움을 안겼다.
   
   그 아쉬움은 이튿날 어슴푸레 날이 밝아올 즈음 삼각뿔 형태의 마터호른이 황금빛으로 물든 채 솟아오르자 이내 사라졌다. 산악열차로 오른 고르너그라트(Gornergrat·3089m) 전망대에서는 알프스 제2고봉인 몬테로사(4634m), 리스캄(4527m), 바이스호른(4505m) 등 페닌알프스의 4000m급 32개 봉우리 중에서도 빼어난 자태를 뽐내는 산봉들이 일행을 즐겁게 했다.
   
▲ 샤모니 락블랑 트레킹. 몽블랑 산군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명트레일이다. 맨 오른쪽 설봉이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이다.

   체르마트 트레킹 일정을 마치고 베트머알프로 향했다. 베트머알프(Bettmeralp)는 해발 1950m대 고지대에 위치한 휴양레저타운으로 여름철엔 트레커, 겨울철엔 스키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와, 마터호른이다.”
   
   일행은 체르마트역에서 열차를 타고 브리그(Brig)를 거쳐 베텐 열차역(Betten Talstation)까지 이동한 다음 케이블카를 타고 고도 차이가 1100m 가까이 나는 베트머알프(1950m)로 올라섰다. 베트머알프는 산사면에 조성된 휴양리조트 마을로, 체르마트와 마찬가지로 환경보호를 위해 외부 차량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오로지 짐수송용 전기자동차 두 대만 마을을 지나다닐 뿐이다.
   
   샤모니나 체르마트와 달리 관광객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용한 산마을은 일행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흠뻑 취해 호텔로 향하는 사이 동화 속 그림 같은 교회당이 반겨주더니 그 뒤로 설산이 줄지은 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을 이루고 있는 페닌알프스의 장관이다. 어제 가슴을 설레게 했던 마터호른은 물론 고르너그라트에서 마주했던 몬테로사를 비롯해 알프스 명봉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 ‘원형경기장’이라 불리는 알레치빙하 트레일 주변은 양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빙하 전체가 원형경기장으로 느껴져
   
   베텐 열차역에서 만난 스위스 관광청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호텔에 들어서자 샤모니와 체르마트의 호텔과 식당에서 그랬듯이 주인과 직원들이 “팬데믹 이후 아시아 최초의 단체 트레킹 팀”이라며 웰컴 와인을 건네며 반긴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감염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유럽연합에서 통용되는 보건패스를 일일이 확인하고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부탁한다.
   
   호텔에 짐을 풀고 우리만의 독립공간에서 저녁식사 시간을 갖는 사이 어둠이 짙게 깔렸다. 이윽고 설산 위로 한가위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른다. 코로나19 스트레스 속에서 지낼 가족과 지인들을 떠올리면 미안하기 그지없지만 알프스는 이렇듯 꿈 같은 시간이 계속되며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알프스 트레킹은 해발 2000m대 트레일로 계속 이어지는 코스지만 뜻밖에 힘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 숙소에 비해 고도 차이가 크게 나는 산행기점까지 케이블카나 곤돌라로 오르는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해발 2650m 높이의 알레치빙하 파노라마 트레일 기점 역시 베트머알프 마을 위쪽에서 케이블카로 접근한다.
   
   상부터미널에 올라서자 베트머호른(Bettmerhorn·2857m)이 눈앞에 솟구치고, 빙하 전망대로 다가서자 융프라우에서 유선형을 그리며 뻗어내린 알레치빙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빙하 바깥쪽으로 페닌알프스가 거대한 콘도르를 연상케 하며 웅장하게 펼쳐진다. 그 산줄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 역시 삼각뿔 형태의 마터호른이었다.
   
▲ 리펠호수에 빠져든 마터호른. 1865년 초등 이후 100명 가까이 사고를 당했음에도 세계 3대 미봉으로 꼽히는 봉우리이다.

