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우울감을 느낄 때 술 한 잔으로 기분을 달래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부정적 상황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감정 개선에 효과가 있을까.

최근 국제학술지 ‘이상심리학저널(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에 발표된 한 연구는 이럴 때 술을 마시는 게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부정적인 감정에 대응하기 위해 마시는 술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일반인 58명, 경계선 인격 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 52명 등 총 11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감정적 변화와 음주 문제 사이의 연관성을 가능한 많이 포착하기 위해 경계선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이번 실험참가자로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경계성 인격 장애란 뇌신경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자제력이 부족,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며, 우울과 분노를 오가며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하다. 이런 경계선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과음에 빠지기 쉬운 경향이 있다. 이번 실험에 참가한 경계선 인격 장애 참가자 일부는 실질적으로 알코올 중독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이들이다.

연구팀은 술을 마신 뒤 시간 간격을 두고 우울감이나 죄책감이 줄어들었는지, 술 마시기 전에 비해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등을 평가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연구팀이 제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한편 3주간 매일 전자일기를 작성했다. 일기에는 알코올 섭취 여부와 함께 불안·초조·우울·외로움 등 부정적 감정의 정도 등을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다.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설문조사에서 부정적 감정에 대처하기 위해 술을 마셨을 때 이러한 감정이 완화됐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참가자들의 일기를 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참가자들이 술을 마신 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부정적인 감정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알코올 중독 진단을 받은 참가자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술이 실질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강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실험참가자들은 음주가 정서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모순된 결과를 두고 “알코올에 의지하는 사람일수록 알코올이 자신의 감정을 개선하는 도구이자 전략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또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용도로 술을 마시는 사람일수록 음주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음주가 불안감, 우울감 등을 해소하는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보였다”며 “운동, 명상 등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신체활동으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해가길 권한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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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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