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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헌의 영지 순례]  1700년 전 뻘에 묻혀 있던 나무가 부처로 거듭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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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91호]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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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영지 순례]1700년 전 뻘에 묻혀 있던 나무가 부처로 거듭난 곳

글·사진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2022-01-08 오후 12:51:10

▲ 침향으로 조성한 불상들.
이란의 호메이니는 생전에 특이한 취향이 하나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것은 냄새였다. 호메이니는 향수광이었다. 여섯 개의 감각기관 중에서 냄새에 아주 민감한 체질이었던 것 같다. 퀴퀴한 고린내를 못 참는 기질이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향수를 뿌렸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막과 광야가 많은 중동은 물이 귀하므로 잘 씻지 못한다. 먹는 물도 귀한데 샤워는 언감생심이다. 땀 냄새는 나고 목욕할 환경은 안 되다 보니 몸이나 텐트에서 냄새가 진동하고, 이 불쾌한 냄새를 잡기 위한 과격한 방법은 향수를 뿌리는 일이었다. 현재도 중동 지역이 최대의 향수 소비국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의 왕족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향은 침향(沈香)이다.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밀림에서 나오는 침향의 가장 큰 수요는 중동의 왕족들이다. 고대부터 최상품의 향은 3가지가 있었다. 침향, 용연향(龍涎香), 사향이다. 침향은 베트남의 밀림지대에서 서식하는 침향나무가 따로 있다. 소나무의 송진처럼 침향나무도 거무스름한 수지(樹脂)가 나오는데, 이 수지가 나무 속에 스며들면 침향이 되는 것이다. 용연향은 무엇인가? 연(涎)이라는 글자가 침(타액)이라는 뜻이다. ‘용연(龍涎)’은 ‘용의 침’이 된다. 용은 고래를 뜻하기도 한다. 바다의 향고래가 먹이를 먹고 가끔 밖으로 토해낸다고 한다. 주로 임신기간일 때 삼켰던 먹이들을 토해내는데, 이 토사물이 바다에 둥둥 떠다니면서 햇볕을 받고 적당히 발효되면서 응고가 되면 이것이 용연향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향은 사향노루의 배꼽에서 채취한다.
   
   
   용연향, 사향, 침향
   
   용연향과 사향은 동물로부터 채취하는 반면 침향은 나무에서 채취한다. 그래서 살생을 꺼리는 불가에서 이 침향을 특히 선호했다. 침향이 좋은 점은 이 향을 맡으면 상기되었던 기운이 아래로 가라앉는다는 점이다. 마음이 착 내려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가라앉을 ‘침(沈)’ 자를 쓴다는 대목이 이를 암시한다. 보약의 대명사인 공진단(供辰丹)에도 침향이 들어간다. 냄새뿐만 아니라 약리작용도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부산에 있었던 동래부사(東萊府使)의 주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바로 침향의 구입이었다. 당시 일본 상인들은 베트남에서 수입한 침향을 동래에 가지고 와서 팔았다. 동래부사는 일본 상인들로부터 베트남 침향을 구입해서 서울의 궁궐로 올려 보내는 일이 주요한 업무였다. 조선시대 궁궐에서 왕과 왕비를 비롯한 최상류층은 이 침향을 사용했다. 원체 고가이니 지금의 특별시장 격인 동래부사가 이를 직접 구매하였던 것이다. 왕실에서 보약으로도 이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시대에는 침향을 보약으로 많이 사용하였지만, 그 이전 고려나 삼국시대에는 부처님에게 바치는 공양용으로 사용하였다. 연기가 나면서 냄새가 좋은 향은 불교가 전래되면서 일반에 알려지게 되었다. 향은 불교가 가지고 들어왔다는 말이다. 불교는 부처님에게 바친다는 공양(供養)이라는 개념이 있다. 공양에는 3가지가 있다. 몸을 바치는 것이 사신공양(捨身供養)이다. 몸을 바친다는 것은 목숨을 바친다는 의미이다. 돈으로 바치는 재물공양도 있다. 재보시(財布施)라고도 한다. 그다음에는 향을 바치는 향공양이 있다. 이 향공양 중에서 최고의 수준이 침향이다. 불교가 전래되던 삼국시대부터 침향은 최고의 귀중품으로 간주되었다. 신라 기록을 보면 일반인은 침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하였다. 오직 왕실에서만 쓸 수 있었다. 그만큼 귀하게 여겼다. 값이 비싸 엄청난 사치품이기도 하였다.
   
