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섭취가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히 제한하고 지방 섭취량을 늘리는 ‘저탄고지’ 식단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중년 여성들의 경우 충분한 탄수화물 섭취가 오히려 심혈관계 질환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강을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통념과는 다른 내용이다.

호주의 시드니대‧퀸즐랜드대‧뉴캐슬대‧모나시대 등 공동연구진은 식단이 중년 여성의 심혈관계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종적 연구를 진행했다. 5만7000여 명을 15년 간 추적 관찰해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연구팀은 탄수화물을 ‘적절히’ 섭취하는 이들에게서 심혈관질환(CVD)이 발병할 위험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최근 학술지 ‘심장, 폐, 순환(Heart, Lung and Circulation)’에 실렸다.

연구팀은 식단 선택이 중년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해 참가자들을 탄수화물 및 포화지방 섭취량에 따라 총 에너지 섭취량의 비율로 그룹화했다. 하루 중 섭취하는 전체 열량 가운데 41~44.3%를 탄수화물에서 얻는 상태가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그룹, 전체 섭취 열량 가운데 37.1% 이하가 탄수화물을 가장 적게 섭취하는 그룹이었다.

그 결과 높은 탄수화물 섭취는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포화 지방 섭취는 심혈관질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포화지방과 탄수화물의 높은 섭취는 모두 고혈압, 당뇨병, 비만의 위험을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탄수화물이 심장혈관계 질환뿐 아니라 비만이나 당뇨병에 걸릴 위험 또한 낮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함께 진행한 사라 자만 시드니대 교수는 “최근 심장질환이 여성 대 남성에게 다른 위험인자를 가질 수 있다는 방대한 양의 증거가 있다”며 “특히 중년 여성이라면 케토 다이어트 등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저탄’ 식단을 피하고 탄수화물을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단 이런 효과는 정제 설탕이나 가공 탄수화물이 아니라 과일이나 통곡물 같이 ‘좋은’ 탄수화물을 먹었을 때만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질환은 매년 186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양산하는 사망 원인 1위 질환이다. 한국인의 경우 심장 질환은 사망 원인 중 2번째, 뇌혈관 질환은 사망 원인 중 4번째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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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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