   억겁의 세월이 빚은 알프스의 산봉들과 빙하를 동무 삼아 이어지는 트레일은 이틀 전 내린 눈에 덮여 있었다. 한동안 미끄러운 내리막길이 이어져 한발 한발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즐겁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 삼삼오오 짝을 짓거나 홀로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 표정도 편안하기 그지없다.
   
   빙하는 차갑기만 한 게 아니다. 빙하 위쪽 산사면은 푸른 초원, 양들의 방목지다. 세련된 등산복 차림의 양치기 두 사람은 허리춤의 자루에서 뭔가를 꺼내 양 입에 넣어주면서 양들을 트레일 위쪽으로 몰아댄다. 그 모습 또한 그림이었다.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스쳐 지나간 뒤 빙하는 폭이 더욱 넓어지지만 트레일은 점점 좁아진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메리엘렌호수(Marjelensee)와 외딴집이 보인다. 글레처튜브(Gletscher Tube) 산장이다.
   
   알레치빙하 일원은 ‘알레치 아레나(Arena)’라 불린다. 빙하 전체가 거대한 원형경기장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알레치빙하 일원은 다양한 물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눈은 켜켜이 쌓이고 쌓여 설봉과 빙하를 이루고, 눈 녹은 물에 촉촉이 젖어든 능선 사면엔 풀이 우거져 양들의 낙원을 이룬다. 호숫가 일원엔 야생화가 만발하고 호수의 맑은 물이 탐날 정도다. 그런 호수에 산봉우리가 풍덩 잠겨 투명하고도 아름다운 산수화를 그린다.
   
   
▲ 융프라우요흐에서 만년설원을 따라 묀히요흐산장으로 향하는 트레커들. 뒤에 솟은 봉우리가 ‘신부’라는 의미의 융프라우다.

   매년 50m씩 빙하길이 짧아져
   
   알레치 파노라마 트레킹 이튿날엔 빙하 체험 트레킹에 나섰다. 사진을 통해서만 바라보았던 빙하를 일행 모두 두 발로 밟아보는 날이다. 능선까지 곤돌라를 타고 오른 뒤 표고차 400m 아래 빙하로 내려섰다 다시 올라오는 과정이 힘겹긴 하지만 스위스 산악가이드 인솔하에 얼음빙하를 밟는 일행의 표정은 즐거움이 넘쳤다.
   
   물의 신비를 연출하는 알레치빙하는 매년 최대 50m씩 빙하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인류가 매일 1L씩 3.5년간 마실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품고 있는 빙하건만 지금보다 평균기온이 2도 더 오른다면 2100년 즈음에는 절반이 녹아버리고 4도 이상 오르면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스위스 과학자들은 예측한다. 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알레치빙하를 후손들이 즐길 수 없으리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빙하체험 트레킹을 끝내고 베텐 열차역으로 내려선 일행은 버스를 타고 유럽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라는 그림셀 고개(Grimsel Pass·2165m)를 넘어 인터라켄을 거쳐 그린델발트로 이동했다. 이번엔 발레주와 베른주 경계에 산군을 이룬 베른알프스 트레킹이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아름다운 베르네 산골’이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지어진 요들송이다.
   
▲ 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로 쉽게 접근하는 해발 2168m 높이의 피르스트에서 50분 거리에 위치한 바흐알프호수. 융프라우 일원의 명봉을 배경으로 트레킹은 물론 송어낚시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융프라우요흐~묀히요흐산장 만년설원 트레킹과 아이거 북벽 트레킹으로 그린델발트 첫날 일정을 마치고, 이튿날 피르스트의 바흐알프호수(Bachalpsee) 트레킹으로 알프스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바흐알프호수 가는 길에는 마침 토요일을 맞아 수많은 트레커와 관광객들이 오르내렸다. 이날 오후 그린델발트에서 버스로 2시간 이상 떨어진 취리히공항 검역소에서 코로나19 PCR 검사를 앞두고 있었지만 모두 느긋하다. ‘만년설산’ 알프스는 팬데믹 시대에도 여전히 평화로움을 안기는 곳이다. 코로나19 공포가 사라져 마음놓고 알프스를 오를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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