   
   미당의 시에도 침향의 기록이
   
   침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는 불교의 법당에 들어가면 들어가는 순간 그 향이 머릿속과 심장으로 파고들어 오는 것만 같다. 마음이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극락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별다른 설법이나 염불, 기도가 필요 없다. 침향 그 자체가 사람을 이완시키고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니 침향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겠는가!
   
   문제는 이 침향이 베트남,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만 생산된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체 생산하는 방법은 없을까. 나무를 뻘 속에 집어넣어 두는 방법이다. 어떤 나무를 집어넣을까? 침향이 되는 나무의 종류가 무척 궁금했는데 알아보니 국산 향나무와 참나무였다. 이 분야에 대한 기존 연구가 없어서 현장의 노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전북 고창의 선운사 앞을 흐르는 인천강도 오래전부터 침향을 묻어 놓았던 장소로 주목되었다. 미당 서정주 시에도 장마가 나면 인천강에 묻어 놓았던 침향이 떠오른다는 시구가 있다. 미당이 어렸을 때부터 직접 현장을 목격하고 시를 썼을 가능성이 높다. 미당은 돌아가시고 미당의 바로 밑 친동생이 근래까지도 생존해 있었다. 5년 전쯤에 90세가 넘은 고령의 미당 동생(서정태 시인)을 찾아가서 침향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참나무여. 선운사 주변과 소금을 굽던 이 동네 주위에 참나무가 많이 있었지. 뻘밭에서 소금을 구우려면 먼저 바닷물을 염정(鹽井)에 가둬놓아야 하는데, 염정 내부에는 격자 형태로 나무를 넣어서 내부를 지탱하였지. 그래야 뻘이 안으로 무너지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 격자 형태로 염정 내부를 지탱하였던 나무는 참나무를 썼어. 참나무가 단단하니까. 수십 년 만에 한 번씩 그 참나무를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한 참나무를 태워 보니까 냄새가 아주 좋더란 말이지. 염정 속에 있던 참나무를 태우면서 알게 된 거라고 봐. 참나무를 뻘 속에 집어넣어 놓으면 침향이 된다는 사실을. 선운사 건너편 바닷가 뻘밭에서 참나무가 침향이 된다는 원리를 발견한 것이지.”
   
   국산 침향의 원료가 되는 나무가 참나무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향나무를 뻘밭에 묻어둔다는 설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향나무를 묻어 두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향나무든 참나무든 뻘 속에 묻어두면 향이 더 진해져서 수백 년 후에 꺼내면 침향이 된다. 이 침향은 특히 미륵불에게 바친다는 의미가 강했다. 미륵불이 세상에 출현할 때 축하하고 경배하는 의미로 침향을 공양하는 것이다.
   
   미륵불은 메시아와 뜻이 같다. 메시아가 세상에 나타나기를 고대한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현세가 그만큼 살기 어려운 말세라는 생각이 들 때이다. 따라서 미륵불을 고대하는 미륵신앙이 유행하던 시기는 아주 살기 어려운 때이거나, 왕조가 교체되는 혼란기였다. 석가불은 이미 죽었다. 죽은 사람 자꾸 믿어봐야 뭔 효과가 있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불이 더 중요하지. 그 미래불이 미륵불이었다. 한반도에서 미륵신앙의 민중적 심취는 주로 해변가의 민중들에게서 그러한 징표가 드러난다. 매향비(埋香碑)의 존재이다. 바닷가의 뻘밭에다가 나무를 묻어놓고 침향으로 변화하기를 기원하는 매향(埋香) 의식을 치렀던 지점임을 표시하는 비석이다.
   
