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심장 건강이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루 6~7시간 자는 사람이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확률이 가장 낮다’‘수면 무호흡증 등 질 낮은 수면은 심장마비 위험을 높인다’ 등 수면과 심장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들여다본 과학적 연구는 무수히 많다. 최근엔 수면 시작 시간과 심혈관 질환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론은 무조건 일찍 잘수록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심장 건강에 좋은 취침 시간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영국 엑서터대학교 연구팀은 오후 10시~10시59분 사이의 사간대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취침의 ‘골든 아워(golden hour)’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43세에서 79세 성인 8만8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면 데이터를 추적했다. 움직임을 기록하는 가속도계(accelerometers)를 이용해 7일 동안의 취침 및 기상 시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참가자에 대한 인구통계자료, 라이프스타일, 건강 및 신체 평가를 진행했다. 이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에 걸쳐 이들의 심장마비, 심부전, 만성 허혈성심질환, 뇌졸중, 일과성 허혈성 발작과 같은 심혈관 질환 진단 여부를 추적했다.

대상자의 3%가 이후 심혈관 질환에 걸렸는데, 오후 10시~10시59분 사이에 잠드는 사람들에게서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간대에 잠드는 사람에 비해 취침 시간이 자정 이후인 사람은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25% 높았다. 오후 11시~11시 59분에 자는 사람은 12% 높았으며, 취침 시간이 오후 10시 이전인 사람은 오히려 2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성별, 수면 지속 시간, 수면 불규칙성, 라이프스타일, 흡연 여부, 체질량 지수, 당뇨,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사회경제적 위치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했을 때에도 이 연관성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관성은 특히 여성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이번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플랜스 엑서터대 교수는 “내분비계가 생체리듬에 반응하는 방식이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24시간 생체 시계’에 최적의 취침 시간이 존재하고, 이보다 일찍 자거나 늦게 자면 신체 시계가 교란되어 심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란에 게재됐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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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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