   
▲ 불상으로 가공하기 전 침향목의 모습.

   전국 15곳에 미륵불 염원한 매향비
   
   전국에서 발견된 매향비는 대략 15군데쯤 된다. 그중에 10군데가 전라남도 해변가이다. 전남 지역에 뻘이 많으므로 매향을 할 수 있는 지형적 조건에 부합된다. 뻘이 없는 동해안은 매향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전남 신안군 팔금도 매향비(1002년), 영암군 구림 신흥동의 정원명석비(786년), 암태도 매향비(1405년), 해남 맹진 암각매향비(1406년), 법성포 영락 매향비(1410년), 장흥 덕암리 매향비(1436년) 등이다. 강원도 삼일포에도 매향비가 한 군데 있고, 충남 홍성 어사리에 1곳, 경남에는 사천 등에 2곳, 평안북도 정주에 1곳이 있다. 이들 매향비들의 글자를 보면 암각인데, 대부분 글자가 삐뚤빼뚤하게 새겨져 있다. 정자체로 방정하게 새긴 글씨들이 아니다. 밑바닥 민초들이 썼다는 냄새가 확 나는 글씨체이다. 당나라 시대 중국에서 온 노예상인들이 한반도 해안가로 몰려와 어촌 마을 사람들을 납치하고 왜구들이 몰려와 약탈하던 시대상황과 맞물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20년 넘게 침향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뻘밭에서 꺼낸 매향을 눈으로 목격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직 구전과 일부 자료만을 봤을 뿐이다. 눈으로 보지 못하면 목마름의 갈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전남 완도군 고금면에 수효사(修孝寺)라는 절에 침향으로 조성한 삼존불이 있다는 이야기를 농협캐피탈 대표로 있는 박태선(59)씨로부터 듣게 되었다. 수효사는 고찰은 아니었다. 그러나 앞에 안산이 적당한 높이로 놓여 있어서 괜찮은 터였다. 법당에 가보니 과연 침향으로 만든 세 구의 불상이 모셔져 있었다. 가까이 가서 맡아 보니 냄새가 독특하였다. 은은하면서도 과일 향 같은 냄새가 났다. 주지인 성일(70) 스님은 비구니 스님인데, 근처에 가축 축사가 있어서 분뇨 냄새 때문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부처님 이 냄새 좀 해결해 주세요!’ 하고 항상 기도를 하였더니 어느 날 이 침향이 절에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침향은 2011년 8월 2일에 전남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에서 왔다. 진도에 사는 정용운이라는 사람이 양식장을 만들기 위하여 뻘을 퍼내고 있었는데, 그 뻘밭 속에서 길이 960㎝, 둘레 540㎝나 되는 커다란 나무를 발견했다. 이상하게도 나무에서는 향기가 진동하였다. 불교신심이 있었던 정용운은 이 침향을 수효사에 기증하였다. 조사해보니 녹나무로 밝혀졌다. 장뇌목(樟腦木)이라고 해서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 지방에서 자란다. 탄소 연대 측정을 해보니까 서기 300년대까지 자랐던 나무였다. 당시 수령은 200년 정도. 그러니까 서기 300년대 후반쯤에 이 나무를 뻘 속에 묻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마한(馬韓) 시대에 벌써 미륵불을 고대하는 매향 풍습이 존재했던 것일까? 대략 1700년간 바닷가 뻘 속에 묻혀 있다가 세상에 나온 셈이다. 이 침향으로 불상을 3구 조성해서(2017년) 법당에 모셔놓은 절이 고금면의 수효사이다. 탄소 연대 측정에 의하면 대략 1700년간 뻘 속에 묻혀 있었던 녹나무 침향을 불상으로 조성한 사례는 수효사가 세계 최초일 것이다.
   
   
▲ 법당 옆에 전시된 침향 토막.

   녹나무 침향에 숨은 역사
   
   녹나무라는 사실이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우선 기존에 매향을 할 때 향나무나 참나무를 묻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녹나무도 묻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이 녹나무는 저절로 뻘 속에 묻힌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운반을 해서 일부러 매향을 한 자국들이 나무에 남아 있었다. 녹나무에 쇠못이 박혀 있었던 점이 그 증거이다. 녹나무는 향이 좋다. 이 1700년 된 녹나무도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향이 있었다. 코로 맡으니 대번에 위장 속에까지 향이 들어온다. 녹나무는 장뇌목이다. 장뇌목에서 나는 향을 장향(樟香)이라고 부른다. 이 장향은 보이차 가운데서 맡을 수 있는 향이기도 하다.
   
   보이차 산지인 중국 윈난성에서는 녹나무가 많이 자란다. 야생 보이차 밭에서도 많이 자란다. 나무가 크게 자라고 잎이 무성하기 때문에 그 밑에서 보이차가 자라기 좋은 조건이다. 보이차는 햇볕이 너무 많은 곳보다는 적당하게 쪼이는 곳이 성장하기 좋다. 약간 그늘이 지는 곳이다. 이 조건을 반음반양(半陰半陽)이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야생 녹차가 대나무 밭에서 성장한 것을 상품으로 친다. 윈난성은 녹나무이다. 즉 장뇌목이다.
   
   장뇌목의 그늘 밑에서 자란 보이차는 자연스럽게 장향을 품게 된다. 녹나무의 잎이 땅에 떨어지면 그 잎이 보이차의 자양분이 되기도 하고, 땅속에서 녹나무 뿌리와 보이차 뿌리가 엉키게 되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런 과정에서 장향이 보이차 잎에 스며들게 된다. 이런 녹나무가 자란 곳에서 수확한 보이차는 은은하게 장향이 우러나온다. 또한 녹나무로 만든 목제 차통도 있다. 녹나무 재질로 된 차통에 보이차를 오랫동안 보관하면 장향이 역시 스며들기도 한다. 보이차 중에서 장향이 우러나오는 보이차는 상급 보이차로 친다.
   
   녹나무는 향이 나는 나무이므로 고대부터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던 나무였다. 그런데 이 녹나무는 주로 따뜻한 기후대에서 자란다. 제주도와 남해안을 비롯한 한반도의 남부 지역에서 자라고 중부에서는 자라지 못한다. 전남의 진도(珍島)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녹나무가 자랄 수 있는 기후조건인 것이다. 일본의 호류지(法隆寺)에 있는 그 유명한 ‘백제관음’도 녹나무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질이 녹나무이기 때문에 한반도가 아니라 일본에서 조성된 것이라는 주장이 1970년대부터 제기되었다.
   
   그러나 진도에서 1700년 전에 묻어 놓은 녹나무 침향이 발견된 것으로 보면 한반도, 백제 지역 또는 마한 지역에서 일찍부터 녹나무가 불상의 재료나 침향으로 사용되었음을 증명한다. 일본에 있는 백제관음이나 진도의 침향이 같은 녹나무 재질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백제 지역에 매향비가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신라에도 미륵신앙이 있었지만 신라는 미륵 상생 신앙 쪽으로 발전되었다. 죽어서 하늘나라 가운데 하나인 도솔천에 태어난다는 믿음이 상생 신앙이다. 백제의 미륵 하생 신앙은 미륵이 이 세상에 육신을 가지고 나타난다는 믿음이다. 하생 신앙은 메시아 대망론과도 같다. 메시아, 미륵이 나타날 때 쓰려고 뻘밭에 묻어 놓은 것이 침향이다. 수백 년, 또는 천년 후에라도 나타날 미륵불을 축하하기 위한 용도였다. 그 침향으로 만든 부처님이 수효사에 있으니 신화와 역사가 만나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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